사실, 이 앨범이 집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도 사고팔고를 반복해서 산 게 마지막이었는지 판 게 마지막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어제 북오프에서 이 시디를 보고 어쩔까 1분 정도 고민하다가 그냥 사기로 했다. 찾을 엄두는 안 나고, 혹여 나중에 찾게 되면 그때 다른 사람 주면 되는 거고. 싸게 샀다. 5,500원, 그것도 지구반! 특유의 신비로운 이미지 때문에 가진 것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1, 2집의 음악들은 인정해줄 만하다. 보통 이나 , 이 많이 얘기되지만, 가장 좋아한 노래는 바로 이 , 용녀! 그러고보니 미드나잇이 생각을 떠났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요즘 카세트테이프도 함께 듣는다. 남들 엘피 듣고 있을 때…. 얼마 전 제주의 한 카페에 갔을 때 거기에 이제는 구하기 힘든, 성음에서 나온 재즈 테이프들이 가득했다. 혹시 파시지 않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는데 파시지 않는다고.ㅜ 어쨌거나 이번에 대전 집에서 가져온 테이프들. 고등학교 때 시디를 사기 시작하면서 모았던 이백여 개의 테이프를 친구들에게 팔았는데, 아직도 그만큼의 테이프들이 (다행스럽게) 남아있다. 카세트테이프로 메탈 듣는 맛도 좋다! 특유의 질감 같은 건 제쳐두고, 그냥 이 음악들을 듣던 시절의 내가 그리워져서 특히 더 좋은 것 같다. 킹레코드(블랙마크)랑 선경(메탈포스) 그립다.ㅜ
어제 공연을 보고 왔다. 한 마디로, 이런 대단한 밴드의 공연을 겨우 이 정도 수의 관객만이 봤다는 게 아쉽고 또 아쉬웠다. 정말 한국에선 메탈이 망한 장르인 건지, 평론가나 관계자라고 할 만한 사람도 내 눈으로 확인한 건 딱 한 명뿐이었다. 지난 앨범인 [New World Shadows]와 올해 발표한 [Beyond], 이렇게 연이어 '역대급'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한, 그러니까 지금 멜로딕 데스 메탈 씬에서 짱먹고 있는 밴드에게 너무 무심하거나 무지한 것 같다. 비록 민망할 정도로 적은 수의 관객이 왔지만 멤버들은 최선을 다하며 공연을 즐겼다. 핀란드 애들이 착해! 음악처럼 정말 '품격'이 있는 공연이었다. 공격성과 서정성, 그리고 그 사이로 전해지는 우수까지 훌륭하게 전달한 공연.
1. 주전부리 단신. 롯데에서 나온 스콘 형식의 과자 '듀페'를 먹었는데 이거 맛있다.ㅜ 딱 적절한 치즈 맛, 느낌 아니까. 웬만해선 롯데 과자 안 먹으려고 하는데 정말 악마의 회사다. 롯데는 이미지 때문인지 이렇게 괜찮은 과자를 만들어도 다른 과자를 베꼈을 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대안이 없으니…. / 요즘 장안의 화제인 CU '떡볶이愛' 괜찮다. 하도 호평들이 줄을 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열라짱까지는 아니고 그냥 짱 정도 된다. 근데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CU 편의점에서만 파는데 없는 곳도 꽤 많다. 지마켓에서 주문할까 잠깐 고민했는데 그마저도 없네! 여튼 간단하게,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기에는 딱 좋음. / 세븐일레븐 '중화요리 모듬 도시락'을 아직도 못 먹어보고 있다. 한솥도시락..
이 앨범을 이제야 소개한다. 한동안 가장 즐겨 들었던 앨범이다. 사실 큰 기대 없이 틀었다가 선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좀 울컥했다. 정말 삶의 더께가 잔뜩 끼여 있는 듯한 목소리. 과거와 비교하자면 목소리는 더없이 거칠어지고 음역도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대신에 삶을 견뎌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남았다. [박성연 with strings]라는 제목이지만 현들이 그리 과하지 않게 등장하고, 각각의 악기 연주들을 듣는 재미도 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란 얘기다. 오늘 공감 공연을 가려고 했는데, 밀린 일들이 있어 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선생은 공감 공연을 앞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다. "외롭고 괴로울 때면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르게 되겠구나. 사람들은 나..
1. 원래 계획은 어제 순천에서 열리는 한 청소년 대회의 심사를 보고 밤에 대전으로 올라오는 거였는데 경부선 사고 때문에 출발이 늦어져 결국 심사를 포기하고 난 이왕 기차를 탄 김에 서대전역에서 내렸다. 순천까지 가기 좀 귀찮아서였던 것도 있지만, 난 그냥 이런 문제에 그러려니 한다. 서대전역에서 내리자마자 몇몇 승객들이 미리 나와 있던 역무원 분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던데 그분은 무슨 죄인가 싶다. 1시간 이상 지연된 이유로 기차 한 번은 공짜로 탈 수 있다고 하니 난 그냥 거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1년 안에 순천행 표값인 43,000원까지는 공짜로 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걸 아꼈다가 나중에 먼 곳에 갈 때 쓸지, 아니면 내일 그냥 서울에 올라갈 때 쓸지 고민 중이다. 가격이 거의 2만 원 가까이 차이..
1. '보다'를 다시 하려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났고, 예전에 글 썼던 최훈교나 da20ill에게 연락해 다시 하자고 연락을 했다. 난 이제 '보다'가 씬의 변화를 이끌고 담론을 주도하고 하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필자들과 함께 오랜 동인으로 소소히 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번 모임에서 그런 얘기를 했고 대부분의 이들이 이에 동의했다. 난 글쟁이로나 애호가로서 최훈교나 da20ill의 글과 취향을 좋아하고 그들이 더 이상 글을 안 쓰는 걸 늘 안타까워했다. '보다'가 그런 이들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2. 지난 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너무 불편했다. 망할 년놈들. '그알 마니아'로서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에 빠지고 있는 날 발견하다. 줄거리를 ..
그냥 스쳐 보낼 뻔한 이름인데 운 좋게 '젠-얼론'이란 이름을 입력해둘 수 있게 됐다. 젠-얼론은 임현종의 솔로 프로젝트고, 임현종은 99앵거에서 드럼을, 텐 미니츠 레이터에서 보컬을 맡았던 인물이다. 텐 미니츠 레이터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타운홀 레코드의 컴필레이션 음반 [new kids on the townhall]에 참여했던 펑크/하드코어 밴드다. 가 처음 들은 젠-얼론의 노랜데, 듣는 순간 반해버렸다.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노래. 어쿠스틱한 이모 감성을 듬뿍 담고서 격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 나는 반해버린다. 한국적인 감성 따위 저리 치워버리고 원류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 는 앨범의 표제곡이자 첫 곡으로, 비록 2분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젠-얼론의 색깔을 보여주기..
낯선 이름이다. 색소폰 연주자인 김오키는 실제로 국내 재즈 씬과 교류가 거의 없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앨범 재킷까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앨범은 그 안의 음악 역시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아방가르드 재즈로 분류할 수 있을 텐데, 음악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앨범을 듣는 동안 계속해서 지속되고 전달된다. 같은 곡은 굳이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렬하며 깊은 잔향을 남긴다. 이 원초적인 소리들과 묘한 뽕끼는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생각지 못한 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