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련한 계획 하나를 세웠는데,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는 거다. 사실 작년에도 마음을 먹었다가 끝내 7월 말에 무릎을 꿇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다. 큼지막한 부채도 있고, 어찌됐든 최대한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려고 한다. 이렇게 해보는 데는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말하진 않겠다. 때론 미련한 게 미덕이 될 수도 있다. 2. 일종의 결벽증이겠지만, '뒤'라고 써도 될 걸 '후(後)'라고 쓴 외부 원고를 하나 발견한 '뒤'부터 계속 마음이 쓰인다.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실수하지 말아야지. 3. 만약 간통죄로 법정에 선 주부에게 평소 아침드라마나 '사랑과 전쟁'을 즐겨 보냐고 물은 뒤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걸 대서특필하는 모습. "간통녀, 평소 '사랑과 전쟁' 즐겨 봐." 이런 코..
21세기 최고의 하드코어 밴드로 칭송받는 테러의 새 앨범. 개인적으로는 [keepers of the faith]와 놓고 저울질 중이지만, 뭐 테러 최고의 앨범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빅토리 레코드에서 나왔는데, 빅토리가 욕은 좀 자시긴 해도 빅토리란 이름이 주는 믿음은 확실히 있다. 11곡에 25분의 재생 시간. 역시나 짧고 굵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진짜배기 하드코어 앨범. 끝내주는 리프들, 그리고 따라 부를 수밖에 없는 떼창 파트와 코러스. 뮤직비디오로 첫 곡인 를 찍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이다. 2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더 아쉬워지는, 정말 맘에 드는 짱짱곡.
번안곡을 듣는 즐거움이랄까. 처럼 맥락 없는, 골 때리는 노랫말이 덧입혀지기도 하고, 이 노래처럼 원곡의 어감을 살린 노랫말이 새로 입혀지기도 한다. 이런 걸 느끼는 재미가 솔솔. 연주도 살아있고, 무한도전의 보다 한참을 앞서간 노래다. 노래를 부른 임종님(임종임)은 를 부른 들고양이들의 리드 보컬 출신. 요즘은 뭔가 이처럼 '드세고'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여성 보컬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연기자로 치면 '성격파' 배우 같은. 임종님이나 윤시내나, 이 당시 여성 가수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멋지다'.
드러머 김민기였나, 포리너의 [4] 앨범을 가리켜 가장 완벽한 록 앨범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기억이 정확치 않은데 맥락상 '완벽한'보다는 '이상적인'의 의미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다). 포리너의 [4]는 좋은 앨범이다. 정말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성인 취향의 록 앨범이다. 하지만 [4]의 위상 때문인지, [4] 뒤에 나온 앨범 [agent provocateur]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하다. 물론 [agent provocateur]가 큰 성공을 거둔 [4]의 노선을 그대로 답습한 보급형 앨범이긴 하다. 하지만 [agent provocateur]에도 [4]만큼 좋은 곡들이 많고, 특히 앨범을 대표하는 발라드 [i want to know what love is]는 역시 [4]를 대표하는 발라드 [w..
어제 벨로주님과 을지면옥에 가서 물냉 하나씩에 비냉 하나를 더 시켜 나눠먹고, 핫트랙스에 들러 구경을 하다 결국 시디 하나를 샀다. 존 루이스의 평균율 앨범. 뮤직랜드에 갈 때마다 대문짝만하게 홍보를 해서 동하긴 했는데 벨로주님의 권유로 그냥 질렀다. 시디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벨로주님이 "야, 이게 별로면 네 귀가 이상한 거야." 그러는데 그러면 당연히 좋다고 하는 수밖에! 엄청 좋음. 개좋음. 존 루이스 짱짱맨. 농담이 아니라 어제 새벽에 평온한 마음으로 이 앨범을 틀어놓고 자는데 정말 좋았다. 중간중간 성스러운 느낌까지 들고. 지금도 듣고 있는데 비도 오시고 바람도 부시고 참 좋구나.
우연찮게 신인 음악가들을 뽑은 오디션 대회에서 이들을 두 번이나 마주치게 됐다. 이번에도 본선까지는 올랐지만 최종 선발되지는 못했다. 난 이들이 누구보다 뛰어난 곡 쓰기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장르 이해도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싱글 [악순환/피로]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거의 하루에 한 번 이상씩은 꼭 듣고 있다. 이런 게 진짜 청춘의 사운드!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라이브가 음원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이들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보컬은 늘 불안하고, 곡이 갖고 있는 어쿠스틱한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다. '헬로루키' 때는 옆에 있던 김아무개 선배가 모질게 맘을 먹고, "당신(JH)은 이 뛰어난 곡을 계속해서 쓰고, 노래는 다른 사람에게 부르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
역시 비트볼/김밥레코드 짱짱맨. 매번 퍼플에 갈 때마다 (가격 때문에) 들었다 놓았다를 수 차례 반복하게 했던 카림 리긴스의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된다. 카림 리긴스는 행크 존스, 오스카 피터슨, 레이 브라운, 폴 매카트니 같은 명인들과 함께 작업해온 재즈 드러머이자 힙합 비트 메이커이기도 하다. 때로는 직접 드럼을 치고 때로는 MPC를 이용해 비트를 만든다. 특별히 새롭진 않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34곡의 짧은 비트가 담겨있는 모음집이지만 마치 한 곡처럼 유기적인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직접 드럼을 치며 제이 딜라를 기리는 추모곡.
25매짜리 원고를 하나 써야 하는데 도무지 써지지가 않아서 계속 딴 짓 중. 밤을 새야할 것 같다. 책도 좀 들추고 새로 나온 음악도 한 번씩 들어보고 있는데 카운터 리셋의 새 앨범이 7년 만에 나왔다. 거의 소식이 없어 해체한 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카운터 리셋은 '좋긴 하지만 뭔가 아쉬운'에 가까웠는데 이번 앨범은 마음에 꼭 든다. 팝 펑크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나도 어렸던, 청춘이라 불러도 되던 시절이었다. 세 장의 앨범 가운데 멜로디도 가장 잘 귀에 들어오고 팝 펑크 특유의 아련한 느낌도 제대로 담고 있다.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리고, 한동안 반복해서 들을 것 같다.
대구에 있는 클럽 '헤비'가 개관 17주년을 기념해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이다(17년이라는 시간은 거의 한국 인디 역사와 맞먹는 시간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 17팀이 앨범에 참여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 가운데 건훈씨(사람 또 사람) 정도가 그나마 전국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이름값과 상관없이 앨범 안에는 귀를 잡아끄는 노래들이 꽤 있다. 그 가운데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맘에 들었던 도노반과 제3행성의 새 노래. 이미 '팔도 어쿠스틱'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변방의 음악가'라는 현실과 '지방'이라는 특성을 노래에 잘 녹여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음악가.
줄리아 하트의 새(?) 앨범이다. 기존에 나왔다 절판됐던 두 번째 앨범 [영원의 단면]을 '다시 녹음'했다. 팬들의 펀딩을 받아 제작했는데 앨범 뒷면에는 참여자들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다. 현재의 멤버들로 다시 연주·녹음을 하고, 정바비와 함께 가을방학으로 활동하고 있는 계피도 참여해서 기존의 버전과는 조금씩 다르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와 이 노래 였는데 소리의 질감이 다르게 들린다. 기존 앨범이 있음에도 또 사긴 했지만 1집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1 >>> 3 > 2 >>>>>>> 4 순이다. 음원 사이트에 있던 기존 2집은 내리고, 이 재녹음 버전이 대신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