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의 [나쁜 친구]를 읽었다. 지은이의 자전적인 만화(인 것 같)다. 제목 그대로 기성세대가 보면 기겁할 만한, (침 좀 뱉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놀았던' 지은이와 그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앙꼬는 어쩌면 감추고 싶었을 법한 그 시절의 이야기를 굳이 미화하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컷들 속에선 어쩔 수 없는 아련함과 슬픔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고, 특히 맨 마지막 컷은 며칠 전에 읽었음에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다. [나쁜 친구]를 읽고 뒤늦게 (절판된) 그의 첫 작품인 단편집 [열아홉]을 중고로 구해 읽었다. [나쁜 친구]의 전초전 격인 '열아홉'은 여전했고,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찔레꽃'에선 몇 차례 울컥하기도 했다(몇 번이나 반복해..
어제도 귀찮아서 펜타를 갈까 말까 열라 고민하다가 스키드 로우의 비디오를 보면서 큰! 결심을 했는데, 오늘도 또 같은 병이 도져서 스웨이드 비디오를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와 을 들으러 가자! 언제까지 버너드 버틀러 타령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리처드 오크스 시절도 나쁘진 않았지만, 나에게 스웨이드는 어쩔 수 없이 1, 2집의 추억이 너무 세다. 이렇게 나이 든 뒤의 공연 영상은 이번에 처음 찾아보는 건데 리처드 오크스 왜 이리 후덕해졌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어쨌거나 오늘은 스토리 오브 더 이어랑 스웨이드만 믿고 가자.
이건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앨범. 포스트 록에 블랙 메탈의 스크리밍 보컬이 얹어진다. 내 얼굴은 홍조를 띄고. 어떻게 보면 식상한 조합일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으로 음악 하는 팀도 없는 것 같다. 또 단순히 조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포스트 록으로서도 훌륭하고 보컬도 아주 내 취향이다. 첫 곡을 듣는 순간부터 이건 나의 '올해의 앨범'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첫 곡뿐 아니라 모든 곡이 다 훌륭했고, 몇몇 지점에서는 장엄함에 울컥하기도 했다. 감동적이다.
내일 산이의 온스테이지 촬영이 있다. 모처의 폐건물에서 영상을 찍을 예정이다. 산이가 의욕이 넘쳐 이것저것 막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을 것 같고, 실제로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피-타입도 온스테이지 영상을 찍었는데, 힙합이건 록이건 잘 하는 사람들이 대접 받았으면 좋겠다. 산이가 JYP를 나온 것도 환영! 지금의 산이를 있게 한 . 이거 하나만 들어도 산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진짜로 음절 하나하나에 그루브를 박아놓은 것 같다. 영상 밑에 달린 댓글처럼 산이는 "맛좋은 산이나 파는 애"가 아니다. 어제 일 때문에 아웃사이더의 새 EP를 들으면서 이-센스나 산이가 얼마나 소중한 래퍼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2.
얼마 전에 이-센스가 아메바 컬처와 계약이 끝났단 얘기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들리는 얘기로는 그리 좋게 끝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제 제대로 된 이-센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이-센스가 이 믹스테이프를 발표할 때만 해도 언더그라운드를 모두 씹어 먹고 랩 게임의 승자가 될 줄 알았는데 슈프림 팀을 만들고 아메바 컬처에 들어가면서 죽도 밥도 아니게 돼버렸다. 생각해보면 이 당시에 이-센스를 비롯해서 산이, 스윙스, 쌈디, 도끼 등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다시 한 번 한국 힙합이 확 오를 줄 알았는데 급격하게 꺼져버렸다. 이-센스가 독기 품고 제대로 된 언더그라운드 힙합 앨범 한 장만 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센스의 실력이면 그 정도 기대를 갖는 건 당연하다. ..
404의 새로운 노래. 라디오-신곡 소개 코너에서 김윤하 군과 서로 소개하겠다고 욕심냈던 노래이기도 하다. '404에게 이런 면이?' 하며 감탄한 노래다. 음반은 오늘 주문을 한 상태라 음원이 없어 대신 라이브 버전을 올리는데 음원이 좀 더 정갈하고 무드가 있다. 보통 404를 떠올릴 때 거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이 노래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다. 개인적으로는 인터폴 1집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근사한 무드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는 '올해의 노래'급.
어제 '카세트폐허' 전리품. 정오에 용화반점 오찬을 갖고 4시 조금 넘어 바다비에 도착했다. 몇 개의 카세트테이프를 사고 (원래 목적이었던) 헬리비젼의 데모 테이프를 기다렸다. 헬리비젼 멤버들이 가져온 테이프는 꼴랑 다섯 개. 순식간에 다섯 장이 다 팔렸고, 나도 운 좋게 그 '순식간'의 주인공이 됐다. 테이프를 사고는 벨로주에 들러 케이-재즈 트리오(조윤성, 황호규, 이상민)의 공연을 잠깐 보다가 당구 회동을 가졌다. 두 경기 모두 여유 있게 이기며 다마 수 올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
나의 공연 관람 역사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공연'을 꼽는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공연. 클럽 쌤(쌈지 스페이스)에서의 그 공연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연을 보고 와서는 앨범이 왠지 시시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듣지 못했을 정도다. 이번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은 안 가도 사실 크게 아쉬운 게 없지만 딱 하나, 토의 공연을 못 본다는 건 좀 아쉽다. 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보다는 클럽 쌤 같은 작은 공연장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걸로 위안을 삼을 뿐. 그래서 이번에 '스페이스 공감'에서 토를 섭외하지 못한 것도 좀 아쉽긴 하다. 뱀파이어 위켄드나 토쿠마루 슈고도 좋긴 하지만 공감 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는 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 클럽 쌤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감 무대 역시 그 열기와 땀내로 가득했다면 ..
요즘 즐겨 보는 미드는 '팔로잉'. 할리우드의 명계남, 케빈 베이컨이 주인공이다. 에드가 앨런 포를 사상적 배경으로 삼아 살인을 지시하는 리더와 그를 추종하는 '컬트' 무리들, 그리고 이들을 추적하는 FBI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한데, 게나 고둥이나 다 '컬트'의 일원이라는 설정 때문에 좀 어이없기도 하다. 어쨌거나 '팔로잉'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미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 적절하게 음악을 쓴다는 거다. 특히 '팔로잉'의 엔딩 곡들은 늘 그 회의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는 것처럼 적절하다. 4회의 엔딩 곡으로 쓰인 스텀블린의 . 함께 떠오르는 이름이 여럿인 전형적인 드림 팝인데 이런 형식의 음악은 가끔씩 들으면 참 좋다. 오늘 같은 날씨와도 잘 어울리고. 두 개 있던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