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이 언니네 이발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떨어진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앎. '스트레이트'하고자 했던 사운드는 언니네와 어울리지 않았고, 곡 자체로도 별로 건질 게 없던 4집이었다. 그럼에도 이 노래만은 언니네의 노래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하고, 감히 2000년대를 대표할 만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그저 정대욱의 '다음 기타리스트' 정도로만 생각하던 이능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와 더불어, 이석원이 늘 얘기해오던 '달리는 애수'의 완성형이라 생각한다.
델리 스파이스의 초기작들이나 스위트피의 1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앨범은 김민규의 후기작들 가운데서 가장 괜찮은 앨범이라 생각한다. 주변에선 거의 아오안 수준의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내가 이 앨범을 좋게 들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이 노래의 존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앨범은 '스와핑'이란 낱말을 내세워 다른 많은 음악가들과의 협업을 담아냈는데, 김반장과 함께한 와 이석원이 노래한 이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 지금 델리 스파이스와 김민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 언제부턴가 그가 '노래'를 만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델리 스파이스의 [espresso]가 후진 앨범이라 생각하지만 최소한 그 앨범에는 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난 이후로 김민규의 작품들 가운데 이 노래 정도를 빼고..
1. 윤영배 / 위험한 세계 2. 나윤선 / lento 3. 드린지 오(dringe augh) / drooled & slobbered 4. 진보 / fantasy 5. 곱창전골 / 그 날은 올거야 6. 김목인 / 한 다발의 시선 7. 이승열 / v 8. 나후 / eternal recurrence of carnage 9. 김오키 / cherubim's wrath 10. 써드 스톤(third stone) / psychemoon 11. 퍼스트 에이드(first aid) / nostalgic falling down 12. 로큰롤 라디오(rock'n roll radio) / shut up and dance 13.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 / red flag 14. 카운터 리셋(counter ..
1. steven wilson / the raven that refused to sing (and other stories) 2. omnium gatherum / beyond 3. deafheaven / sunbather 4. goldfrapp / tales of us 5. daft punk / random access memories 6. volcano choir / repave 7. jose james / no beginning, no end 8. richard bona / bonafied 9. the world is a beautiful place & i am no longer afraid to die / whenever, if ever 10. sigur ros / kveikur 11. janell..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스페이스 공감' 소식을 들었다. 운이 좋게 공감에 참여하게 된지 8개월째가 돼간다. 나에겐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 보람 있는 일이기도 했다. 삼김시대와 회기동 단편선, 김오키를 무대에 서게 하고, 레이블 페스티벌과 같은 기획 공연을 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걸 흐뭇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알게 돼서 좋았다. 연출부든, 작가들이든, 기획위원들이든, 하나같이 다 음악을 좋아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3월까지 지금의 결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다른 팀으로 갈 것이고 누군가는 그만두게 될 것이다. 오후에 현준 선배에게 장문의 문자 두 통을 받았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뛰어다니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답답한..
1. 이런 소소한 글을 쓰는 것도 뭔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망할 놈들. 아니, 이미 망한 년. 2. 하여간 방송국 놈들이란. 내가 접한 직군 가운데서 가장 바쁜 척 하는 사람들이 아마 피디일 것이다. 특히 한국대중음악상 관련해서, 추천 명단을 받을 때 가장 늦거나 아예 안 보내는 대부분이 피디다. 또 그렇게 겨우겨우 보낸 명단 보고 있으면 어찌나 풍신나는지. 음악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음악을 가장 안 듣는 직군 역시 피디일 것이다. 너무나 바쁘셔서 명단 뽑을 시간도 없고 음악 들을 시간도 없으면 그냥 선정위원 자리를 그만두면 되는 거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 대단한 자리라고 지키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상의 권위(?)를 위해 음악도 제대로 안 듣는 피디나 기자들의 이름을 포함시키..
개인적으로 많이 아끼는 전인권의 노래. 전인권은 이 노래를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처음 부르고, 민재현 등과 함께한 들국화의 세 번째 앨범에 다시 한 번 수록했다. 민재현은 태백산맥 출신(태백산맥 멤버들이 은근히 화려하다)의 베이스 연주자로 요즘은 장필순, 강산에 등의 라이브 세션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머리를 짧게 깎고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는데, 전인권과 함께 들국화를 할 때만 해도 내성적이고 연약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전인권은 최성원이 없는 들국화를 재건하면서 민재현에게 최성원의 역할을 맡기려고 했던 것 같다. 베이스라는 포지션뿐 아니라 전체적인 이미지, 그리고 연약하게 들리는 목소리까지도 흡사했다. 이 노래는 아마도 제2의 정도를 염두에 두고 다시 노래했을 것이고, 민재현은 그 역할을 충..
얼마 전에 김윤하 군이 충공깽 수준의 언니네 이발관 공연을 관객 모두가 좋아하는 걸 보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나만 쓰레기인 건가?'란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 들국화의 음반을 듣는 내가 그 기분이다. 물론 들국화의 새 음반이 언니네 이발관(이석원)의 라이브(노래 실력)만큼 후지진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기본빵은 했다. 하지만 이 음반이 그토록 감동적인 명반인가? '27년 만의 재결성' 같은 정서적인 부분을 떼어내고, 난 이 음반이 18년 전에 전인권 혼자서 발표한 들국화의 세 번째 앨범과 비교해 대체, 무엇이, 그토록, 훌륭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곡의 유장함이나 설득력이란 측면에선 나 가 보다 더 와 닿고, 로킹한 사운드로는 보다 이나 가 더 직관적이고 명료하다. 보컬의 상태도 그때가 월등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