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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ache

소소

시옷_ 2013. 12. 23. 18:34
1. 이런 소소한 글을 쓰는 것도 뭔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망할 놈들. 아니, 이미 망한 년.

2. 하여간 방송국 놈들이란. 내가 접한 직군 가운데서 가장 바쁜 척 하는 사람들이 아마 피디일 것이다. 특히 한국대중음악상 관련해서, 추천 명단을 받을 때 가장 늦거나 아예 안 보내는 대부분이 피디다. 또 그렇게 겨우겨우 보낸 명단 보고 있으면 어찌나 풍신나는지. 음악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음악을 가장 안 듣는 직군 역시 피디일 것이다. 너무나 바쁘셔서 명단 뽑을 시간도 없고 음악 들을 시간도 없으면 그냥 선정위원 자리를 그만두면 되는 거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 대단한 자리라고 지키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상의 권위(?)를 위해 음악도 제대로 안 듣는 피디나 기자들의 이름을 포함시키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점점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쓸까 말까 잠시 고민했는데, 이 글은 대중음악상과는 아무 관계없는, 짜증나서 쓰는 개인적 일탈이다.

3. 주변에 엘피를 듣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벨로주님도 나에게 계속 엘피 뽐뿌질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엘피를 들으면 시디로는 들을 수 없는, 시디로 발매가 되지 않은 수많은 좋은 음악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는 납득이 간다. 하지만 내가 엘피를 손대지 않는 건, 1) 공간의 문제고 2) 귀찮음의 문제다. 내가 과연 20분 듣고서는 다시 B면을 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귀찮음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인가. 엘피를 듣는 이들은 A면/B면 뒤집는 행위를 마치 신성하고 거룩한 의식인 양 얘기하고 엘피는 특별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나에겐 그냥 다 헛소리로 들린다. 엘피를 듣기 위해 바늘을 올리는 행위와 엠피삼을 듣기 위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는 행위가 근본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모르겠다. 음악에 대한 존중이 왜 바늘 끝에만 있냐고!

4. 활동이 20년이 넘어가는 음악가가 아직도 공연장에서 외국 곡을 카피하는 걸 보면 마음이 참 답답해진다. 새로운 해석이 담긴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카피다. 그 카피를 또 똑같이 따라한다고 잘한다 칭송하는 걸 보면 참 음악을 대하는 생각 자체가 다른 것 같다. 대체 잉베이 곡을 똑같이 카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그걸 대다나다고 칭송하는 사람들은 '히든싱어'의 모창자들도 같은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5. 나를 서울로 태워주는 버스는 천지교통 1301번이다. 그 전까지는 삼화고속이었는데, 예전 파업하는 와중에 노선이 사라졌다가 천지교통이 1301번을 새롭게 부활시켰다. 신생 운수 회사인지 버스도 아주 최신형들인데, 이 버스를 타다가 가끔 오래된 삼화고속 버스를 타면 영 불편해서 못 타겠다. 한낱 버스가 이럴진대, 자가용 타는 사람들이 낮은 급의 차로 바꾸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이제야 알겠어!

5-1. 자가용의 반대말은 커용.

6. 이른바 PBR&B 음악가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는 위켄드다. 위켄드의 공식 첫 앨범이 올해 나왔고 한동안은 수입반으로만 들어왔다. 위켄드 정도라면 국내 발매가 되지 않을까 기다렸는데 결국 조금 늦게 국내에서도 발매가 됐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18,800원! 수입반 가격이 아니고 국내반 가격이다. 이러면 굳이 국내반을 살 필요가 있나 싶다. 결국 난 향음악사에서 수입반 세일을 할 때 15,100원의 가격으로 샀다. 얼마 전부터 국내반들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랐고, 위켄드처럼 가끔은 18,000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음반들도 있다. 물론 음반사들의 전략적인 판단이 있을 것이고, 또 실제로 그동안 시디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내가 처음 시디를 샀던 게 20여년 전인데 그때와 비교해서 그동안 2~3천 원 오른 게 고작이다. 그래서 시디 가격을 올리는 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에 거의 5천 원 정도의, 그동안 가격의 1/3에 해당하는 값을 올리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까 굳이 수입반을 따지지 않고 되도록 국내반을 사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제 더 이상 국내반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라이너 노트가 들어있긴 하지만 문영 누나가 쓴 해설지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일부러 그걸 보기 위해 살 필요는 없다. 나 하나 징징댄다고 정책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계속 나처럼 충성스런 소비자 한 명씩 놓치면서 얼마나 안녕들 하시려는지 모르겠다.

7. 디어헌터의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다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나의 기분은 쓰다. '슈칼슈의 난'이 언제쯤이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고, 지금 슈칼슈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걸 새삼 확인한다. 불과 1년 전 일이다. 이쯤 되면 그때 그 많은 사람들이 대체 왜 그렇게 분노를 했던 건지 궁금해진다. 겨우 좋아하는 음악가의 공연 하나 포기할 마음도 없으면서 뭐에 그리 화가 나서 글들을 퍼가고 공유하고 '좋아요' 버튼을 눌렀던 건지. 그때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던, '악덕'이라고 불리던 업체는 지금 오히려 더 잘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 악덕 업체의 부당행위를 알리던 글에 '좋아요'를 누르던 손과 디어헌터의 내한공연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던 손이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8.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옛날에 재범이 형 활동 잘 안하고 툭하면 잠수 타고 그럴 때는 그냥 '김란영의 카페음악' 같은 것만 내줘도 감지덕지하며 들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 나온 라이브 앨범은 너무 실망스러워서 할 말이 없다. 까고 말하자면 (그 전에 냈던 [풀이]도 그렇고) 카페음악 이런 거랑 다른 게 뭔지 잘 모르겠다. 뜬금없는 올드 팝 메들리 하며, 멘트 치는 거 하며 이제는 연말 호텔 디너쇼에 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재범이 형의 새로운 작업(?)에 대한 소문을 듣고 가능한 일일까 의문을 가졌는데, 이런 라이브 앨범을 보니 역시나 가능성 없는 소문으로 그칠 것 같다.

9. 최근에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에게 왜 카톡하는데 꼭 마침표를 찍냐는 물음을 받았다. 아니, 찍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문장이 끝나는 건데! 일종의 직업병일지 모르겠지만 문자나 카톡을 보낼 때도 되도록 줄임말 안 쓰고 띄어쓰기도 지켜서 보낸다.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지켜나가겠다.

10. 그러니까, 임창정과 이수영은 나의 기억에 없는 가수다. 임창정이 가요계를 씹어 먹고(맞습니까?) 이수영이 가수왕을 하던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없다. 남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버즈의 기억도 없다. 나에게 민경훈은 라스에 나왔던 '쌈자신'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이들의 전성기가 나에겐 가요 듣기가 정말 재미없던 시절이어서 아예 듣지를 않았던 것 같다. 대체 <www.사랑.com> 이런 제목의 노래를 어떻게 듣냐고! 그런데 요즘 엠팍 이런 곳에서 보면 가끔 그 시절이 그립다며 SG워너비나 버즈가 한창 활동하던 때를 가요계의 전성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으니 참말로 추억은 다르게 적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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