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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ache

들국화 - 우리

시옷_ 2013. 12. 13. 10:13


얼마 전에 김윤하 군이 충공깽 수준의 언니네 이발관 공연을 관객 모두가 좋아하는 걸 보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나만 쓰레기인 건가?'란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 들국화의 음반을 듣는 내가 그 기분이다. 물론 들국화의 새 음반이 언니네 이발관(이석원)의 라이브(노래 실력)만큼 후지진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기본빵은 했다. 하지만 이 음반이 그토록 감동적인 명반인가? '27년 만의 재결성' 같은 정서적인 부분을 떼어내고, 난 이 음반이 18년 전에 전인권 혼자서 발표한 들국화의 세 번째 앨범과 비교해 대체, 무엇이, 그토록, 훌륭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곡의 유장함이나 설득력이란 측면에선 <우리>나 <분명하게>가 <걷고, 걷고>보다 더 와 닿고, 로킹한 사운드로는 <노래여 잠에서 깨라>보다 <기분전환>이나 <단순하게>가 더 직관적이고 명료하다. 보컬의 상태도 그때가 월등히 뛰어나다(난 1990년대 초중반이 전인권 보컬의 절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들국화 3집은 철저하게 묻혔다. 결국 이건 27년 만에 전인권과 최성원이 함께 했다는 감동과 전인권의 재기, 그리고 주찬권의 죽음이 더해져 만들어낸 신화일 것이다. 물론 음반을 평가하는데 있어 이런 정서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고, 레전드 프리미엄이 붙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서적인 부분과 프리미엄이 음반에 대한 평가를 잡아먹고 있는 모양새다. 들국화와 함께 청춘을 보낸 이들의 감동을 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글밥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라면 좀 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말로 이 음반이 그토록 훌륭한가? 정말로 이 음반이 들국화 3집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나? 아니, 2년 전에 나온 또 다른 원년 멤버 조덕환의 앨범보다 뛰어나게 들리는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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