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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3. 7. 15. 14:09
1. 미련한 계획 하나를 세웠는데,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는 거다. 사실 작년에도 마음을 먹었다가 끝내 7월 말에 무릎을 꿇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다. 큼지막한 부채도 있고, 어찌됐든 최대한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려고 한다. 이렇게 해보는 데는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말하진 않겠다. 때론 미련한 게 미덕이 될 수도 있다.

2. 일종의 결벽증이겠지만, '뒤'라고 써도 될 걸 '후(後)'라고 쓴 외부 원고를 하나 발견한 '뒤'부터 계속 마음이 쓰인다.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실수하지 말아야지.

3. 만약 간통죄로 법정에 선 주부에게 평소 아침드라마나 '사랑과 전쟁'을 즐겨 보냐고 물은 뒤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걸 대서특필하는 모습. "간통녀, 평소 '사랑과 전쟁' 즐겨 봐."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아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혹여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다면 내 시디장 한 칸을 채우고 있는 블랙 메탈 시디들은 어떤 역할로 둔갑할까. 내가 카니발 콥스를 그리 안 좋아하는 건 그나마 다행.

3-1. 요즘 블랙 메탈을 다시 듣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 주기적으로 찾아 듣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테러라이저誌에서 2009년 발표했던 'TOP 40 Black Metal Albums' 명단을 뒤늦게 봤기 때문. 40장을 다 들어본 건 자랑, 하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를 팔아버린 건 안 자랑. 명단을 쭉 보고 있자니 블랙 메탈의 '90년대는 참으로 아름다웠구나. 지금은 이모탈의 [pure holocaust]를 듣고 있다. 정말 누구 보여주기 민망한 음반 커버.-_-

4. 필자 한 명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작년 가을부터 계간지 [황해문화]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서)경식이 형이 '우리/미술 순례'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직 그 글을 보기 위해서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나의 서양 미술 순례]에 매료됐던 나로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교육자도 아니고 조합원도 아니면서 굳이 알라딘으로 이용 서점을 바꾸면서까지 [오늘의 교육]을 주문해 읽는 까닭은 (이)계삼이 형의 글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언제나 정직하고 묵직한 계삼이 형의 글이 있다. 필자 한 명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음악 쪽엔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성)문영 언니가 있다. 문영 언니가 예전 [키노]에 썼던 분량 정도로만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매체가 있다면 매번 사서 볼 것이다. (가능할진 모르지만) 훗날 내가 잡지를 만들게 된다면 가장 먼저 영입하고 싶은 사람이 문영 언니다. 이 언니도 마감이 늦어서 걱정이긴 하지만.-_- 예전에 문영 언니랑 같이 일할 때, 언니가 음반 해설지 마감을 못 지키면 아예 레이블 전화도 안 받아서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해 말 좀 전해달라고 부탁하곤 했었다. 마감에 있어서 나도 강자이긴 하지만, 이런 몇몇 이들 때문에 내가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진 못한다.

5. 얼마 전에 '최강자' 김윤하 군과 아이스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윤하 군이 얼음을 우적우적 씹어 먹더니 이빨 자랑을 하는 거다. 자기 이빨이 진짜 건강하다며. 이젠 나이를 먹으니까 하다하다 이빨을 다 자랑하는구나. 나야 집안 내력으로 잇몸부터 부실해서 부럽긴 했지만(아버지!ㅠ). 초대 건치 필자로 김윤하를 추천한다.

6. 며칠간 중고 음반을 꽤 많이 샀다. 아오, 근데 대체 그놈의 OBI가 뭐라고 몇 천 원의 가격이 더 붙는 건지 모르겠다. 남아있는 게 일본반밖에 없어 결국 OBI 붙어있는 비싼 중고반을 살 때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이게 다 덕후 놈들 때문이다.

7. 떡볶이 체인점 가운데선 그래도 '죠스 > 아딸 > 국대' 아닌가? 아딸이 죠스보다 낫다는 의견은 존중하겠지만, 이 와중에 국대 거론하는 건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겠다. 그 맛으로는 절대 국대 될 수 없음. 그냥 동대임. 내가 앎. 다음엔 선매 떡볶이 도전.

8. 요즘 왜정 때부터의 조선 좌빨들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이관술에 관한 책을 읽다가 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허가이(許哥而). 이름부터 개간지(요즘 태어났으면 놀림 좀 당했을 법한 이름이지만). 러시아 이름도 간지.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헤게이. 어렸을 적에 본 김일성, 박헌영 등의 이름 사이에서 특이한 이름 때문에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자료를 찾아보니 러시아에서 나고 자라 조선공산당 소련파를 대표했고, 김일성과 갈등을 빚다 숙청당한 뒤 자살(혹은 암살당)했다고 한다. 이제 허가이란 이름 기억하고 있으면 당신도 상식왕.

9. 내가 요즘 냉면왕. 이번 주에만 냉면 회동이 세 차례 잡혀있다. 드디어 우래옥 간다.

10. 뭔가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 생각해보면 요즘은 정말 재미있는 장편소설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처음 [태백산맥]으로 장편소설에 재미를 들인 뒤부터는 거의 하루에 한 권 꼴로 장편소설을 읽곤 했다. 조정래의 [한강]이나 [아리랑]부터 해서 권운상의 [녹슬은 해방구],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고원정의 [빙벽] 등을 차례로 읽었던 것 같다. 이문열의 [변방]도 재미있게 읽었던 장편 가운데 하나. 유명한 소설들 가운데 최명희의 [혼불]은 몇 차례나 도전했지만 끝내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임꺽정]도 초반에 너무 지루해 포기할까 했지만 중반부터 완전 꿀재미. 가장 기억에 남는 장편은 김중태의 [해적]인데, 이건 군대에 있을 때 휴가나 외박 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서 한 권, 한 권 모아 [핫뮤직]과 함께 소각장에 짱박아놨던 책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해적]은 내가 군 생활할 때까진 금서였다. 아마 광주(민주화항쟁)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였을 것이다. 뭐 재미있는 소설 없을까. 일단 정유정의 [28]부터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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