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매짜리 원고를 하나 써야 하는데 도무지 써지지가 않아서 계속 딴 짓 중. 밤을 새야할 것 같다. 책도 좀 들추고 새로 나온 음악도 한 번씩 들어보고 있는데 카운터 리셋의 새 앨범이 7년 만에 나왔다. 거의 소식이 없어 해체한 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카운터 리셋은 '좋긴 하지만 뭔가 아쉬운'에 가까웠는데 이번 앨범은 마음에 꼭 든다. 팝 펑크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나도 어렸던, 청춘이라 불러도 되던 시절이었다. 세 장의 앨범 가운데 멜로디도 가장 잘 귀에 들어오고 팝 펑크 특유의 아련한 느낌도 제대로 담고 있다.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리고, 한동안 반복해서 들을 것 같다.
대구에 있는 클럽 '헤비'가 개관 17주년을 기념해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이다(17년이라는 시간은 거의 한국 인디 역사와 맞먹는 시간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 17팀이 앨범에 참여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 가운데 건훈씨(사람 또 사람) 정도가 그나마 전국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이름값과 상관없이 앨범 안에는 귀를 잡아끄는 노래들이 꽤 있다. 그 가운데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맘에 들었던 도노반과 제3행성의 새 노래. 이미 '팔도 어쿠스틱'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변방의 음악가'라는 현실과 '지방'이라는 특성을 노래에 잘 녹여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음악가.
줄리아 하트의 새(?) 앨범이다. 기존에 나왔다 절판됐던 두 번째 앨범 [영원의 단면]을 '다시 녹음'했다. 팬들의 펀딩을 받아 제작했는데 앨범 뒷면에는 참여자들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다. 현재의 멤버들로 다시 연주·녹음을 하고, 정바비와 함께 가을방학으로 활동하고 있는 계피도 참여해서 기존의 버전과는 조금씩 다르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와 이 노래 였는데 소리의 질감이 다르게 들린다. 기존 앨범이 있음에도 또 사긴 했지만 1집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1 >>> 3 > 2 >>>>>>> 4 순이다. 음원 사이트에 있던 기존 2집은 내리고, 이 재녹음 버전이 대신한다고 한다.
한때 (정말로) 음반 뒷면에 '동아기획'이란 이름이 찍혀 있으면 믿고 사던 시절이 있었다. 소나무의 유일한 앨범도 그 믿음으로 샀었다. 앨범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몇몇 노래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 노래는 특히 좋아해 한동안 따라 흥얼거리곤 했었다. 제목부터 맘에 들었던 이 노래는 앨범 한 장 내고 사라진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많지만 정보는 거의 없는) 싱어-송라이터 홍성수가 만들어줬다. 강허달림이 첫 앨범에서 이란 제목으로 커버하기도 했지만 역시 '처음'이란 감흥은 쉽게 넘어서질 못한다.
어제 창기 형을 인터뷰하고 왔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나의 청년기를 지배한) 정말정말 좋아하는 음악가라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창기 형이 있는 병원엘 찾아갔다. 만나서는 내가 창기 형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 10명 안에 들어갈 거라는 이상한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내가 동물원의 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얘기하고). 동물원과 창고 등의 앨범에 사인을 받으려 했는데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시디를 챙기지 못했다. 다음에 사인 받기 위해 다시 한 번 병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어차피 1~2주에 한 번씩은 매봉역엘 가야 하니까.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막 나온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계셨다. 자신과 아이가 함께 있는 사진 다음에 활짝 웃고 있는 광석이 형의 사진이 나오는 게 가장 맘에 든다 했다. 이 밤에..
얼마 전 진중권이 라임은 한국말 랩에는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UMC스러운 말을 했는데, 그때 누군가가 그에 대한 반박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올려서 오랜만에 찾아 들었다. 그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정말 이 가사에서 억지스럽거나 서사가 무너진 부분이 있나? 이미 진중권(또는 UMC) 같은 이들이 했던 주장은 버벌 진트와 피-타입이 등장하면서 진작에 논파당했는데 잊을 만하면 이런 주장들이 튀어 나온다. 진중권이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힙합) 음악 잘 안 듣는" 사람들이 특히 더 용감하게. 이미 SNP 출신들이 유려한 한국말 라임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증명했는데도 이런 주장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걸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억지 라임이 문제라면 그 억지 라임을 쓰는 애들을 비판해야지, 그게 '한국..
백현진과 정차식의 '더 뺀드' 공연을 보고 왔다. 각자 따로 공연하는 거지만 둘이 함께 하는 대화 시간도 있었고, 일종의 미션도 있었다. 노래 하나를 정해서 각자 커버하는 것. 구남과 불쏘클은 방실이의 를 한 모양이고, 3호선 버터플라이와 이이언은 팸플릿을 만들 때까지 미처 정하지 못했는지 '???'로 표기돼있다. 백현진과 정차식이 함께 고른 노래는 송창식의 이었다. 노래를 고른 건 정차식이고, 백현진은 유재하의 을 골랐다가 양보했다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 공연이 끝난 뒤에도 동행인과 함께 계속해서 흥얼거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연가 가운데서도 으뜸 가는 노래라 생각한다. 노랫말만으로도 얘기 끝났다. 창식이 형 짱짱맨.
얼마 전 인디 관련 음반 리스트를 만들 일이 있었는데,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언니네 이발관의 [후일담]을 맨 위에 놓았다. 이석원과 정대욱, 둘의 '경쟁'이 만들어낸 다시없을 앨범. 이석원: (정)대욱이랑 같이 계속 갔으면 나름대로 좋은 부분은 있었을 것이다. 대욱이가 '메이킹'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리더의 포용력'을 얘기한다면…. 내가 밴드를 오래 하다 보니 밴드는 민주주의를 해서는 안 굴러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리더가 절대적인 독재를 해야 하고, 다른 멤버들이 거기에 따라와 주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물론 아주 예외도 있다. 크라잉 넛 같은 경우는 누가 리더인지 잘 모르겠고 맨날 치고받고 하면서도 잘 굴러간다. 노 브레인, 노이즈가든과 같은 뛰어..
카세트테이프로만 가지고 있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발췌곡집 1] 시디를 싸게 샀다. '베스트'나 '골든' 대신 '발췌곡집'이란 제목을 쓴 것도 부부에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부부가 그 전의 음반들을 정리하면서 내놓은 [20년 골든 앨범]보단 [발췌곡집 1/2]가 나에게는 더 친숙하고 좋다. 어렸을 때 뭣도 모르고 이 테이프를 샀는데 발췌곡집의 뜻도 모르고 '무슨 노래들이 이렇게 다 하나같이 좋지?'란 생각을 했었다. 그 시작을 열렸던 첫 번째 노래. 그 전에 이미 이나 같은 몇몇 노래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공식적으로(?) 처음 맞이한 정태춘·박은옥의 노래였던 셈이다. 더불어 은옥이 누나가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첫 노래다. (주로 세대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론 ..
딥 퍼플의 명작 [machine head] 40주년을 기념해 나온 헌정 음반. 카를로스 산타나와 아이언 메이든 같은 노장들부터 메탈리카, 스티브 바이, 치킨풋 플레이밍 립스 같은 네임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모두 다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커버는 스티브 바이, 글렌 휴즈, 채드 스미스가 함께 한 와 메탈리카의 . 이 곡은 [machine head] 오리지널 수록곡이 아니고 비-사이드 곡인데 서정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제임스 형의 목소리를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발라드를 부를 때는 나름의 멋이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