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의 새로운 노래. 라디오-신곡 소개 코너에서 김윤하 군과 서로 소개하겠다고 욕심냈던 노래이기도 하다. '404에게 이런 면이?' 하며 감탄한 노래다. 음반은 오늘 주문을 한 상태라 음원이 없어 대신 라이브 버전을 올리는데 음원이 좀 더 정갈하고 무드가 있다. 보통 404를 떠올릴 때 거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이 노래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다. 개인적으로는 인터폴 1집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근사한 무드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는 '올해의 노래'급.
나의 공연 관람 역사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공연'을 꼽는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공연. 클럽 쌤(쌈지 스페이스)에서의 그 공연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연을 보고 와서는 앨범이 왠지 시시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듣지 못했을 정도다. 이번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은 안 가도 사실 크게 아쉬운 게 없지만 딱 하나, 토의 공연을 못 본다는 건 좀 아쉽다. 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보다는 클럽 쌤 같은 작은 공연장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걸로 위안을 삼을 뿐. 그래서 이번에 '스페이스 공감'에서 토를 섭외하지 못한 것도 좀 아쉽긴 하다. 뱀파이어 위켄드나 토쿠마루 슈고도 좋긴 하지만 공감 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는 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 클럽 쌤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감 무대 역시 그 열기와 땀내로 가득했다면 ..
요즘 즐겨 보는 미드는 '팔로잉'. 할리우드의 명계남, 케빈 베이컨이 주인공이다. 에드가 앨런 포를 사상적 배경으로 삼아 살인을 지시하는 리더와 그를 추종하는 '컬트' 무리들, 그리고 이들을 추적하는 FBI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한데, 게나 고둥이나 다 '컬트'의 일원이라는 설정 때문에 좀 어이없기도 하다. 어쨌거나 '팔로잉'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미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 적절하게 음악을 쓴다는 거다. 특히 '팔로잉'의 엔딩 곡들은 늘 그 회의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는 것처럼 적절하다. 4회의 엔딩 곡으로 쓰인 스텀블린의 . 함께 떠오르는 이름이 여럿인 전형적인 드림 팝인데 이런 형식의 음악은 가끔씩 들으면 참 좋다. 오늘 같은 날씨와도 잘 어울리고. 두 개 있던 약..
21세기 최고의 하드코어 밴드로 칭송받는 테러의 새 앨범. 개인적으로는 [keepers of the faith]와 놓고 저울질 중이지만, 뭐 테러 최고의 앨범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빅토리 레코드에서 나왔는데, 빅토리가 욕은 좀 자시긴 해도 빅토리란 이름이 주는 믿음은 확실히 있다. 11곡에 25분의 재생 시간. 역시나 짧고 굵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진짜배기 하드코어 앨범. 끝내주는 리프들, 그리고 따라 부를 수밖에 없는 떼창 파트와 코러스. 뮤직비디오로 첫 곡인 를 찍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이다. 2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더 아쉬워지는, 정말 맘에 드는 짱짱곡.
번안곡을 듣는 즐거움이랄까. 처럼 맥락 없는, 골 때리는 노랫말이 덧입혀지기도 하고, 이 노래처럼 원곡의 어감을 살린 노랫말이 새로 입혀지기도 한다. 이런 걸 느끼는 재미가 솔솔. 연주도 살아있고, 무한도전의 보다 한참을 앞서간 노래다. 노래를 부른 임종님(임종임)은 를 부른 들고양이들의 리드 보컬 출신. 요즘은 뭔가 이처럼 '드세고'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여성 보컬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연기자로 치면 '성격파' 배우 같은. 임종님이나 윤시내나, 이 당시 여성 가수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멋지다'.
드러머 김민기였나, 포리너의 [4] 앨범을 가리켜 가장 완벽한 록 앨범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기억이 정확치 않은데 맥락상 '완벽한'보다는 '이상적인'의 의미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다). 포리너의 [4]는 좋은 앨범이다. 정말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성인 취향의 록 앨범이다. 하지만 [4]의 위상 때문인지, [4] 뒤에 나온 앨범 [agent provocateur]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하다. 물론 [agent provocateur]가 큰 성공을 거둔 [4]의 노선을 그대로 답습한 보급형 앨범이긴 하다. 하지만 [agent provocateur]에도 [4]만큼 좋은 곡들이 많고, 특히 앨범을 대표하는 발라드 [i want to know what love is]는 역시 [4]를 대표하는 발라드 [w..
어제 벨로주님과 을지면옥에 가서 물냉 하나씩에 비냉 하나를 더 시켜 나눠먹고, 핫트랙스에 들러 구경을 하다 결국 시디 하나를 샀다. 존 루이스의 평균율 앨범. 뮤직랜드에 갈 때마다 대문짝만하게 홍보를 해서 동하긴 했는데 벨로주님의 권유로 그냥 질렀다. 시디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벨로주님이 "야, 이게 별로면 네 귀가 이상한 거야." 그러는데 그러면 당연히 좋다고 하는 수밖에! 엄청 좋음. 개좋음. 존 루이스 짱짱맨. 농담이 아니라 어제 새벽에 평온한 마음으로 이 앨범을 틀어놓고 자는데 정말 좋았다. 중간중간 성스러운 느낌까지 들고. 지금도 듣고 있는데 비도 오시고 바람도 부시고 참 좋구나.
우연찮게 신인 음악가들을 뽑은 오디션 대회에서 이들을 두 번이나 마주치게 됐다. 이번에도 본선까지는 올랐지만 최종 선발되지는 못했다. 난 이들이 누구보다 뛰어난 곡 쓰기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장르 이해도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싱글 [악순환/피로]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거의 하루에 한 번 이상씩은 꼭 듣고 있다. 이런 게 진짜 청춘의 사운드!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라이브가 음원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이들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보컬은 늘 불안하고, 곡이 갖고 있는 어쿠스틱한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다. '헬로루키' 때는 옆에 있던 김아무개 선배가 모질게 맘을 먹고, "당신(JH)은 이 뛰어난 곡을 계속해서 쓰고, 노래는 다른 사람에게 부르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
역시 비트볼/김밥레코드 짱짱맨. 매번 퍼플에 갈 때마다 (가격 때문에) 들었다 놓았다를 수 차례 반복하게 했던 카림 리긴스의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된다. 카림 리긴스는 행크 존스, 오스카 피터슨, 레이 브라운, 폴 매카트니 같은 명인들과 함께 작업해온 재즈 드러머이자 힙합 비트 메이커이기도 하다. 때로는 직접 드럼을 치고 때로는 MPC를 이용해 비트를 만든다. 특별히 새롭진 않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34곡의 짧은 비트가 담겨있는 모음집이지만 마치 한 곡처럼 유기적인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직접 드럼을 치며 제이 딜라를 기리는 추모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