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5회 한국대중음악상 기념음반 듣다가, 그림자 궁전 참말로 좋구나. 특히 는 2007년을 대표할 만한 싱글인 것 같다. 지금의 9와 숫자들도 좋지만, 송재경(9)이 그림자 궁전도 병행해주면 좋을 텐데 그럴 일은 없겠지. 당시에 역시 이 앨범 좋아하던 도련님은 '산울림과 디어후프의 만남'이라고 했었는데 꽤나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산울림, 디어후프, 소닉 유스 등 많은 이름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 사이에서 그림자 궁전은 탄탄하게 중심을 잡고 서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이 진짜 좋은 음악.
역시 휴일 오후에는 배선용의 이 곡을. 나에게 나팔(트럼펫)은 밤의 악기였다. 어린 시절, 니니 로소의 같은 낭만적인 곡을 들으며 알 수 없는 동경에 마음이 설레곤 했다. 군 복무 시절, 본부중대 연병장에서 울려 퍼지던 취침 나팔 소리는 그 당시의 거의 유일한 낭만이었다. 하지만 배선용의 트럼펫은 [휴일의 나팔수]라는 앨범 제목처럼 트럼펫이 오후의 시간 속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어딘가 익(친)숙한, 휴일 오후의 여유로움을 닮은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곧 야구가 시작되겠지.-_-
부활의 세 번째 앨범 [기억상실]이 재발매된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스24에서만 독점 판매할 거라 한다(앞으로도 이용자들의 요청을 받아 절판된 음반들을 재발매할 계획이라고). 최소한 네 번째 앨범 [잡념에 관하여]까지의 김태원은 '레알'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앨범은 두 번째 앨범 [회상]과 [기억상실]. 부활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회상]을 택하겠지만, 평소 가장 즐겨 듣는 앨범은 [기억상실]이다. 녹음 도중 세상을 떠난 김재기의 목소리는 세 곡에서만 들을 수 있고, 나머지는 김재기에 대한 추모로 채웠다. 김태원의 서정이 최대치로 담겨 있는 앨범, 그리고 김재기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는 연주곡.
아마도 줄리아 하트 단독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 중간 초대손님으로 줄리아 하트에서 드럼을 치던 서준호 씨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일종의 자급자족이었던 셈인데, 그 무대에서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노래 한 곡과 이 노래를 부르고 내려갔다. 박선주의 첫 번째 앨범에 있던 노래. 조규찬과 함께 부른 가 크게 인기를 얻었지만 앨범에서 가장 좋아한 노래는 이 노래였다. 이미 볼빨간 시절부터 팬이었지만 이 노래를 좋아한단 사실만으로 그가 더 좋아졌다. 몇 년 뒤에 이정선이 이 노래를 커버했는데 이정선 버전으로 부른 건지도 모르겠다. 여튼, 노래선생님 박선주보다 이때의 풋풋하던 박선주가 더 좋다.
팔았던 음반을 다시 사는 기분이란 참.-_- 요즘 괜히 마이클 쉥커 형이 다시 듣고 싶어져서 UFO 음반을 다시 한 장씩 모으고 있다. 라이브 앨범 [strangers in the night] 빼고 다 팔았었는데. 어젯밤에 를 들으며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잠이 드는 순간에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최고의 UFO는 역시 . 어렸을 때 처음 듣는 순간에 그렇게 결정됐다. 쉥커 형의 기타 솔로는 애수 그 자체. 옛날에 전영혁 씨였나, 필 모그의 목소리를 가리켜 '안개 같은 목소리'라고 표현하곤 했었는데 좀 웃기긴 해도 은근히 설득력 있다.-_- 난 진눈깨비 같은 목소리를 갖고 싶다.
지금이 음악은 더 세련돼지고 기술도 더 늘었겠지만, 향유자의 입장에선 2000년 전후의 한국 힙합 씬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씬의 움직임이라든지 전체적인 분위기로 볼 때. 이제 [대한민국] 같은 기획은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만들어진다 해도 그때만큼 흥미를 끌지 못할 것 같다. 이 노래 좋아해서 사람들과 같이 "하나 하면 힙요, 둘 하면 합" 뭐 이러고 따라 놀곤 했었다. 부끄럽진 않다.-_- 솔스켑은 이런 비트도 잘 만들고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일 스킬즈도 이렇게 셋이 함께 할 때 가장 빛났고. "지금 내가 행하는 건 힙합의 클라식"
"수천수만 명의 사람이 한 번 듣고 잊어버리는 음악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수천수만 번 들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겠습니다." (W의 배영준) 이 수상소감은 지금 봐도 좀 멋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음반을 두고 누군가 "인생의 음반"이라고 말하면 아무리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은 들어보려고 한다. 물론 역시나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수지만.-_- 이 수상소감을 말할 때의 W나 그 전의 WTSE 시절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아련하니 좋다. 윤상의 을 동기 삼아 만든, 윤상에게 바치는 오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