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앨범이 집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도 사고팔고를 반복해서 산 게 마지막이었는지 판 게 마지막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어제 북오프에서 이 시디를 보고 어쩔까 1분 정도 고민하다가 그냥 사기로 했다. 찾을 엄두는 안 나고, 혹여 나중에 찾게 되면 그때 다른 사람 주면 되는 거고. 싸게 샀다. 5,500원, 그것도 지구반! 특유의 신비로운 이미지 때문에 가진 것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1, 2집의 음악들은 인정해줄 만하다. 보통 이나 , 이 많이 얘기되지만, 가장 좋아한 노래는 바로 이 , 용녀! 그러고보니 미드나잇이 생각을 떠났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어제 공연을 보고 왔다. 한 마디로, 이런 대단한 밴드의 공연을 겨우 이 정도 수의 관객만이 봤다는 게 아쉽고 또 아쉬웠다. 정말 한국에선 메탈이 망한 장르인 건지, 평론가나 관계자라고 할 만한 사람도 내 눈으로 확인한 건 딱 한 명뿐이었다. 지난 앨범인 [New World Shadows]와 올해 발표한 [Beyond], 이렇게 연이어 '역대급'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한, 그러니까 지금 멜로딕 데스 메탈 씬에서 짱먹고 있는 밴드에게 너무 무심하거나 무지한 것 같다. 비록 민망할 정도로 적은 수의 관객이 왔지만 멤버들은 최선을 다하며 공연을 즐겼다. 핀란드 애들이 착해! 음악처럼 정말 '품격'이 있는 공연이었다. 공격성과 서정성, 그리고 그 사이로 전해지는 우수까지 훌륭하게 전달한 공연.
이 앨범을 이제야 소개한다. 한동안 가장 즐겨 들었던 앨범이다. 사실 큰 기대 없이 틀었다가 선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좀 울컥했다. 정말 삶의 더께가 잔뜩 끼여 있는 듯한 목소리. 과거와 비교하자면 목소리는 더없이 거칠어지고 음역도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대신에 삶을 견뎌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남았다. [박성연 with strings]라는 제목이지만 현들이 그리 과하지 않게 등장하고, 각각의 악기 연주들을 듣는 재미도 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란 얘기다. 오늘 공감 공연을 가려고 했는데, 밀린 일들이 있어 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선생은 공감 공연을 앞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다. "외롭고 괴로울 때면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르게 되겠구나. 사람들은 나..
그냥 스쳐 보낼 뻔한 이름인데 운 좋게 '젠-얼론'이란 이름을 입력해둘 수 있게 됐다. 젠-얼론은 임현종의 솔로 프로젝트고, 임현종은 99앵거에서 드럼을, 텐 미니츠 레이터에서 보컬을 맡았던 인물이다. 텐 미니츠 레이터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타운홀 레코드의 컴필레이션 음반 [new kids on the townhall]에 참여했던 펑크/하드코어 밴드다. 가 처음 들은 젠-얼론의 노랜데, 듣는 순간 반해버렸다.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노래. 어쿠스틱한 이모 감성을 듬뿍 담고서 격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 나는 반해버린다. 한국적인 감성 따위 저리 치워버리고 원류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 는 앨범의 표제곡이자 첫 곡으로, 비록 2분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젠-얼론의 색깔을 보여주기..
낯선 이름이다. 색소폰 연주자인 김오키는 실제로 국내 재즈 씬과 교류가 거의 없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앨범 재킷까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앨범은 그 안의 음악 역시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아방가르드 재즈로 분류할 수 있을 텐데, 음악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앨범을 듣는 동안 계속해서 지속되고 전달된다. 같은 곡은 굳이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렬하며 깊은 잔향을 남긴다. 이 원초적인 소리들과 묘한 뽕끼는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생각지 못한 한 방.
어제도 귀찮아서 펜타를 갈까 말까 열라 고민하다가 스키드 로우의 비디오를 보면서 큰! 결심을 했는데, 오늘도 또 같은 병이 도져서 스웨이드 비디오를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와 을 들으러 가자! 언제까지 버너드 버틀러 타령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리처드 오크스 시절도 나쁘진 않았지만, 나에게 스웨이드는 어쩔 수 없이 1, 2집의 추억이 너무 세다. 이렇게 나이 든 뒤의 공연 영상은 이번에 처음 찾아보는 건데 리처드 오크스 왜 이리 후덕해졌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어쨌거나 오늘은 스토리 오브 더 이어랑 스웨이드만 믿고 가자.
이건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앨범. 포스트 록에 블랙 메탈의 스크리밍 보컬이 얹어진다. 내 얼굴은 홍조를 띄고. 어떻게 보면 식상한 조합일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으로 음악 하는 팀도 없는 것 같다. 또 단순히 조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포스트 록으로서도 훌륭하고 보컬도 아주 내 취향이다. 첫 곡을 듣는 순간부터 이건 나의 '올해의 앨범'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첫 곡뿐 아니라 모든 곡이 다 훌륭했고, 몇몇 지점에서는 장엄함에 울컥하기도 했다. 감동적이다.
내일 산이의 온스테이지 촬영이 있다. 모처의 폐건물에서 영상을 찍을 예정이다. 산이가 의욕이 넘쳐 이것저것 막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을 것 같고, 실제로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피-타입도 온스테이지 영상을 찍었는데, 힙합이건 록이건 잘 하는 사람들이 대접 받았으면 좋겠다. 산이가 JYP를 나온 것도 환영! 지금의 산이를 있게 한 . 이거 하나만 들어도 산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진짜로 음절 하나하나에 그루브를 박아놓은 것 같다. 영상 밑에 달린 댓글처럼 산이는 "맛좋은 산이나 파는 애"가 아니다. 어제 일 때문에 아웃사이더의 새 EP를 들으면서 이-센스나 산이가 얼마나 소중한 래퍼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2.
얼마 전에 이-센스가 아메바 컬처와 계약이 끝났단 얘기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들리는 얘기로는 그리 좋게 끝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제 제대로 된 이-센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이-센스가 이 믹스테이프를 발표할 때만 해도 언더그라운드를 모두 씹어 먹고 랩 게임의 승자가 될 줄 알았는데 슈프림 팀을 만들고 아메바 컬처에 들어가면서 죽도 밥도 아니게 돼버렸다. 생각해보면 이 당시에 이-센스를 비롯해서 산이, 스윙스, 쌈디, 도끼 등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다시 한 번 한국 힙합이 확 오를 줄 알았는데 급격하게 꺼져버렸다. 이-센스가 독기 품고 제대로 된 언더그라운드 힙합 앨범 한 장만 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센스의 실력이면 그 정도 기대를 갖는 건 당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