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헬로윈의 음악을 자주 듣다 보니 앤디 데리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헬로윈의 보컬리스트가 된지 이제 20년이 됐는데도 아직까지 전임 보컬리스트 미하엘 키스케를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아직도 라이브 세트리스트에는 25년 전에 나온 [keeper of the seven keys]의 곡들이 상당수 올라있고, 실제로 공연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곡들도 이 곡들이다. 앤디 데리스가 가입한 뒤에 발표한 앨범들이 평균적으로 꽤나 준수했음에도.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노래, 를 남긴 거라고 할까. 미하엘 키스케의 그림자가 없는 온전한 앤디 데리스의 노래. 이 실황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가졌던 공연인데, 남미 형들은 언제 봐도 ㅎㄷㄷ.
이런 저런 음악들을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듣게 되는 음악은 역시 헤비메탈이다. 최근에 좀 무리를 하면서까지 헤비메탈 앨범들을 잔뜩 사들였다. 특히 1980년대 스래쉬 '골든 에라' 시절의 음반은 웬만하면 다 사두려고 하는 편이다. 리마스터링된 것도 필요 없고 그 시절의 조악한 음질로 듣는 게 더 좋다. 특히 스래쉬 메탈의 경우에 더 그렇다. 예를 들어 메가데스의 첫 앨범 [killing is my business... and business is good]은 리마스터링되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지만, 난 전의 그 지글거리는 사운드에 더 정이 간다. 뭔가 더 날 것의 느낌이 나서 좋다. 오늘은 한 장 두 장 모으고 있는 오버킬의 음반 가운데 한 곡. 메탈리카의 과 비슷한 리프가 나오..
내 또래에게 헬로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밴드다. 당시 [keeper of the seven keys]가 몰고 왔던 인기는 정말 대단해서 (한국에서만은) 메탈리카가 부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앨범 [straight out of hell]이 국내 발매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으며 한 시대가 갔다는 걸 실감했다. 요즘 뜬금없이 헬로윈 바람이 불어서 예전 앨범들을 다시 듣고 있다. [keeper of the seven keys] 시리즈를 빼고는 모두 팔았었는데 갑자기 초기 앨범들이 듣고 싶어져 [helloween]과 [walls of jericho]를 중고로 다시 샀다. 요즘 나온 것들은 두 장이 합본 형태로 담겨 있는데, (못난 덕후심에-_-) 그런 합본 음반을 싫어해서 더 비싼 돈 주고 두 장의 음반을 따..
2000년, 혜성처럼 등장한 버벌 진트. 한국 힙합 역사에서 으뜸가는 디스(diss) 곡이라 생각한다. (욕설, 성적 비하/비속어 주의) 그래 좆도 몰라 유치한 rhyme을 조물락 길지 않은 verse에도 flow는 호흡 곤란 조pd he's a wack 초보자 he ain't spittin' rhymes he just suck on the microphone a lot 콧물 가득한 안타까운 목소리가 밤새워 고민한 망가진 flow에다 애송이 rhyme을 들려줄 때 조용히 난 웃곤 하지 oh my god,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가 고만고만한 rap을 지껄이다 우릴 보고 도망 가 쪼다 hip-hopper들을 따먹고 느끼는 포만감 4wd & verbal jint의 치밀한 2인조 강간 좋아라 좋아라? 당하며 느낄..
세상의 전체인구와 또한 교통신수단이 함께 사라져버린 아득히 먼 훗날 만약에 우리가 오직 단 둘이만 존재한다 해봐 물론 가정일 뿐이야 더구나 우리는 각자 위치한 곳이 달라 서로가 존재한단 건 알고 있지만 말이야 그래 난 대체 그대가 어느 곳쯤에 가 있는지도 몰라 그런 내 기분 상상을 해봐 하루해가 간 후에야 바로 내가 미궁에 빠진 걸 깨닫게 되고 하늘에다 원망을 뱉고 나를 왜 또 시험에 들게 하나 계속 고민하겠지 괴롭게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난 삶이란 가치와 내 목숨 이 두 가지만은 버릴 수 없다는 건 내가 살아가는 법 남들과 다른 건 바로 내 안엔 분명 네가 존재한다는 것 몇 달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강을 따라 걷다가 의미 없이 그렇게 시간은 간다 가능한 난 말을 한다 다른 건 다 참을 만한데 언어를 잃어..
작년에 나온 진보의 (비공식) 새 앨범. [krnb]라는 앨범 제목처럼 케이-팝을 진보 나름대로의 알앤비로 변신시켰다. 빛과 소금의 , 서태지와 아이들의 , 소녀시대의 , 태양의 , 2ne1의 등 진보가 어린 시절 좋아했거나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팀들의 노래를 재해석했다. 이 노래는 듀스의 에 실비아 스트리플린의 를 더해 상큼한 디스코 튠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이즘에서는 이 노래에 대해 너무 샘플에 의존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별로 동의하지 못하겠다. 오히려 두 노래를 이 정도로 잘 조화시킨 것만으로도 진보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반으로 발매되지는 않았고, 온라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아주 모범적인 '리메이크' 앨범.
작년 12월부터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은 나후의 데뷔 앨범 [eternal recurrence of carnage]였다. 다음 뮤직 '이 달의 앨범'에도 추천을 하려고 했는데 정식으로 유통을 하질 않아서. 청주 출신의 그라인드코어 밴드로 기타/보컬과 드럼, 2인조로 구성돼있다(같은 청주 출신인 13 스텝스 등과 함께 MF 크루를 만들기도 했다). 장르에 충실하게 짧지만 강렬한 음악을 내놨다. 모두 21곡이 담겨있지만 앨범 전체가 21분이 채 되지 않는다. 평균 곡당 길이가 1분 안팎이라는 얘기. 과격하고 살벌하다. 특히 보컬 사류의 악랄한 스크림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앨범 전체를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고, 유튜브에서도 모든 곡을 다 들을 수 있다. 난 시디로 샀다. 에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