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무하란 이름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때 들었던 정태춘의 [무진 새 노래](1988) 앨범을 통해서였다. 그는 그 앨범에서 정태춘과 함께 을 불렀다. 그 뒤 하덕규, 조동익, 함춘호 등의 도움을 받아 하나음악에서 [고향]이라는 앨범을 냈다. 당시에 들었던 감상과 지금 다시 듣는 감상은 사뭇 다르다(와 닿는 게 지금 더 많다는 얘기다). 그 뒤에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CCM을 만들어온 그가 22년 만에 대중가요(?) 음반을 발표했다. 역시 CCM 활동을 하며 정태춘 등과 작업해온 최성규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 앨범에 새로운 건 아무 것도 없다. 거칠게 말하자면 22년 전의 [고향]과 선이 닿는 정말 '구식' 노래다. 하지만 노래에서 전해지는 은근한 감흥은 그 구식 노래만이 전할 수 있는 것이다. ..
[겨레의 노래]는 '세대, 계층간의 벽을 넘어 다 함께 부르는 노래를 찾아보자'란 취지로 민기 형이 주도해서 음악가들과 일반인들, 어린이들이 함께 한 앨범이다. 나에게 이 앨범은 인권이 형이 부른 로 기억되는데, 인권이 형이 날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받았던 감동은 지금도 그대로다. 이젠 광석이 형의 목소리로 더 유명하고 완전한 광석이 형의 노래가 됐지만, 나에겐 광석이 형 것보다 먼저 접했던 이 노래의 울림이 더 크다. 너무 처절하고 그래서 더 절절하다. 오늘이 월요일이니 입대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모두 무사히 전역하길 바란다.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빛 꿈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항해했었지 눈부신 햇살 아래 이름 모를 풀잎들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갔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사랑이라 말하며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고 길 잃은 아이처럼 울먹이며 돌아서던 우리 차가운 눈길 속에 홀로 서는 것을 배우며 마지막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갔었지 숨 가쁜 생활 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빛바..
이 앨범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재생 시간 80분에 곡은 4곡. 스위스 베른 출신의 토비아스 모클(?)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쳐 만든 이 앨범은 블랙 메탈이 들려줄 수 있는 극한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바람소리는 마치 연주처럼 배경으로 깔리고, '소음'이라고 해도 좋을 연주와 보컬이 악귀처럼 따라 붙는다. 하지만 그 조져대는 기타와 드럼 사이의 '다크 앰비언트'는 마치 홀린 것처럼 음악을 반복해 듣게 만든다. 난 처음 블랙 메탈을 음악이 아닌 글로 접했다. 군 시절에 몰래 보던 [핫뮤직]을 통해 블랙 메탈이란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글들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했던 음악이 지금 이 음악과 닮아있지 않나 싶다. 블랙 메탈이 가진 순수성이나 원초성만으로도 이 앨범은 높..
영국의 슬러지/포스트 메탈 밴드 라이트 베어러의 새 앨범. 긴 곡 만드는 건 여전해 10분 이상이 5곡, 그 가운데서 15분 이상이 3곡이다. 특히 앨범의 시작을 여는 18분짜리 과 맺음을 하는 19분짜리 이 곡은 완벽하게 앨범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조금씩은 다른 정서와 무드가 모여 한 곡을 이루고, 이것들이 다시 하나의 앨범이 된다. 아름답고 장엄하고 숭고하다. + 생각해보니, 한국에는 이쪽 음악을 하는 밴드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많이 좋아라 해줄 텐데.
금요일에 로다운 30 공연을 보다 보니 노이즈가든 생각이 났다. 지금의 로다운 30도 좋지만 노이즈가든의 음악을 먼저 들은 입장에선 노이즈가든을 로다운 30보다 앞에 세울 수밖에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그날'의 영상이 올라와있다. 2009년 2월 14일. 노이즈가든이란 이름으로 마지막 공연을 한 날이다. 활동 중단 상태였던 노이즈가든은 보컬리스트 박건의 캐나다 이민으로 완전하게 끝을 맺는다. 박건이 이민 가기 전에 가졌던 마지막 콘서트. 이 날 현장에는 나도 있었다. 오랜만에 노이즈가든을 보는 반가움과 이게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복잡하게 뒤엉켜있었다. 처음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접속곡을 들었던 순간을 아직 잊지 못한다. 이제는 음반을 구할 수도 없고, 음원 역시 들을 수가 없다. 이런 ..
요 며칠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밤길에 이 앨범을 반복해 들었다. '나이트 베드스'라는 이름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유독 밤에 잘 어울린다. 윈스턴 옐런이라는 젊은이의 목소리. 정처 없이 미국 전역을 떠돌다 내슈빌에서 오래된 빈 집을 발견하고, 그 집에서 자니 캐쉬가 잠시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예 거기서 음반 녹음을 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본 이베어, 선 킬 문, 라이언 아담스 등의 이름이 스쳐 지나는, 새로울 것 없는 포크/얼트 컨트리 음악으로 묶일 수 있겠지만, 언제나 잘 만들어진 음악은 곡 자체로 새로움을 준다. 특히 이 곡(과 보컬)은 처음 듣던 순간부터 깊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