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빅토리 레이블을 대표하는 멜로딕 하드코어 밴드, 컴백 키드의 새 앨범이 나왔다. 몇 년 전 을 듣고서 느꼈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새 앨범 역시 기존의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공격성에 섬세한 멜로디 라인, 그리고 컴백 키드만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떼창까지(이 떼창 때문에 직접 라이브를 보고 싶기도 하다), 컴백 키드의 색깔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광포한 사운드에 이 정도의 캐치한 멜로디를 담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컴백 키드는 몇 년째 이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는 밴드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방구석 뮤지션 발견. 마크 하드리스의 원맨밴드인 퍼퓸 지니어스의 첫 앨범이다. 마타도어에서 대박 하나 건진 것 같다. 건반 위주로 끌어가는 곡은 굉장히 미니멀하고 로-파이하게 들리지만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멜로디는 분명하게 살아있다. 특히 앨범 중반부터 키보드로 만들어내는 무드가 아주 근사하다. 무심한 듯 부르는 보컬에도 어쩔 수 없는 연약함이 묻어난다. 앨범의 표제곡이자 첫 곡인 이 노래에선 코러스를 더하는 목소리가 흡사 샘 빔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 노래에서만이다. 때론 침잠하게 하고, 때로는 경건하게 하고, 때로는 부유하게도 하는, 나에겐 꼭 맞춤한 방구석 앨범.
차례로, 썰물의 , 에밀레의 , 서울대 트리오의 이다. 역시 차례로, 1978년 제2회 대학가요제 대상, 1983년 제7회 대학가요제 대상,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동상을 수상했다. 썰물은 부산대 재학생들답게 바다를 소재로 노래했는데 남성들의 화음과 통기타, 바이올린만 가지고 아트 록이라 불러도 무방할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시대가 변한 것도 있겠지만 지금 대학생들은 이런 음악을 다시는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에밀레의 노래는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던 노래. 남성의 저음이 갖고 있는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이라 생각한다(이후로 공일오비의 객원 보컬이었던 정연욱 정도가 있을까?).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따라하게 된다. 지금도 역시.-_- 서울대 트리오는 원래는 멤버들 각자의 이름을 걸고 출전..
올해는 헤비메탈 풍년이다. 지금으로선 연말 결산 할 때 상당수의 헤비메탈 앨범이 들어갈 것 같다. 요즘 가장 즐겁게 들은 헤비메탈 앨범은 단연 억셉트! 무려 16년 만의 신보지만 오히려 더 강렬하고 화끈해졌다. 밴드의 이미지를 대표하던 우도가 빠져 여러 우려를 낳긴 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새로 들어온 보컬리스트 마크 토닐로의 목청은 우도 이상이다. 현재의 기량(혹은 파괴력)만으로 볼 때 마크의 기량이 월등하다. 그리고 밴드의 핵심 울프 호프만이 건재하다. 정말 이 앨범은 헤비메탈 리프의 교과서로 삼아도 될 정도다. 리프의, 리프에 의한, 리프를 위한 헤비메탈.
김경모의 새 밴드.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활동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은 음악인이지만 그래도 2000년대 초반부터 좋아했었다. 줄리아 하트에서도 잠깐 활동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보컬을 김경모가 맡았어야지 싶다.-_- 어쨌거나 영국에서 머물면서 그때 썼던 작품들을 이번에 이피로 공개했다. 영국에서 만난 조 홀릭과 함께 한 결과물이다. 음악을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한국 음악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철저하게 외국 음악들에 감흥하고 그 세례를 받은 이가 만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멜로디들이 귀에 따라붙었다. 공간감 가득한 사운드 사이로 소곤소곤한 멜로디들이 시종일관 펼쳐진다. 1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기분 좋은 노곤함을 맘껏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