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912)
농담 (202)
earache (710)
346,312 Visitors up to today!
Today 42 hit, Yesterday 215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3/05/17 12:36


얼마 전 인디 관련 음반 리스트를 만들 일이 있었는데,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언니네 이발관의 [후일담]을 맨 위에 놓았다. 이석원과 정대욱, 둘의 '경쟁'이 만들어낸 다시없을 앨범.

이석원: (정)대욱이랑 같이 계속 갔으면 나름대로 좋은 부분은 있었을 것이다. 대욱이가 '메이킹'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리더의 포용력'을 얘기한다면…. 내가 밴드를 오래 하다 보니 밴드는 민주주의를 해서는 안 굴러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리더가 절대적인 독재를 해야 하고, 다른 멤버들이 거기에 따라와 주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물론 아주 예외도 있다. 크라잉 넛 같은 경우는 누가 리더인지 잘 모르겠고 맨날 치고받고 하면서도 잘 굴러간다. 노 브레인, 노이즈가든과 같은 뛰어난 밴드들뿐만 아니라 수백수천의 밴드들이 명멸하는 이유 중에는 리더가 독재를 하려는 것을 나머지 멤버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대욱이는 중3 때 언니네를 시작했고, 워낙 나이 차이가 많아서 1집 때는 그게(독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2집 때는 걔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나와 음악적으로 끊임없이 경쟁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게 생산적인 경쟁이 아니었다. 한 곡에서 기타가 보컬과 경쟁하려고 하면 그건 팝 밴드로서는 '꽝'이다. 헤비메탈 밴드는 기타가 노래의 핵이지만 팝 밴드는 노래 멜로디가 무조건 1등이기 때문에 기타는 서브하거나 자기 자리에서만 나서야 한다. 하지만 대욱이 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2집의 <순수함이라곤 없는 정>에서 노래 멜로디가 있는데도 기타로 계속 멜로디를 쳤다. (현재 들을 수 있는 곡은) 믹싱할 때 꽤 덜어낸 것이다. 그러한 부분들 때문에 대욱이랑 갈라서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다.

대욱이도 워낙에 창조적인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언젠가 줄리아 하트 합주하는 것을 가서 보았는데 내가 하듯이 하고 있었다. 합주하면서 계속 멤버들에게 오더를 주는데, "약간 느리게, 약간 빨리 한 번 더 돌리고" 이런 식이다. 이런 것은 언니네 2집 녹음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드럼 치던 (김)태윤이도 워낙에 경력이 오래 됐고 (이)상문이도 그렇기 때문에 1집에서처럼 수족 부리듯이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대욱이가 줄리아 하트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는 "아, 대욱이가 나처럼 자리를 찾았구나. 저게 대욱이가 있어야 할 자리구나"라고 생각했다. 대욱이는 내게는 '이혼한 부인' 같은 느낌이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지만 영원히 내 마음 속에 있는 존재이다. 대욱이랑 나랑 1, 2집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은 너무나 극단적이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 상문이도 태윤이도 모른다.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은 분명한데, 더 이상 음악을 같이 할 수는 없다.

2013/05/14 17:26
숨 막힐 듯한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었어
우린 역행하듯 더 거칠게 달릴 수밖에 없었어
너의 추억이 손에 잡힐 듯 어제 일인 것 같아
어두운 거울에 비친 모습은 실제보다 더 가깝게 보이곤 해

너의 노래와 나의 언어로 서로의 자신을 찾고
외로움으로 뭉친 가슴의 이 덩어리를 사랑이라 믿고
단골집 이모가 제발 싸움은 밖에 나가 하라고 하기에
우린 밖으로 뛰쳐나가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고함쳤지

네가 날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해야 했어
왜 내게 말할 수 없었니 그렇게 날 믿지 못했니
왜 그렇게 떠나가야 했니

첫 녹음을 하고 인정이란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그것에 중독되어 더 많은 욕망과 불안을 알게 되고
네가 날 필요로 했을 때 난 나만의 이유로 거기에 없었고
나의 친구이자 형제였던 넌 그렇게 떠나가야 했지

우리의 노래는 너의 덕분에 아직 살아남아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의 너보단 내 곁에 있는 네가 필요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지만 함께 취해주는 사람들뿐이고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남들이 먼저 다 하고 떠나갔고…

-김창기 새 앨범 [내 머리 속의 가시] 가운데 <광석이에게>
2013/04/29 16:21


삶창(난 예전 이름 '삶이 보이는 창'이 더 좋다)에서 나온 류인숙의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를 읽었다. 노래들을 소재로, 그 노래에 대한 감상과 노래와 관련한 글쓴이의 여러 가지 추억들을 풀어 쓴 책이다. 이런 형식의 책들은 꽤 많지만(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닉 혼비의 노래들'), 가장 만족스럽게 읽었다. 김민기부터 김광석, 산울림, 박은옥 등등 주로 옛날 노래들이 많이 나오고 글쓴이의 이야기도 주로 먼 기억 속에서 나오는데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들이 굉장한 위로가 돼주었다. '위로'받는다는 것에서 김난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서울 공장으로 일하러 떠나는 글쓴이를 보기 위해 새벽에 환타와 보름달 빵을 사가지고 온 친구의 마음을, 떠나기 전 남동생의 참고서에 삼천 원을 넣으며 동생이 좋아하는 만두를 사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누나의 마음을 김난도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할 것이다. 삶의 결, 위로의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삽입된 신대기의 사진도 두고두고 음미할 만하다. "남들처럼 변변한 등산장비 하나 없이 그 무수한 산들을 오르며 불렀던 노래를 그 산들은 기억할까. 노래는 고단한 우리들의 삶에 늘 위로였다. 그런 노래를 닮고 있는 삶이여, 고맙습니다."
prev"" #1 #2 #3 #4 #5 ... #304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