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을 보질 않아서 몰랐는데, [mission] 주제곡을 노래로 부른 소프라노의 영상이 화제가 됐었나보다. '남자의 자격' 덕분에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가 유명해진 모양인데, 나에겐 이 앨범의 노래가 더 친숙하다. 이 노래를 부른 둘스 폰투스는 포르투갈 파두를 대표하는 가수로, 소프라노들처럼 청아한 맛은 없지만 성량도 좋고 개성도 있어 자주 듣는 편이다. 워낙에 곡 자체가 좋기도 하고. 모리코네 옹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친숙한 곡들이 둘스 폰투스의 목소리로 담겨있다.
한때는 피스빌 레이블을 대표하던 익스트림 메탈 밴드였지만, 지금의 모습에서 과거의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런 경향은 더 심해졌지만, 특히나 이번 앨범은 그런 변화의 끝이 아닐까 할 정도로 극적이다. 누군가는 "아나테마가 콜드플레이가 돼버렸다"고 써놨던데 그게 칭찬인지 한탄인지는 모르겠다. 나 같은 곡은 예전 팬들에겐 충격적일 지도 모르는 팝 싱글이지만, 그 곡들이 다 매력이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물론 익스트림 메탈을 하던 시절에도 계속 가지고 있던 프로그레시브적인 접근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이제 아나테마가 원하는 방향은 좀 더 대중적인 포큐파인 트리일 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서의 아나테마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내가 사랑하는 목소리.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이승철이 부른 를 들었다. 대중적인 인지도 때문에 이승철의 노래가 더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자인 광현이 형이 부른 노래가 나에겐 더 와 닿는다. 1집에 있는 원곡보다 이 묘한 베스트 앨범에 담겨 있는 버전이 더 맘에 든다. 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 그리고 이 베스트 앨범도 정말 괜찮다. 자신의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해 실었는데 다 나름의 맛을 내고 있다. 구하기가 쉬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성인 가요'가 듣고 싶다면 한 장쯤 사둬도 좋다. 적당히 나른하면서 아름다운 노래와 연주가 담겨있다.
경축. 완전소중안토니 이피 발매. 새 앨범은 가을쯤 나올 모양이다. 이번 이피엔 다섯 곡이 들어있고, 존 레논의 커버 버전이 눈에 띈다. 나머지 노래들은, 안토니 기존의 색깔 그대로다(물론 역시 안토니의 색깔을 가득 담아 불렀다). 난 안토니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 없이 지금의 스타일을 그대로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다. 고풍스런 카바레 음악에 안토니의 목소리만 얹어진다면 영원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씩 외도를 하고 싶을 때는 허큘리스 앤 러브 어페어 같은 거 하면 되고. 뮤직비디오 속의 주인공은 1990년대 초반 뉴욕에 막 도착한 어린 시절의 안토니라 한다. 음반 사진 역시 안토니의 소싯적 모습. 나도 thank you, antony!
크래쉬 새 앨범 발매 기념으로 오랜만에 1집 감상. 정말 많이 들었던 앨범이다. 그동안 많은 게 변했다. 이 앨범을 낼 당시 18살이던 정용욱은 이제 30대 중반이 됐고, 팀을 떠났던 윤두병은 다시 돌아왔고, 국내 메탈 팬들의 자랑이던 이 앨범은 이제 절판이 돼 더 이상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은 건 이 앨범이 죽여준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설레고 또 설레며 이 앨범을 들었던가. 그때를 함께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조선 메탈 역사에서 맨 앞자락에 자리해야 하는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