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음악을 했지만 인기와는 그다지 연이 없었던 불운한 보컬리스트. 시나위의 보컬도 해보고 엑스(X)라는 이름으로 댄스 뮤직 비슷한 것도 했었는데 크게 재미를 본 적은 없었다. 데뷔 때부터 신대철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배출한 '특종 TV 연예'의 신인 무대에도 섰었지만 목소리가 부담스러운 건지 대중들에겐 어필하지 못했다. 지금 보니까 드라마 '에덴의 동쪽'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했던데 그의 노래가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신대철과 손성훈이 함께 한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노래. 이 노래만은 히트했어야 했는데.

정말 개쩔었다. 웬만한 록 밴드 공연보다 더 뜨겁고 열정적인 공연이었다.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랙쏫 이 인간은 거의 90분간을 쉬지 않고 랩을 토해내는데 지금까지 본 모든 '보컬리스트'들 가운데 가히 최고였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곡은 원곡처럼 서정적으로 연주하지도 않았고 에리카 바두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맛깔나게 편곡해냈다. 공연장에 국내 흑인음악 계열 뮤지션들 열라 많이 왔던데 다들 보고 '급'이란 걸 생각하면서 집에 갔을 듯.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새해 첫 지름. 클라투의 박스세트를 샀다. 리버맨에서 100세트로 한정 발매했고,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국으로 반출 금지란다. 당연히 이베이에서도 판매해선 안 된다고 한다. 그게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처음 예약판매 뜬 것 보고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발매하자마자 다 품절이 돼버렸다. 그제야 부랴부랴 퍼플 사장님께 클라투 박스세트 남아있냐고 전화로 물어보고 지금 막 들어왔다고 해서 하나 챙겨달라고 하고 어제 찾아왔다. 비틀즈 멤버들이 만든 가상의 밴드였다는 소문은 워낙 유명한 사실이고. 옛날엔 음악 좀 듣는다고 침 좀 뱉던 형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는데, 암튼간에 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좋다. 불량인 것 빼면 실제론 95세트 정도 풀렸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이 세트 가지고 있는..

다시, 이장혁. 데모와 빵 컴필레이션 앨범에 있는 버전을 계속 들으면서도 가사를 유심히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 길, 머릿속으로 가사를 따라가다가 순간 섬뜩한 생각한 들어 스톱 버튼을 눌렀다. 누구를 얘기하는지는 가사를 보면 알 것이다. 수학을 잘 했었던 너무 말이 없었던 벙어리 같던 아이 조 아무도 니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지 누구도 널 몰랐어 조 모세가 되고 싶던 그러나 니 손엔 지팡이 대신 총 예수가 되고 싶던 그러나 니 맘에 사랑 아닌 분노 분노만이 금이 간 니 마음은 너도 손쓸 틈 없이 자꾸만 더 갈라져 갈라진 그 틈으로 어둠은 스며들어 널 가지고 말았어 생의 마지막 수학 셈 하듯 그들을 하나씩 눕히며 피로 물든 방정식 마침내 니 머리에 검붉은 마침표를 찍었지 아무도 내 이름을 ..

우리 사이에 놓여있는 차가운 얼음강이 녹네 강 건너 서로를 마주 보며 우리는 울며 서있네 저리로 건너면 두 번 다신 되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멀리서 서성이다 강물만 바라보고 있네 조금씩 번지는 봄기운에 두텁던 얼음강이 녹네 그 위로 건너길 기다리다 지쳐버린 얼음강이 녹네 거세게 흐르는 저 강물로 빠질까 두려워 떨며 해야 할 말들만 저 강물로 울면서 던지고 있네 그대는 사랑을 믿나 채울 수 없는 갈망 그대는 사랑을 아나 천천히 퍼져가는 독 그대는 건널 수 있나 차갑고 거센 강물 그대는 걸을 수 있나 갈라져 녹는 얼음강

1974년 열렸던 한국가요제 앨범이다. 거창한 이름은 별 건 아니고 그냥 한국일보사에서 주최해서 한국가요제다. 응모 기준이나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기존 기성 가수들이나 작곡가들도 다 참가 가능했던 모양이다. 윤항기, 박상규, 송창식 등 익숙한 이름들도 눈에 많이 띈다. 약간 놀라왔던 사실은 한대수가 만든 가 수록돼있는 것. 난 이 노래가 부인과의 이별 후 절망적인 상태에서 만든 건 줄 알고 있었고, 본인 또한 그런 식으로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1974년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어쨌거나 그 노래보다는 대상 수상곡인 감상. 박경희 말고도 이후에 여러 가수들에 의해 불렸었다. 수록곡들에 굉장한 기대를 품고 산 건 아니고 그냥 이 당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듣고 싶어서. 앨범 크레딧에는 반주: 한국가요제 오..

여유가 될 때마다 ecm 음반들을 한 장씩 사두는 편인데, 그 가운데서도 트럼페터의 음반들을 좋아라 한다. 아르베 헨릭센은 노르웨이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로, 스타일 면에서 밑에 나윤선 포스트에서 언급한 마타아스 에익의 선배 격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 무심하면서 메마르고 미니멀한 스타일. ecm에서 나오는 음반들이 재즈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그 규격 밖으로 꺼내도 될법한 음악들이 많다. 아르베 헨릭센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철저한 감상용 음악이다. + 앨범에는 재팬의 데이빗 실비앙도 참여해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