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뮤지컬 배우가 낸 재즈 앨범이란다. 라디오헤드의 노래들로만 앨범을 채웠다. 정직하게(?) , , 등의 유명한 노래들 위주로 커버했다. 몇몇은 좋고, 몇몇은 맘에 들지 않는다. 같은 경우는 완전 오버라고 생각한다. 앨범 전체적인 흐름으로도 그렇고, 개별 편곡으로도 그렇다. 은 라디오헤드 곡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노랜데, 곡이 워낙 좋기 때문에 웬만하면 어떻게 부르든 다 좋게 들린다. 내가 불러도 좋게 들릴 듯.-_- 앨범에서는 피아노 한 대에 맞춰 노래하고 있는데, 그 점만 제외한다면 노래든 연주든 원곡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써스데이와 엔비의 스플릿 앨범. 써스데이가 네 곡, 엔비가 세 곡을 연주했다. 써스데이의 음악이 많이 변해서 흥미롭다. 포스트-하드코어 씬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밴드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제 얘들도 슬슬 진화를 꾀하고 있는 듯. 이번에 레이블도 에피탑이랑 계약했다고 하던데 비록 메이저에서 내려왔을지언정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 하기는 더 편할 것 같다. 보컬이 들어간 곡은 제프 리클리의 호소력 짙은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기존 써스데이의 색깔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연주곡 두 곡은 엔비의 영향을 받은 건지 거의 포스트 록 스타일을 띠고 있다. 그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기계적인 효과까지 더해 오히려 자신들의 스타일을 이미 정립한 듯한 인상이다. 엔비는 제수와 만들었던 스플릿 앨범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

시계 소릴 멈추고 커튼을 내려요 화병 속엔 밤을 넣어 새장엔 봄날을 온갖 것 모두 다 방안에 가득히 그리고 둘이서 이렇게 둘이서 부드러운 당신 손이 어깨에 따뜻할 때 옛 얘기처럼 쌓여진 뽀얀 먼지 위로 은은히 퍼지는 기타소리 들리면 귓가엔 가느란 당신의 숨소리 내가 알고 있는 노래들 가운데 가장 암울한 노래를 뽑는다면 능히 다섯 손가락 안에 포함될 노래이다. 가사만 봐서는 연가에 가깝지만, 노래에서 풍기는 암울한 분위기는 마치 농약이나 청산가리를 놓고 의식을 앞둔 연인들의 마지막 노래처럼 느껴진다.

아일랜드 밴드 벨 엑스원의 세 번째 앨범. 원래 이 앨범은 2005년에 아일랜드에서 발매돼 앨범 차트 1위까지 기록했었는데, 올해 미국 진출을 목표로 곡 순서를 바꾸고 새로운 노래도 넣어서 다시 발매했다. 벨 엑스원의 전신이 주니퍼란 밴드였다는데 여기엔 다미엔 라이스도 멤버로 있었다고. 다미엔 라이스가 솔로 활동을 위해 탈퇴하고 밴드의 드러머였던 폴 누만이 프론트맨으로 나서면서 밴드 이름까지 새롭게 바꿨다고 한다. 청승·찌질 모던 록을 기초로 그리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이것저것 자그마한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 이 곡은 미드 에도 삽입이 됐다고 하는데 는 본 적이 없으니. 무슨 '현대판 베버리 힐스 아이들'이라는 수식이 붙는 청춘드라마라는데 이러니 내가 봤을 리가 없지.-_-

1975년 2집 [고무신]을 마지막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국을 떠났던 한대수는 무려 14년 만에 세 번째 앨범 [무한대]를 만들었다. 놀랍게도 한대수와 함께 앨범을 만든 이들은 당시 한국에서 헤비메탈을 하고 있던 손무현, 김영진, 김민기 같은 젊은이였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게 언젠지는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 신선함에 마음이 설렜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난다. 한대수의 많은 노래들이 그렇지만 가장 유니크한 록 음악 가운데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노래 후반부에 귀신같은 코러스를 넣는 이는 당시 가장 잘 나가는 헤비메탈 보컬리스트였던 김종서이다. 지금이야 '롹전'이란 꾸밈말이 비아냥같이 들릴 정도로 망가진 상태이지만, 한때 그도 이렇게 치열하게 노래하던..

기억에 아마 '90년대 초중반쯤 이 음반이 나왔던 거 같은데, 앨범은 사지 않았지만 라디오에서 종종 흘러나오던 이 노래만은 꽤나 좋아했었다. 이 밴드를 이끌었던 이는 훗날 넥스트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김영석이다. 사실 김영석은 애초 시작부터 이런 팝/록 스타일의 음악을 지향하던 뮤지션이었고, 그런 흐름은 하얀 그림자 때부터 비트, 그리고 이후에 이지훈의 이나 에메랄드 캐슬의 을 만들 때까지 쭉 이어져왔다. 그래서 그의 넥스트 가입이 좀 뜬금없기도 하였고, (나름 생각이 있었겠지만) 줄곧 리더로서 음악을 해왔던 이가 철저히 신해철의 통제에 따르는 모습이 답답해보기도 했었다. (노바소닉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_-) 요즘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은 이런 뻔한 공식의 발..

팻 메스니를 좋아하는 편임에도 사실 이 앨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02년에 발표되었다가 금세 절판이 돼 그간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는데 다행스럽게 올해 10월 다시 재발매됐다. 폴란드 출신의 재즈 싱어인 안나 마리아 조펙은 팻 메스니의 열렬한 팬으로 남편과 레이블을 총동원해 팻 메스니에게 공동 작업을 하자는 러브콜을 계속 보내 2002년 결국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곡은 뭐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 곡의 중후반부터는 팻 형이 예의 '달리는 애수'를 펼쳐 보이긴 하지만, 안나 역시 초반부에 신비한 부유감을 선사해주며 제몫을 한다. 원곡이 워낙 좋으니 어떻게 들어도 좋다.

산울림의 박스세트가 곧 발매된다고 한다. 정규 앨범 13장에 동요집 4장까지 해서 총 17장에 18만 원. 소식을 듣고 약 2분간 고민했지만 지금은 사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낱개로 재발매됐던 음반도 몇 장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지구레코드에서 십여 년 전에 냈던 박스세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 덕후가 아니라능! 세 장의 앨범을 두 장의 시디에 나눠담는 어처구니없는 구성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음원들은 모두 다 있고, 오리지널 음원 외에도 각종 데모나 라이브 트랙들이 보너스 트랙으로 시디마다 삽입되어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이 노래는 2집의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인 의 데모 버전.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훨씬 더 사이키하게 들린다. 정규 버전과는 다르게 김창훈이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