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한 번 포스팅을 했던 것 같은데, 마티아스 에익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트럼펫 연주자이다. 나윤선이 유럽의 연주자들과 함께 앨범을 냈다는 건 앨범을 사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직접 크레딧을 확인하고선 좀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마티아스 에익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앨범에 참여한 것이다. 당연히 앨범의 주인공은 나윤선이지만 마티아스 에익 역시 자신의 색깔 그대로를 앨범에 녹여냈다. 이 곡에서도 역시 그 특유의 무심한 톤으로 사람 마음을 한없이 밑으로 잡아 끌어내리고 있다.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이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어쩌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듣는다 해도 서로 모른 채 지나치는 사람들처럼 그때, 그때의 사소한 기분 같은 건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슬퍼 사실 아니라고 해도 난 아직 믿고 싶어 너는 이 노래를 듣고서 그때의 마음을 기억할까, 조금은 보편적인 노래가 되어 보편적인 날들이 되어 보편적인 일들이 되어 함께한 시간도 장소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 보편적인 사랑의 노래 보편적인 이별의 노래에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그때의 그때 그렇게 소중했었던 마음이 이젠 지키지 못한 그런 일들로만 남아 괜찮아 이제는 그냥 잊어버리자 아무리 아니라 생각을 해보지만

세션 드러머로 유명한 아버지(강윤기)와 함께 한 작품. 피-타입이 계속해서 얘기하는 '옛날 음악'의 분위기나 앨범 타이틀인 '빈티지'스러운 음악 색은 그리 강하지 않게 들린다. 앨범의 방향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연상했던 건 스타일리스틱스나 드라마틱스 같은 음악 위에서 랩을 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요즘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재즈 힙합 같다는 인상이다. 연주랑 랩이랑 좀 안 어울리게 겉도는 노래들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임엔 틀림이 없다. 라이밍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말장난이 어떻게 예술로 발전할 수 있는지 피-타입은 그대로 보여주고 증명한다. 2070년 기계문명이 지배하는 미래세계에 대한 피-타입의 서술.

아, 정말 요즘 너무 잘 듣고 있다. 연말 결산 리스트 맨 앞자락 쪽에서 다시 볼 수 있을 듯. 코스모폴리탄의 음악이라 할 수 있지만 어쩌면 무국적자의 음악에 더 가까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동안 했다. 영어부터 해서 한국어, 히스패닉어로까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무심한 듯 내뱉는 그 가사들이 귀에 착착 감긴다. 특히 (교포임에도) "씨발 나 어떡해" 같은 가사를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노래에 녹여내는 센스는 그 어떤 조선 인민들보다도 뛰어나다. 로큰롤, 개러지 록, 펑크, 신스팝, 스카 등의 다양함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은 말할 나위 없고. 특히 와 가 이어지는 9분간의 시간은 정말 아름답다.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한국 옛 음반들의 재발매 붐 가운데 나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작품이 이 앨범이다. 이 앨범을 듣지 못했다면 김홍탁은 나에게 영원히 재즈 아카데미의 원장이나 비틀즈 노래나 카피하던 기타리스트 정도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싸이키델릭과 재즈 록 등의 즉흥연주를 담은 이 앨범에는 청년의 에너지와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다. 이 곡에서는 플루트 연주가 듣는 이들을 몰입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운데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이 각자 솔로 연주를 펼쳐 보인다. 환각성, 즉흥성, 에너지 등 모든 면에서 동시대 영미 록 음악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박통이란 인간이 없었다면 이 나라 대중음악계는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요즘 멜로딕 파워 메탈 음반들이 땡겨서 좀 찾아들었다. 음악 전체보다는 중간 중간 나오는 현란한 기타 솔로들이 듣고 싶었다. 근데 이제 그쪽 계열 음반들은 헬로윈이나 랩소디 정도를 제외하곤 다 팔아버려서 뭔가 좀 아쉬웠는데, 때마침 이번에 사우론 뮤직에서 라이선스했던 음반들을 싸게 팔기에 몇 장을 구입했다. 한때 의욕을 갖고 헤비메탈 음반 시장에 뛰어들었던 사우론 뮤직이었는데 이번에 폐업정리를 하는지 시디들을 4,900원에 팔아서 감마 레이랑 헤븐리랑 해서 좀 샀다. 감마 레이는 이상하게 나랑 운이 안 닿아서 한 장도 갖고 있질 않았는데 이참에 중기 명작 3장을 구입했다. 이 곡은 원곡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카이 한센도 나름 소화를 잘 해서 꽤나 즐겨 듣는 노래다. 헬로윈 시절부터 카이 한센 보컬이 너무..

이두헌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손가락의 1, 2집은 물론이고, 사실상 이두헌의 개인 프로젝트로 바뀐 3, 4집 앨범도 무척 좋아했다. 그의 음악,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서 풍겨 나오는 쓸쓸한 정서가 무척이나 좋았었다. 노래 앞뒤로 삽입된 비와 천둥소리, 그리고 노랫말은 지금 와서 보면 꽤나 유치한 '장근석 정서'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80년대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그 시대의 정서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두헌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란 제목의 시집을 내기도 했었다. 시집이라고 별 건 아니고 자신의 가사를 책으로 엮은 거였는데, 가사들 밑에 각각의 사연을 세세하게 적어놓았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평소에 잘 따르던 선배가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떠나는 날 선배에게..

요즘 가장 자주 들은 앨범. 들을 때마다 새로운 맛이 난다. 각 트랙들이 딱히 어떤 정형화된 틀을 따르는 것도 아니면서 묘하게 일관된 흐름으로 이어지는 게 흥미롭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 같진 않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그게 더 재미있다. 앨범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는 의 오리지널 버전. 크라잉 넛이 연주를 해줬는데 평소엔 듣기 어려웠던 치열한 록 세션을 들려주고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까지 크라잉 넛의 연주 가운데 가장 맘에 든다. 원래는 이렇게 길게 갈 생각이 없었는데 멤버들이 '삘'을 받아 멈추지 않고 계속 연주를 이어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