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말, 열아홉살 고3 아이들의 글을 읽는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일생에 관하여', 이번 학기 네 번의 글쓰기 주제 중 마지막이다. 딴에는 '주변인'이었고 나름대로는 '질풍노도'였던 시절을 지나며, 보고 듣고 겪은 제 부모의 삶을 쓰게 하고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이런 글을 써 볼 일이 웬만해선 없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글을 쓰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굽이굽이 절절하고 코끝이 아려오는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이 글들에는 경상도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뼈 빠지게 일하고, 20대에는 공장들을 전전하다, 짝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이곳 시골 소도시에 뿌리내린 40대 중·후반들의 고단한 삶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많은 부분들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조..
1. 여름엔 역시 메탈. 디오, 라우드니스, 드림 씨어터 등의 앨범을 들었는데 하- 드림 씨어터 이번 새 앨범 진짜 맘에 든다. 눈꼽만큼도 기대하지 않고 들었는데 감동이 카라코람 산맥 산사태마냥 밀려온다. 1994년에 나온 3집 [awake] 이후 맘에 드는 거니 이게 대체 얼마만이냐. 이 형들, 점점 핑크 플로이드가 되고 싶어 하는 듯. 2. 난 예전부터 유재석에게 묘한 동질감 같은 걸 느껴왔는데 얼마 전에 케이블에서 지석진이 나온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이 형들이 나랑 같은 과구나'라는 걸 확신했다. 울렁증이나 낯가림도 그렇지만, 특히 남자들 서넛이 모여서 술 한 잔 안 마시고 밀쉐, 딸쉐를 먹으면서 수다 떤다는 얘기. 나이 마흔이 다 되가는 남자들이 "여기 코코어 한 잔요." 하고 외친다는 얘기...
1. 나는 리브로에서 책을 사지 않으며, 시공사에서 나오는 책 역시 정말 필요치 않은 이상 구매하지 않는다. 나는 삼성에서 나오는 제품을 안 사려고 하며 스타벅스에도 가지 않는다. 이건 그냥 상징적인 거다. "현대도 삼성만큼 나쁜 기업이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난 삼성이 가장 나쁜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시공사가 가장 더러운 돈으로 만들어진 출판사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업체들이 그만큼 나쁘다면 가장 나쁜 것부터 없애고 그 후에 나머지를 없애면 되는 거다. 이건 너무 간단한 일이다. 2. 얼마 전에 언니네 이발관 서울 공연을 보러 갔다가 진심으로 놀라 돌아왔다. 내가 언니네의 공연을 본 이래로 그날만큼 이석원이 노래를 잘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평소 공연장이나 티브이에서 이석원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참 ..
지구촌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단 한 그릇 먹어보고 눈물을 흘려줄 음식을 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고 싶다 21세기가 기다리고 있기에... -88년 10月 이문길 회사 근처에 있는 신성각(일명 눈물짜장) 창문에 쓰여있는 글귀다. 글을 보는 순간 반해버렸다. 이 비장한 결의라니. 88년 당시로 추정되는 사장님(주방장)의 사진도 걸려있는데 하, 이종혁 닮아가지고 아주 멋지구리하게 생기셨다. 깐풍기나 양장피 이딴 요리 없고, 탕수육과 잡채가 최고 고급요리다. 주종목은 수타짜장과 탕수육. 수타짜장은 요즘 짜장들과 다르게 덜 자극적이라 처음 먹는 분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 먹었을 때는 너무 밍밍해서 '뭥미?'했었는데 지금은 입맛에 꼭 맞는다. 알고 봤더니 설탕이랑 화학조미료 사용하지 않고 춘장과..
한겨레에서 글렌 헨사드(프레임즈, 스웰 시즌)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이메일 인터뷰들을 보면 대답들도 별 다른 성의 없이 틀에 박힌 대답들이고, 과연 본인이 답변을 작성하는 걸까, 의구심이 드는 경우까지 있다. 가끔씩은 한다고 해놓고 답변을 안 보낼 때도 있다. 그래서 이메일 인터뷰 같은 경우는 나부터도 별로 비중을 두지 않고, 질문을 보낼 때도 그리 정성을 쏟지 않는다. 글렌 헨사드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겠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도 별 다른 기대 없이 질문을 보냈는데 아놔 이렇게 정성스런 대답이 올 줄은 몰랐다. 이탈리아(베니스) 공연을 마치고 와인을 마시며 답변을 작성 중이라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고민을 해서 질문지를 작성할 걸 그랬다. 대면 인터뷰든 이메일 인터뷰든 이렇게 성의 있는 대답..
뭐 쭉 그지였던것도 아니고 겨우 한달 조금 넘게 돈 없이 사는건데 보름정도는 지가 돈내고 그러다가 요새 슬슬 신경질 내네요 잘때도 등돌리고 자고 가슴에 손이라도 얹을라 싶으면 '콘돔살 돈도 없는 주제 어쩌구 궁시렁' 하면서 벽으로 붙습니다. 저번에는 보쌈먹으러 갔는데 나 돈없는거 뻔히 아니까 당연히 얘가 낼줄 알고 맛있게 다 먹었는데 옷입고 가방까지 다 챙기고는 얘가 화장실을 가는거에요 아줌마는 당연히 계산할줄 알고 카운터에서 나 쳐다보면서 쓰레빠 딱딱 거리고 있는데 난 돈 없으니까... 서성대고만 있는데 아줌마들 끼리 눈짓하더니 한 명은 문가에서 알짱대면서 퇴로를 차단하고 한명은 상치우러 가서 마치 우연인척 계산서를 딱 떨어뜨리더니 '손님 여기요~'하고 저한테 쥐어주는거에요 여자친구는 똥을 만들고 있는..
1. 탄산음료 끊은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먹은 탄산음료는 치킨 먹을 때 딱 한 번 같이 시켰던 콜라 1.25리터와 포도맛 써니텐밖에는 없다. 나에게 탄산음료 끊기란 담배 끊기만큼 어려운 것이니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존중해주시죠?2. 탄산음료를 끊는다는 건 다시 살빼기에 돌입했다는 말이다. 이제 다시 뒷산을 타고 저녁엔 빨리걷기를 하고 다시 훌라후프를 돌릴 것이다. 밥도 양을 줄여서 먹고 있는데, 어제 회사 나갔다가 엉겁결에 밥을 거의 두 공기 먹고 후식으로 스무디킹까지 먹었다.-_- 효창공원 근처 기사식당 해물뚝배기는 진리임. 내가 앎.3. 얼마 전에 선배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상갓집엘 다녀왔다. 상갓집이나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 항상 고민이다.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