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야구 캐스터는 '개킹카' 한명재지만, 홈런을 외칠 때의 포스만큼은 누구도 권성욱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건 팩트임. 내가 앎.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좌측 담장, 좌측 담장"을 외치는 권성욱의 간지샤우팅은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해준다. 마동탁 닮아가지고 복싱 중계도 기막히게 잘한다. 이 음성 파일에서의 포인트는 개오버하는 권성욱의 목소리 뒤로 "네, 넘어 갔어요"라고 무심하게 얘기하는 해설자의 시크함. + 약속도 취소하고 쌍둥이와의 야구 경기를 봤는데, 아놔 3회까지 보다가 꺼버렸다. 매년 쌍둥이와 경기가 있는 어린이날은 곰탱이들에게 약속의 날이었는데 올해는 그 전통이 깨지려나 보다. 이렇게 무너지다니. 인정하기 싫지만 둥이네가 변하긴 한 것 같다. 곰탱이들과 둥..
아놔 유희열. 여전히 시크하고, 여전히 변태스런 둘의 첫 만남. "맘에 들어요?"
벚꽃을 보았으니…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지만, 더디 오는 봄을 데리러 그예 길을 나서는 마음도 있는 법이다. 이 마음의 주인에게 봄은 앉아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나서서 끌어오는 것이다. 윤대녕의 단편 의 사내 이야기다. "열흘 전, 실로 7년 만에 당신과 해후했을 때 당신은 내게 벚꽃 얘기를 하셨습니다. 4월 말쯤 벚꽃이 피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남으로 내려가 벚꽃을 몰고 등고선을 따라 죽 북향할 작정이었던 것입니다." 사내는 지금 고창 선운사에 내려와 있다. '벚꽃을 몰고 올라갈 작정으로'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벚꽃이 양 떼도 아닌 터에 이 무슨 말? 사내가 선운사에 내려온 것은 4월의 첫날. 그로부터 다시 선운사를 ..
1. 얼마 전에 누구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밥 먹으면서 하자고 해서 홍대에 있는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접대 받은 거?-_-) 소설가 양귀자가 하는 음식점이라고 하는데 난 꽤 맛있게 먹었다. 근데 주변 사람들 의견도 그렇고 검색해봐도 그렇고 별로라는 얘기가 상당수였다. 난 그냥 일반 한정식집보다 여기가 더 좋았는데... 어머니가 매일 이렇게 식탁을 차려주면 어머니 업고 다녀야 할 듯.-_- 2. 얼마 전에 여자배구 흥국이들 경기 보고 있는데 감독이 어창선이었다. 정확히는 감독대행. 게다가 상대편 감독은 박삼용. 고려증권 역전의 용사들이 이제 다 감독이 됐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생각해보면 그때 배구가 정말 재밌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팀은 성균관대. 다시는 그런 멤버가 한 대..
1. 퍼플에서 시디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떤 언니 하나가 이 노래 뭐냐고 들어와서는 유투 신보를 사갔다. 그냥 이렇게 지나가가다 맘에 드는 노래 듣고 시디 한 장 살 수 있는 여유 정도는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2. 젊은 음악 필자 하나가 조선일보에 글 쓴 걸 우연히 봤다. 온라인 조선일보에서 봐서 지면에까지 실제로 실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글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조선일보에 글 쓰는 걸 용인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돈 때문에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으로 조선일보의 논조에 동의해서 쓸 때이다. 하지만 많지 않은 나이의 그 친구가 저 두 가지 이유로 글을 썼을 것 같지는 않고 분명 자신의 이름값을 위해서 쓴 걸 것이다. 그래서 더 씁..
1. BBQ와 BHC가 또 다시 가격을 올렸다. 언제나 가격 인상의 선봉은 업계 1위 BBQ이다. BBQ가 총대 매고 가격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눈치 보다가 다 슬금슬금 올린다. 아마 나머지 업체들도 곧 가격을 올릴 것이다. 이제 후라이드 2만원 시대도 멀지 않았다. 점주들도 죽을 맛인지 전단지에 가격 올려 죄송하다는 글귀를 함께 적어 놨다. 그 와중에 치킨갤에서 재밌는 글 하나 발견. "BBQ는 봉황을 튀긴다며?" ㄲㄲㄲ 2. 얼마 전에 이영훈 노래비 제막식 행사에 갔다 왔다. 이문세나 박상원 등 제법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와서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제막식 행사를 지켜봤다. 행사 중 오세훈이 왔다고 좋아하던 내 주위의 아주머니들, 그리고 깜짝 게스트(?)로 노래하고 들어간 윤석화를 보며 ..
올해로 6회째인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26일 개최를 앞두고 무산 위기에 놓였다. 경비를 후원해 온 문화체육관광부가 갑작스럽게 지원 불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의 이지선 국장은 20일 "문화부 담당자가 19일 '핵심사업 예산이 부족해 시상식 등의 다른 행사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문화부 지원 없이 시상식 진행은 불가능하다"며 "행사장 대관료 계약금, 트로피·기념음반 제작비 등으로 이미 2천만원 가량 지출한 터라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2006년부터 매년 3천만~5천만원씩을 시상식에 지원해 왔다. 이에 대해 문화부 전략컨텐츠산업과 관계자는 "민간 시상식은 자발적 운영이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지원금 교부 신청서가 늦게 들어..
1. 어머니는 가끔 검버섯을 저승점이라 부르곤 하신다. 현대 왕회장이 티비에 나올 때면 항상 "저 냥반은 얼굴에 웬 저승점이 저렇게 많이 피었냐?"라고 말하셨다. 저승점. 참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말이란 생각이 든다. 2. 아프리카계 미국인. 난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척 하느라 공적인 매체에 글을 쓸 때는 의식적으로 흑인이란 말 대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을 써왔는데 앞으론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들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차별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장애인들을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장애우란 말을 내가 무척 싫어하는 것처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백인을 유럽계 미국인이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