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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09. 3. 22. 21:27

1. 퍼플에서 시디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떤 언니 하나가 이 노래 뭐냐고 들어와서는 유투 신보를 사갔다. 그냥 이렇게 지나가가다 맘에 드는 노래 듣고 시디 한 장 살 수 있는 여유 정도는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2. 젊은 음악 필자 하나가 조선일보에 글 쓴 걸 우연히 봤다. 온라인 조선일보에서 봐서 지면에까지 실제로 실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글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조선일보에 글 쓰는 걸 용인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돈 때문에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으로 조선일보의 논조에 동의해서 쓸 때이다. 하지만 많지 않은 나이의 그 친구가 저 두 가지 이유로 글을 썼을 것 같지는 않고 분명 자신의 이름값을 위해서 쓴 걸 것이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며 특별히 조선일보에 글을 쓰는 게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람들에게 일본의 극우 매체가 '문화' 원고를 청탁한다면 과연 거기에도 응할는지 궁금하다. 극우 매체와 조선일보는 다르지 않느냐는 물음은 그냥 무식한 걸로 생각하겠다. 최소한 극우는 일관성이라도 있다.

3. 한 달 전쯤에 대전에 내려갔다가 유성음반사 앞을 지나갔다. 고등학교 때 뻔질나게 들렀던 음반점이다. 친구들은 이쁜 언니가 사장으로 있던 체르니 레코드에 많이 갔지만, 심지가 굳고 음악만을 사랑했던 나는 음반 수가 가장 많은 유성음반사를 자주 갔다. 놀랐던 게 아직도 그때의 주인아저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나 장사는 안 되고 있었지만. 한 번 들어가 볼까 망설이다 발걸음을 돌렸는데 다음에는 꼭 들러서 인사도 드리고 시디도 몇 장 사와야겠다.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원하는 시디도 거의 없겠지만.

4. 도미노피자가 동네에 입점했다. 경축. 도미노는 베이컨 체다치즈 피자가 진리. 다음에는 도이치휠레 피자를 먹어봐야겠다. 이제 파파이스와 파파존스 피자만 입점하면 이 동네에 더는 바랄 게 없겠다.

5. 요즘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중얼거릴 때가 많다. 집에 가는 버스가 제 시간에 안 오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10분 정도 늦는 건 이미 익스큐스된 상태고, 30분 정도 늦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입에선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라는 첫 구절이 맴돈다.-_-

6. 어떤 힙합 뮤지션이 한 힙합 커뮤니티에 앞으로 자기들 음악을 불법 공유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성 글을 올렸다. 합의도 절대 보지 않고 무조건 경찰에 넘기겠다는 '싸나이' 멘트와 함께. 난 정말 '힙합' 뮤지션들이 왜 이렇게 떳떳한 건지를 모르겠다.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 류의 피장파장의 오류가 아니라, 이건 그의 행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앨범에서 쓰인 수많은 샘플 음원들을 클리어하지 않고 '무단으로' '불법적으로' 사용했다. 이건 그 뮤지션뿐 아니라 에픽 하이도 마찬가지고 주석도 마찬가지다. 에픽 하이는 벅스뮤직을 벌레들의 뮤직이라 조롱하고 불법 공유하는 어린 친구들을 개새끼라고 욕했지만, 그 논리대로라면 에픽 하이 역시 개새끼들이다. "합법적으로 샘플링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가난한 뮤지션들인데 그 정도는 봐줘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옹호성 의견들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한국 힙합의 주향유층인 어린 중고등학생들 역시 돈 없는 건 마찬가지다. 중고등학생들은 불법으로 음악만 듣고 말지만, 뮤지션들은 불법으로 남의 음악을 사용하고는 금전적인 이득까지 챙긴다. 그래서 나는 더 힙합 뮤지션들이 왜 이렇게 떳떳하고 당당한 건지를 모르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한국의 힙합 뮤지션들이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불법 샘플링을 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남의 비트를 그대로 가져다쓰고는 그걸 돈 받고 파는 믹스테이프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

7. 미국은 왜 아침에 야구를 하나요?
그만큼 열정이 강하단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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