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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산음료 끊은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먹은 탄산음료는 치킨 먹을 때 딱 한 번 같이 시켰던 콜라 1.25리터와 포도맛 써니텐밖에는 없다. 나에게 탄산음료 끊기란 담배 끊기만큼 어려운 것이니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존중해주시죠?
2. 탄산음료를 끊는다는 건 다시 살빼기에 돌입했다는 말이다. 이제 다시 뒷산을 타고 저녁엔 빨리걷기를 하고 다시 훌라후프를 돌릴 것이다. 밥도 양을 줄여서 먹고 있는데, 어제 회사 나갔다가 엉겁결에 밥을 거의 두 공기 먹고 후식으로 스무디킹까지 먹었다.-_- 효창공원 근처 기사식당 해물뚝배기는 진리임. 내가 앎.
3. 얼마 전에 선배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상갓집엘 다녀왔다. 상갓집이나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 항상 고민이다. 옷이야 뭐 단정하게 입고 가면 그만이지만 머리를 항상 빡빡 깎아놓은 상태라 머리 까기가 애매하다. 상갓집 같은 특별한 경우라 아니라 평소에도 내 알머리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무척 친하거나 가까운 사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런데 가끔씩 사람들에게 모자 벗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대머리라는 이상한 소문도 돌고 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여야 한다. 보여주고 증명하라.
4. 가끔씩 김규항의 글을 보면서 불편할 때가 있다. 김규항은 자기 주장을 누군가 반박하기라도 하면 항상 자기 글을 오독했다고 말한다. 디워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디워 사태 때 올린 김규항의 글을 수많은 사람들이 반박하자 자신의 글을 오독했다고 한다. 난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디워 사태 때 김규항이 썼던 일련의 글들은 삽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안에서마저 '지식인 對 민중'으로 계급을 나눠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삽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규항은 자신이 하려는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고 너희들이 오독한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오독했다는 건지, 그러면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는 결코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오독했다고 말할 뿐이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 쓴 '끝까지'라는 글을 보면서 또 다시 불편함을 느꼈다. 난 기본적으로 김규항을 좋아하고, 목수정 건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지지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가 '오독'이라는 만병통치 발언을 할 때마다 그가 비난하는 먹물들보다 더 두터운 권위의식을 느낄 때가 있다.
5. '아딸'이라는 떡볶이집이 그렇게 유명한지 이제야 알았다.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다 안다. 얼마 전에 동네에 아딸이 생겨서 요즘 아주 단골이 됐다. 밀떡볶이가 진리. 탕수육도 허브탕수육, 칠리탕수육 해서 5천 원에 파는데 이것도 괜찮았다.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이걸 계속 먹어야 하나.-_-
6. 요즘 아주 키스틱 중독. 맥스봉은 상위 5%만 먹을 수 있는 럭셔리 소시지기 때문에 나 같은 무정규직 노동자는 키스틱을 먹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선 7백 원, 동네 슈퍼에선 5백 원을 받는다. 천하장사의 시대는 이제 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먹어본 천하장사 맛도 아직 괜찮았다. 근데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이걸 계속 먹어야 하나.-_-
7. 얼마 전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노점에서 6천 원을 주고 우산을 샀다. 사람들과 만나서 만두집엘 갔는데 말은 안 했지만 내 새 우산을 다른 사람들이 집어 갈까봐 계속 우산꽂이를 의식했다. 아, 난 아직 대인배가 되기엔 먼 것 같다. 일단 중인배 코스부터 다시 밟아야 할 듯.
8. 문득 '전원일기'의 명석이 생각이 났다. 사람들은 모두 노총각의 대명사로 응삼이만을 생각하지만 명석이도 응삼이와 호각을 이뤘다. 이젠 기억이 흐릿하지만 결국 막판에 명석이는 장가를 간 것 같기도 하다. 마을 청년회관에서 짓던 명석이의 그 사람 좋아 뵈던 웃음이 아직도 선한데, 역시나 2인자는 잊혀질 뿐이다.
9. 책을 안 산 지 2년이 돼가는 것 같다. 책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있던 책들도 박스에 넣어두고, 도서관에서 빌려보곤 하는데 이번에 서경식의 새 책이 나와서 겸사겸사 몇 권 함께 주문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책 읽고 음악 들으면서 시간을 죽여야겠다.
10. 내가 스스로 머리를 깎은 지 7년이 돼간다. 처음 샀던 나쇼날 전기 바리깡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고장 한 번 안 나고. 하, 귀신같은 일제. 이 바리깡이 생명을 다하는 날, 나도 유씨부인처럼 '조침문' 같은 문장 하나 지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