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리뷰를 팬레터 형식으로 쓸 정도로 난 언니네 이발관의 열렬한 팬이었지만, 4집을 기점으로 해서 점점 무관심으로 변해갔다. 음악이 워낙 맘에 안 들기도 했지만 이발관 홈페이지에 몰려들기 시작한 언니들의 팬질과 이석원의 그 까탈스런 성격에 관한 얘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석원의 일기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여성) 팬들을 의식하고 쓰는 것 같다는 가식의 느낌을 받아서였다. 그맘때쯤 인사동에 차린 이석원의 카페가 언니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정무진에 이어 이능룡마저 탈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발관은 그냥 이대로 끝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4집이 그만큼 실망스러웠고, 보통 그렇게 크게 삐끗했을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주위엔 아..
얼마 전에 영화 를 (이제야) 봤다. 정말 맘에 든, 예쁜 판타지였다. 김민선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정경호도 좋았고, 의외로 김C도 괜찮았다. 비록 그 시대를 산 당사자들에겐 숨이 막히는 압제의 시대였겠지만, 난 1970-80년대를 산 청춘들에게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다. 만약 그 시대로 가서 살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할 비겁한 동경이다.-_- 내가 동경을 느끼는 건 그 시대 전체가 아니라 티비나 영화 등에서 보여지는 단편의 조각들에서다. 이를테면 영화 속에서 정경호가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 급히 공테이프에 녹음하는 장면이라든지 하는 것들. 내가 1970-80년대의 청춘들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깊은 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라디오를 듣고 있는 청춘의 ..
일벌레 매드립의 또 다른 프로젝트. 이번엔 브라질 밴드 아지무스의 드러머 이반 콘티와 함께 했다. (포르투갈어 발음으론 꽁띠라고 해야 하나?-_-) 매드립의 원래 이름인 오티스 잭슨 주니어에서 잭슨을 따와 잭슨 콘티라 이름 지었다. 브라질리안 사운드 프로젝트로 재즈, 훵크, 보사노바, 브라질리안 등 다양한 음악들이 뒤섞여있다. 첫 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지만 좀 진득하게 듣다 보면 고유의 맛이 살아난다. 요즘 같은 열대야에 들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곡.
중궈 올림픽도 하고 해서 기념으로다가 코리아나 노래 한 곡. 이 앨범은 왠지 관제가요 같은 느낌도 나고 저 촌스러운 앨범 커버 때문에 열라 구린 이미지를 주긴 하지만 앨범 안에는 궁극의 팝이라 할 만한 멋진 노래들이 가득하다. 다들 알다시피 거장 죠르지오 모로더가 음악을 담당하였고, 죠르지오 모르더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는 구라파 팝의 정수가 담겨있다. 나 등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죠르지오 모로더는 도나 썸머 언니의 음악감독과 이 앨범으로 더 깊이 각인이 돼있다. 이 냥반이 워낙 작업을 빨리 하는 스타일이라 이니 같은 영화음악을 만들 때도 그냥 1주일이면 뚝딱 해치웠는데, 이 앨범만은 직접 한국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무려 3개월에 걸쳐 작업을 했다고 한다. 같은 경우는 남산에서 해돋이를..
서영도의 시디가 도착했다. 아직 들어보진 않았고, 먼저 복습 차원에서 전 앨범인 서영도 트리오의 [circle]을 다시 들었다. [circle]은 좋은 앨범이었다. 재즈를 넘어선 그 이상의 스펙트럼을 보여줬기 때문에 보다 많은 리스너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앨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감회에서 이 곡을 선곡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반응들은 다 "뭥미? 이거 포스트 록 아님?"이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bridge]는 트리오가 아닌 서영도의 개인 앨범이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고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들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따 밤에 들어야지! + 이 곡에서 스캣을 펼치고 있는 김윤선(sunny kim)은 배장은의 앨범에도 참여해 인상적인 보..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선언했던 m2u 레코드가 미디어 아르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옛 록/포크 음반들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m2u의 폐업으로 품절되었던 잰시스 하비 등의 인기(?) 품목들도 다시 풀렸다.)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인기를 끌며 수집가들의 애를 태웠던 피타고라스의 2집 앨범도 이번에 미디어 아르떼를 통해 발매됐다. 피타고라스는 네덜란드의 2인조 스페이스/심포니 록 밴드로, 이들은 스페이스 록의 인기가 거의 사그라지던 1980년대 초반에 주로 활동을 했다. 두 명의 멤버가 신디사이저, 멜로트론, 드럼 등의 연주를 담당하였고, 앨범 곳곳에 바이올린, 기타, 플루트 등의 세션이 긴요하게 투입되었다. 우주가 움직이면서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믿었던 피타고라스의 이름을 밴드 명으로 할 만큼 이들은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