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의 24년 만의 새 음반. 더 클럽뿐 아니라 동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록/메탈 밴드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경력이나 컴백에 대한 존중을 잠시 옆으로 제쳐둔다면, 사실 음악적으로 그렇게 흡족한 음반은 없었다. 더 클럽은 활동 당시 함께 헤비메탈로 묶이긴 했지만 스타일이나 결에서 동료들과는 달랐다. 더 클럽의 리더였던 민치영은 그런 다른 스타일과 결을 가지고 [renaissance]라는 근사한 개인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24년 만의 컴백작 역시 여전히 멋지고 근사하며 독특하다. 이들은 그저 '왕년'에만 사로잡혀있지도 않고, 트렌드를 잡겠다며 넘치지도 않는다. 옛날 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더 클럽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곡 배치의 승리라 할 만한 음반의 첫 곡
아마 생래적으로, 어쩌면 그게 아니고 자라면서 겪은 경험 탓일 수도 있지만, 제겐 집단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집단의 폭력, 군중의 부화뇌동에 대한 두려움 말입니다. 그건 부르주아 사회심리학 책들을 읽어보기 훨씬 전부터 제게 내면화된 공포입니다. 굳이 편을 가른다면 '좌파'로 분류될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집단은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과 홀로 마주 서 있는 정신 속에서만 사상이 형성될 수 있다는 거지요. 저는 베유의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언젠가부터 한국 담론계에 유행하고 있는 '집단 지성'이라는 말을 저는 믿지 않아요. 루소의 '일반 의지'라는 말도 수상쩍게 여기고요. -고종석, 고종석의 낭만 미래
1. 갈수록 올림픽 같은 대회에 관심이 없어진다. 김연아고 뭐고, 이제 올림픽이 끝나니 좋다. 설까지 껴서 3주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결방하는데 아주 현기증이 나 죽는 줄 알았다. 빨리 야구나 시작했으면 좋겠다(사실 처음엔 '김연아고 나발이고'라고 썼다가 고쳤다. 내가 쫄아가지고...). 2. 가끔씩 어떤 일이나 사건을 계기로 한 시대가 저문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필드 레코즈의 폐업소식을 들으며 2000년대 초반 활발히 활동했던 애호가들의 시대가 이제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서브'를 시작으로 '비트'를 거쳐 'mdm'을 구독했을 그 사람들. 이제 그들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30대 이상의 생활인이 되었을 테니. 필드 레코즈의 주인장인 오유승 씨는 나에게 필드 레코즈..
개감동 멜로딕 하드코어. 지난 앨범부터 가능성을 보였던 컴배티브 포스트가 이번 앨범에서 완전하게 포텐을 터트렸다. 쏟아지는 멜로디의 향연에 적절한 떼창까지, 내가 딱 좋아하는 음악. 잠비나이의 이일우가 기타를 치고 있는데 확실히 음잘잘이다. 하지만 반응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아쉽다. 이번 대중음악상 후보들도 그렇고 컴배티브 포스트의 경우도 그렇고 홍보나 유통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컴배티브 포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안 하고 오직 시디만을 팔고 있는데, 그럴 경우에 이른바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이 음악을 찾아 들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자신에게 '오는' 음반만을 듣는 사람들이 있고, 스트리밍이라도 찾아 듣는 사람은 그래도 열심히 듣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현실에서 컴배티브 포스트의 음악이 ..
3월 5일에 (드디어) 할로우 잰의 새 앨범이 나오고, 더불어 그동안 구하기 힘들었던 첫 앨범도 함께 재발매된다. 2004년에 나왔던 6곡짜리 데모가 보너스로 들어간다고 한다. 대신에 한 곡이 빠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곡일 것 같다. 레이첼스를 커버한 연주곡. 그동안 이 곡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쉽게 재발매를 하지 못했던 걸로 알고 있다. 나야 첫 앨범은 한국반과 일본반 두 장을 갖고 있고, 3인치 싱글과 데모까지 모두 갖고 있어서 재발매 안 되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평균 수명 81세 시대에 할로우 잰 음악은 한 번쯤 들어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을 살면서 할로우 잰 음반을 곁에 두고 한 번 쭉 들어보는 건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운이 좋게 할로우 잰 새 앨범을 미리 들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