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종석과 황현산의 책을 연이어 읽으니, (이들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2. 주전부리 가운데 꾸이맨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종류가 많다. 웃긴 건 그 유사상품들 모두 '꾸이'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꾸이꾸이, 꾸이랑, 꾸이롤, 오!꾸이까지. 최근에 신상인 듯한 오!꾸이를 먹어봤는데, 아- 먹는 순간 꾸이맨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왜 원조를 무시하고 한낱 호기심 따위에 져 이걸 두 봉지나 샀을까. 꾸이류의 생명은 바삭함과 고소함인데 이건 비린내까지 날 지경. 오늘은 꾸이맨과 화해하고 특급칭찬을 해줘야겠다. 2-1. 내가 인스턴트 주전부리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게 팔도 일품짜장이다. 그동안 여기에도 몇 차례 썼고, 실제로도 가장 ..
드디어(이제야) 다 모았다. 처음 이 시리즈가 나왔을 때 이미 갖고 있거나, 갖고 있다가 판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냥 없는 거나 사두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한두 장 모으다 보니 만듦새도 좋고 소장가치도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음반을 주문할 때마다 한 장씩 같이 주문하게 됐다. 사실 중간에 한 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그만 살까 했었는데 누군가 자신의 피규어에 대해 쓴 글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저 보고 만지는 걸로 만족하는 피규어 수집가들도 있는데, 이건 심지어 들을 수도 있지 않은가! + 말은 이렇게 했어도 이 열여섯 장을 사놓고 들은 건 거의 없다. 기존에 갖고 있던 시디로 듣거나 스트리밍으로 들어서 말 그대로 '소장용'으로만 갖고 있는 셈이다. 연말에 이태리 아트 록 박스세트도 사..
채동원은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밴드 B동 301호의 리더였다. 지금은 역시 제주에 있는 인디 음악 전문 펍 B동 301호를 운영하고 있다.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밴드 B동 301호는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채동원은 5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첫 개인 음반을 발표했다. B동 301호가 (당연하게도) 밴드 구성이었다면, 이번 개인 음반은 피아노와 미디를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음악은 대체적으로 낮고 어두우며 침잠해있다. 난 이 EP가 무척이나 맘에 드는데 이건 정말이지 정서와 무드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곡 자체의 매력보다는 분위기에 취했는데 반복해 들으면서 곡과 노랫말을 되새기게 됐다. 그래서 음반이 계절보다 좀 늦게 나온 건 아쉽다. 어느새 '벚꽃엔딩'의 계절이 됐는데..
새로운 김광석 헌정 음반 가운데 몇 곡이 먼저 공개됐다. 그동안 발표된 광석이 형의 헌정 음반들 가운데 그리 맘에 드는 게 없어서 큰 기대 없이 들었는데 첫 곡으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아!'라며 감탄했다.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목소리나 해석도 좋았지만, 일단 "사랑이라 말하며"라고 노래하는 도입부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노래를 광석이 형의 헌정 음반에 담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이 노래는 무조건 동물원의 노래, 창기 형의 노래니까. 동물원의 첫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 처음 들을 때, 창기 형 목소리에서 전해지던 그 미묘한 떨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잊혀지는'이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인데('잊히는'으로 써야 맞다), 이 노래는 좀 틀려도 된다. 내가 봐줌. 아무튼 하이 미스터 ..
할로우 잰을 듣다가 생각이 나서 한동안 잊고 있던 헤븐 인 허 암스까지 이어서 들었다. 일본의 스크리모 밴드. 요즘도 활동을 하나 찾아보니 다행스럽게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듯하다. 2010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이후론 계속해서 스플릿 음반만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딴 얘긴데, 이런 스플릿 형식의 음반을 좋아한다. 할로우 잰도 써스데이 등과 함께 3 웨이 스플릿을 내려고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엎어졌다고 한다. 뭔들 안 그러겠냐마는 국내 시장에선 이런 스플릿 기획이 거의 없다시피 해 좀 아쉽다. 다시 돌아와, 양놈들 스크리모보다는 한국이나 일본의 스크리모를 더 선호한다. 정서적으로도 더 잘 맞고 더 처절하게 들린다. 역시나 고통에 찬 보컬만 제외한다면 훌륭한 포스트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