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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4. 2. 25. 16:23
1. 갈수록 올림픽 같은 대회에 관심이 없어진다. 김연아고 뭐고, 이제 올림픽이 끝나니 좋다. 설까지 껴서 3주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결방하는데 아주 현기증이 나 죽는 줄 알았다. 빨리 야구나 시작했으면 좋겠다(사실 처음엔 '김연아고 나발이고'라고 썼다가 고쳤다. 내가 쫄아가지고...).

2. 가끔씩 어떤 일이나 사건을 계기로 한 시대가 저문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필드 레코즈의 폐업소식을 들으며 2000년대 초반 활발히 활동했던 애호가들의 시대가 이제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서브'를 시작으로 '비트'를 거쳐 'mdm'을 구독했을 그 사람들. 이제 그들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30대 이상의 생활인이 되었을 테니. 필드 레코즈의 주인장인 오유승 씨는 나에게 필드 레코즈 대표보다는 베벨이라는 닉네임의 목장 카페 운영자로 더 친숙하다. 당시 목장 카페나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벨 앤 세바스찬 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경쟁적으로(생체실험 알바까지 하며) 시디를 사던 이들의 닉네임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3. 담배 연기에 관대한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작스레 싫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옷에 담배 냄새가 배면 정말 찝찝하다. 끽연가들의 방에서 몇 십 년은 골은 것 같은 중고시디를 받을 때도 참 난감하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늘 이 담배 문제로 싸움이 나곤 하는데, 그 전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흡연가들은 자신들을 매너 흡연가라고 얘기한다. 물론 길빵 하고 그러는 사람들이야 찔려서 그런 논쟁에 참여하지 않겠지만, 자기가 매너 있는 흡연가라 생각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자기가 담배 핀다는 사실을 아예 몰라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있다.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어떻게든 비흡연자들에겐 피해가 가기 때문에.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일하는 바닥이 바닥인지라 담배 연기가 끊이질 않는다.ㅜ

4. 한국대중음악상에 관한 글을 하나 썼는데, 자료를 찾다가 1회 때의 기사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다. 그때 의도치 않게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음악평론가의 "이효리도 없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이 돌발발언 때문에 주철환 교수는 주류 가수들에 대한 낙천·낙선 운동이냐며 반발했고, 김창남 선정위원장이 이에 대한 해명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국대중음악상은 시작부터 주류 음악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오해를 받아야 했다. 아무도 원치 않은 이 노이즈 마케팅의 장본인은 지금 한국대중음악상에는 참여하지 않고 MAMA에서 무려 심사위원장을 맡아서 제2의 이효리와 제2의 비가 상을 타는데 큰 힘을 발휘하고 계신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 늘 가장 강성인 척하는 사람이 가장 쉽게 변하곤 한다.

5. 요즘 최고의 간식거리는 귤향 과즐. 제주도에 갔다가 발견한 건데, 그 뒤로 서울 촌놈들에게 많이 전파했다. 귤을 넣은 한과 스타일의 주전부리인데, 듣기로는 제주 한 마을의 부녀회에서 만들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로 다른 상표를 단 유사 과즐도 생겨났는데 꼭 '귤향' 과즐을 사도록 하자. 이번에 우편으로 또 주문하고 대전 집에도 보내드렸다. 이거 먹어보고 싫다고 하는 사람 못 봤다. 특히 어머니들은 무조건 좋아한다. 내가 앎.

6.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새마을 도시락' 좋다. 값은 이천 원이 채 안 되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옛날 철제도시락을 흉내 내서 분홍소시지와 볶음김치를 반찬으로 넣었는데 은근히 맛이 쏠쏠. 볶음김치는 진정 신의 음식이라 할 만하다.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는 것 같다. 미각을 잃은 장금이가 만들어도 너끈히 맛을 낼 수 있는 음식.

7. '고종석의 낭만 미래'라는 책을 읽고 있다. 웅진 계열사인 '곰'에서 낸 '지식과 책임 총서'로 지식인들에게 지금 한국 사회의 의제들을 던진 뒤 거기에 대해 답을 듣는 형식이다. 가령 고종석에게 던진 질문들은 국가보안법, 사형제, 병역거부, 간통죄, 학생인권, 애국심 같은 것들이다. 트위터를 하질 않아 고종석이 트위터에서 얼마나 이상한 소리들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 책에서의 고종석은 여전히 내가 가장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는 고종석과 복거일의 책만이 나와 있다. 아직 복거일 책을 읽지 못했고, 또 요즘 부쩍 노망난 듯한 말을 자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 생각할 만한 얘기를 해줬을 거라 생각해 이것도 한 권 사려고 한다.

8. 최근 맡은 작업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교정 보고 있는데, 대체 왜 팀 이름을 쓸 때 띄어쓰기를 안 하는 걸까? 왜 영어로 팀 이름을 쓸 때는 칼 같이 'Deli Spice'라고 쓰는 사람들이 그걸 한글로 쓸 때는 그냥 '델리스파이스'로 쓰는 것인가? 왜 영어로는 'Pearl Jam'인데 한글로는 '펄잼'인가? 분명 '귀찮아서, 별 생각 없이'라는 대답이 나올 텐데 왜 영어로 쓸 때는 그 귀찮음과 생각없음이 발동하지 않는 건지도 궁금하다. 글 잘 쓰는 것만큼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발음이나 표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그건 나중에.

9. 제2회 레드 어워드 행사에 다녀왔다. 노동당에서 좌파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빨간' 시상식이다. 소박한 행사였지만 시종일관 웃음이 넘쳤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의 입담이 큰 역할을 했고, 시상자와 수상자 모두 유머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유머가 있어야 한다. 좌파든 우파든 간에. 굉장히 진지할 거라 생각했던 하종강 선생 같은 이마저 여유와 유머가 넘쳤다. 우리 희재가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이유가 유머감각이 없어서이다. 수컷닷컴이라는 이름부터 절망이다. 전태일에게 대학생 친구가 필요했다면 지금 변희재에게 필요한 건 유머를 알려줄 수 있는 친구다. 유머란 게 알려준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희재, 이름은 참 좋은데...

10. 삼학사가 친노종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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