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템 시리즈 #9 김재만과 박영철의 결별은 좀 충격이었다. 많은 밴드들이 멤버를 교체할 때 '음악적 견해 차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블랙 신드롬이야말로 정말로 '음악적 견해 차이'에 의해 갈라선 경우다. 당시 얼터너티브 열풍 속에 밴드의 리더 김재만은 그런지 사운드를 수용하려고 했었고, 나머지 멤버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모두 팀을 나온 것. 김재만은 멤버들을 교체하고 [burning myself]와 [feel the rock and roll]이라는 다소 어정쩡한 앨범을 제작했다. 박영철을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맨카인드란 이름으로 잠시 활동하다가 터보의 베이시스트였던 허준석을 영입하면서 제트로 이름을 바꾸고 앨범을 냈다. 당시 난 허준석 빠돌이였기 때문에 앨범이 나오자마자 단골 음반점에서 샀었는..
요즘 비틀즈 박스세트 때문에 골치 썩는 중. 일단 살까 말까부터 시작해서 사게 되면 모노 박스로 살까 스테레오 박스로 살까, 아니면 그냥 낱장으로 한 장씩 주문을 할까. 돈은 어디서 마련을 하지. 사게 되면 일단 레드 제플린 박스세트는 잠시 넣어두고, 저금통 깨서 20만 원 마련하고 고이 모셔둔 서태지 박스세트를 팔아야겠다. 원본의 가치나 희소성 때문에라도 모노 박스를 사고 싶긴 한데 36만ㅋ원ㅋ. 망설여지는 또 다른 이유는 모노 박스에는 [abbey road]가 빠져 있다고 해서. 하- 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 노래다. 옛날 조선 로크 밴드들이 비틀즈 노래를 많이 커버하곤 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노래. 원곡이 워낙 좋은 탓도 있지만 영덕이 형이 노래 잘 불렀고, 연주도 말쑥하니 좋다, ..
지난번에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대전엘 갔다가 드디어 유성음반사에 들렀다. 유성음반사는 내가 고등학교 때 무척이나 자주 이용했던 음반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처음으로 가본 그곳은 '영락'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사장 아저씨께 여기 고등학교를 다녔고 전에 자주 왔었다고 하자 반가워해줬지만 그 모습조차도 왠지 쓸쓸해보였다. 내가 시디를 고르는 동안 두 명의 손님이 왔다갔는데 한 명은 소녀시대의 싱글이 나왔는지를 물었고 다른 한 명은 싸구려 트로트 테이프를 사가지고 갔다. 처음 들어갈 때는 서너 장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살 만한 음반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을 법한 (말 그대로) 빛이 바랜 다수의 테이프와 약간의 시디만이 있을 뿐이었다. 약속시간에 쫓겨 결..
며칠 전 새벽에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6번 교향곡 '비창'을 틀었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4악장까지 그대로 들은 적이 있다. 다 들은 후엔 다른 지휘자들의 앨범 3장을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비창'은 전부터 좋아하던 곡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후로 요 며칠은 첼리비다케, 카라얀, 번스타인 등의 지휘를 번갈아가며 들었다. 원래 갖고 있던 감동이 몇 배는 더 커진 듯한 느낌이다. 당분간은 '비창'을 계속해서 모을 것 같다. 조용한 밤에 45분 남짓, 집중해서 이 음악을 들어보라. 음악은 세상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하, 요즘 이런저런 잡일들이 중공군처럼 몰려와서 초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역시나 이 라이브 앨범을 참 자주 들은 거 같다. 내가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무엇보다 선곡이 좋고, 둘째, 둘의 화음이 기가 막히며, 셋째로 익종이 형의 목소리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몇몇 노래들에서는 아예 익종이 형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 노래에서도 주호 형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코러스를 넣는데 하- 이건 정말 레알인 듯. 들으면서 가끔씩 코러스 따라해 보는데 죽어도 안 되네.-_- 두 형 다 더 나이 드시기 전에 한 번 더 뭉쳐서 마지막으로 같이 하셨음 좋겠다. 이따 시간 나면 밀린 '소소' 써야지.
어쩌다 보니 망자를 기리는 노래 두 곡을 연속으로. 이 앨범에서의 씬 리지는 씬 리지가 아니다. 필 리넛이 없는 씬 리지는 존재할 수 없다. 이 앨범은 필 리넛과 씬 리지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가진 특별 공연이다. 앨범 제목도 [one night only]이다. 그저 하룻밤 필 리넛을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존 사이크스를 비롯해서 스캇 고햄, 대런 와튼 등 씬 리지를 거쳐 간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공연은 예상대로다. 보컬까지 맡은 존 사이크스는 최대한 필 리넛과 흡사하게 노래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스캇 고햄과 존 사이크스의 뜨거운 트윈 기타가 공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들을 때마다 뭉클하게 만드는 이 노래는 유난히 필 리넛을 더 생각나게 만든다. 이 앨범을 들은 후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