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kbs 1fm에서 '당신의 밤과 음악'이라는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예전에 'fm 가정음악'을 아나운서 이미선이 진행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fm 가정음악' 애호가들이 제법 많이 생겨나서 신나라 레코드와 함께 계절에 잘 어울리는 고전음악을 모아 사계 시리즈를 냈었다. 가을 음반이 맨 처음 만들어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시작을 알리는 곡이 이 노래다. 이 곡을 알게 된 후에 종로 뮤직랜드까지 가서 이네사 갈란테의 음반을 샀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성악곡들은 별로 좋아하질 않았는데 이 노래만은 예외였다. 처음으로 성악곡이 주는 감동을 느꼈다고 하면 과장일까. 어쨌거나 계절이 바뀔 때쯤 꼭 한 번씩은 듣는 노래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란 생각에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요즘 가장 맘에 들면서 가장 많이 듣기도 한 음반. 지난 이피 [the happiest]가 그냥저냥이어서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번 앨범은 정말 맘에 든다. 김창완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고 소박한 정서가 좋은 연주를 만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이 앨범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완전한 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은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 곡들은 이미 기존에 발표됐던 노래들이지만 이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꾸러기 1집에 수록돼있던 이 노래나 [도시락 특공대]에 들어있던 같은 곡들은 통기타 반주로만 알려졌던 노래들이지만, 김창완 밴드를 만나면서 몽환적이고 예스런 질감의 노래들이 되었다. 굳이 뽐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 내공이 드러나는 음반이다.
스콜피온스 하면 이제 한물 간 뒷방 노인네 취급을 받고, 미사리 무대에 서는 가수들처럼 아시아와 구라파 일부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2000년대 들어서 발표한 앨범들 모두 괜찮았다. 특히 이 곡이 들어있는 [humanity / hour i] 앨범은 깔끔한 하드록과 스콜피온스 특유의 발라드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좀 더 얘기가 됐어야 할 좋은 음반이었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빌리 코건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빌려주기도 했고, 이승환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데이빗 캠벨도 참여해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입혀주기도 했다.
어제 컨디션 완전방전에, 귀찮음이 거의 바닥을 뚫고 내려갈 기세여서 계획돼있던 글로벌 개더링도 가지 않고 방바닥에서 잉여짓 제대로 했다. 저녁나절에 그윽한 목소리가 그리워져서 재범이 형 2집을 오랜만에 들었다. 이 흘러나올 때쯤 어둠 속에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 불을 껐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_- 새벽녘에 깨서는 다시 한 번 앨범을 돌려들었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정말 훌륭한 성인 취향의 음반인 재범이 형 2집, 그 가운데서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노래. 임재범, 방준석, 그리고 김광민이 함께 만들어낸 서정.
코코어를 인터뷰하고 왔다.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황명수가 함께 하지 못해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2시간 가까이 긴 시간 동안 야무지게 대화를 나눴다. 과묵한 김재권도 오늘은 많은 말을 했다(이걸 빨리 정리를 해야 하는데.-_-). 앨범은 무척 맘에 든다. 이우성이 만든 음악들이 황명수의 스타일과 닮아가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다만 코코어 에너지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했던 '이우성 로큰롤' 사운드는 예전만큼 자주 듣지는 못할 것 같다. 취향도 취향이지만 물리적인 나이의 한계로 더 이상 예전처럼 달리기가 힘에 부친다고 한다(아, 왠지 슬프구나.-_-). 앨범의 곡들 모두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 두 곡, 과 에 눈길이 간다. 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의 설화 버전 같기도 하다.
너의 소식을 전해 들었어, 너의 친구의 친구로부터 너의 불행을 바랬었던 비좁은 마음이었었지만 때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소원이 이뤄지곤 해 난,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냐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 너를 위로해주고 싶어 나의 모든 걸 떨쳐버리고 너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이유를 깨달은 그런 내가 됐어 미안해,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냐 때론 잠 못 이루곤 해, 때론 꿈을 꾸곤 해 아직 너를 잊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곤 해 하지만 아침이면 곤히 잠든 아내의 모습 나 그녀를 더욱 더 사랑하리라 다짐하곤 해 너의 소식을 전해 들었어, 너의 친구의 친구로부터 너의 불행을 바랬었던 비좁은 마음이었지만 때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소원이 이뤄지곤 해 난,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냐
레어템 시리즈 #13 학교 선후배이자 의사 선후배이기도 한 김창기와 이범용이 함께 한 프로젝트다. 창기 형이야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고, 이범용은 대학가요제에서 무려 대상을 수상했던, 노래를 사랑하는 의학도였다. 목소리를 들으면 알겠지만, 바로 를 부른 이범용·한명훈의 그 이범용이다. 창고는 창기 형이 동물원 시절보다 좀 더 내밀한 자신의 '진짜' 얘기를 담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였다. 동물원의 노래들보단 좀 더 거친 노래가 나오기를 바랐고, 그 이유로 택한 인물이 이범용이었다. 애초에 창기 형이 원했던 건 광석이 형의 목소리였지만 그때 광석이 형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범용의 목소리를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난 꽤 좋아하는 편이다. '거친 아련함'이란 말이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
레어템 시리즈 #12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괜히 아련해진다. 가사가 살짝 야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청춘의 떨림과 설렘, 풋풋함과 아련함이 한데 엉켜서 전해진다. 이 노래를 한참 들을 당시의 나의 추억도 함께. 이 앨범은 잘하면 재발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강아지 문화예술 쪽에서 판권을 모두 마이 앤트 메리에게 넘겼다고 들은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째 가물가물하네.-_- 어쨌거나 이 앨범을 냈을 당시의 정순용과 지금의 정순용을 비교해보면 역시 남자는 꾸미기 마련!
레어템 시리즈 #11 백두산의 세 번째 앨범. 현상이 형 트로트로 갈아타고, 도균이 형은 재범이 형이랑 아시아나 만들었다가 잘 안 되고, 그 과정들을 거치며 탄생한 앨범이다. 오리지널 멤버였던 김도균과 김창식(씨?) 외에 최경섭(최소리)이 함께 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드럼은 이건태가 담당했다고). 헤비메탈과 하드록이 혼재돼있는 인상이며, 김도균의 '필생의 업'일 국악에 대한 탐구도 계속되고 있다. 도균이 형의 너무 순박한 보컬과 가사만 아니었다면 나 같은 발라드들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앨범 내고 공연과 방송 활동 모두 굉장히 의욕적으로 했었는데 도균이 형이 중간에 '떨'로 들어가는 바람에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 앨범의 발매사는 전설의! 희지레코드. 희지레코드에서 외국 유명 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