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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대전엘 갔다가 드디어 유성음반사에 들렀다. 유성음반사는 내가 고등학교 때 무척이나 자주 이용했던 음반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처음으로 가본 그곳은 '영락'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사장 아저씨께 여기 고등학교를 다녔고 전에 자주 왔었다고 하자 반가워해줬지만 그 모습조차도 왠지 쓸쓸해보였다. 내가 시디를 고르는 동안 두 명의 손님이 왔다갔는데 한 명은 소녀시대의 싱글이 나왔는지를 물었고 다른 한 명은 싸구려 트로트 테이프를 사가지고 갔다.
처음 들어갈 때는 서너 장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살 만한 음반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을 법한 (말 그대로) 빛이 바랜 다수의 테이프와 약간의 시디만이 있을 뿐이었다. 약속시간에 쫓겨 결국 고른 시디가 이 앨범이다. 별 의미는 없다. 내가 고등학교 때 테이프로 들었던 앨범이라는 게 거의 유일한 이유다. 이 앨범을 냈을 당시의 유라이어 힙도 영락한 늙은 사자 같은 존재였다. 리더였던 켄 헨슬리가 팀을 나가고, 보컬리스트 데이빗 바이런마저 팀을 떠났다. 원년 멤버 믹 박스만이 겨우겨우 팀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데이빗 바이런의 시원스런 보컬을 들을 수 없어 다소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명곡은 영원한 명곡. 그러고 보니 때마침 7월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