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과 음악], [세상의 모든 음악], [여행자의 노래].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사두려고 하는 편집 앨범이다. [당신의 밤과 음악]과 [세상의 모든 음악]은 같은 제목의 KBS 클래식FM 프로그램에서 제작하는 앨범이고, [여행자의 노래]는 '떠돌이별' 임의진이 세상을 떠돌며 모은 노래들을 모은 앨범이다. [당신의 밤과 음악]은 클래식 소품 위주, [세상의 모든 음악]과 [여행자의 노래]는 월드 뮤직 위주의 선곡을 담고 있다. 여느 편집 앨범들과는 선곡이나 만듦새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정성'이나 '성의'란 말로 표현해도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 6]에서 선곡. 레너드 코헨과 제프 버클리의 목소리로 유명한 다.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관악기의 울림은 언제 들어도 참 좋다.
몸과 마음이라는 이름은 낯설겠지만, 구성원들의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코코어의 이우성, 허클베리 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상우,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밴드인 플라스틱 데이의 서호성이 뭉쳐서 만든 관록의(?) 팀이다. 보도자료 등의 뉘앙스를 볼 때 코코어는 아쉽게도 해체를 한 것 같다. 어쨌거나 몸과 마음은 내가 3인조 록 밴드에게 갖고 있는 로망인 단순하되 에너지 넘치는 로크 사운드를 구현한다. 이 노래는 사랑스런 러브송이지만, 다른 곡들은 한창 때의 이우성과 플라스틱 데이란 이름에게 기대할 수 있는 뜨겁고 몽환적인 소리들로 꽉 차있다. 이우성의 섹시한 보컬은 여전하고.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모토로 하는 붕가붕가 레코드에 들어갔으니 오래도록 지속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듀스 음반들 듣다가 덩달아 디베이스까지 많이 들었다. 이현도가 작정하고 만든 '듀스의 아이들(돌)'. 이 곡은 사실상 팀의 메인 래퍼인 제드를 위한 트랙이다. 잠깐 등장하는 이현도나 아이돌답지 않게 곧잘 랩을 하던 수안의 버스도 맘에 들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주도하는 건 제드다. 교포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로 랩을 할 때 더 자신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런 점에서 마스터 우는 진짜 좀 짱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교포 청년이 토종 한국 래퍼들보다 한 차원 높은 한국말 랩을 구사했으니. 제드 대신 마스터 우가 디베이스에서 활동할 '뻔'도 해서 가끔 제드가 아닌 마스터 우의 랩을 상상하면서도 듣기도 한다(꽤 잘 어울렸을 것 같기도). 이 곡에선 이현도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한상원이 기타 연주로 참여..
처음 앨범을 사서 듣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 난 드럼을 기계로 찍은 줄 알았다. 주석과 함께 했던 를 먼저 들어서 그 '일렉'스러움을 떠올렸던 것 같다. 앨범 크레딧을 보니 여전히 이들은 3인조 록 밴드였고 리듬다이는 다 실연이었다. 노이즈가든의 놀라움과 비교했을 때 로다운 30의 음악은 그리 성에 차지 않았던 게 사실인데, 이 두 번째 앨범은 무척이나 맘에 든다. 지금까지 로다운 30을 떠올릴 때 윤병주의 기타 연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선 시종일관 철커덕거리며 반복되는 리듬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이들이 해왔던 블루스 록이 다소 고루한 이미지였다면 이 앨범의 로다운 30은 굉장히 젊어 보인다. 더불어 이말년이 그려준 그림과 전체적인 음반 디자인도 단순하지만 독특해서 좋다.
아래 워크 오브 아트도 그렇고 요즘 유난히 AOR 관련 음반들을 많이 듣는다. 재발매 시장에서 AOR 음반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나온 재발매 음반들 가운데 가장 맘에 든 앨범도 바로 이 플레이어의 마지막 앨범인 [spies of life]다. 한국에서야 플레이어 하면 역시 고영욱의 팀이 앞에 서겠지만, 플레이어는 제법 이름을 알린, 그만한 자격이 있는 AOR 밴드였다. 특히 이 앨범에 담긴 멜로디와 정갈한 사운드는 일정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 1981년에 나온 이 앨범을 2012년에 다시 들으며, 그래도 '팝'이 팝이라는 낱말 그 자체에 가장 충실했던 건 역시 1980년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난 1980년대가 좋다.
워크 오브 아트의 첫 앨범 [artwork]는 21세기에 나온 수많은 멜로딕 하드록/AOR 음반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또한 그 계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믿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전성기의 토토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성인용 록 음악을 선보였다. 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앨범 [in progress]에도 워크 오브 아트만의 청량한 하드록 사운드가 그대로 담고 있다. 비록 첫 앨범만큼의 신선함이나 놀라움은 아니지만 보컬, 연주, 사운드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AOR이라는 갈래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다.
어제 영배 형 공연에서 드럼 연주해준 이덕산 보고 옛날 생각나서 골랐다. 하나음악(푸른 곰팡이) 소속 음악인들의 공연 하면 떠오르는 김정렬-박용준 라인 대신, 이상순-저스틴(이바디)-이덕산(더 버드)-이규호라는 흔치 않은 구성으로 공연을 가졌다. 이덕산은 1990년대 초중반 부산을 대표하던 스래쉬 메탈 밴드 c.o.b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퓨전 재즈 밴드인 더 버드에 몸담고 있는 드럼 연주자다. 1980년대 끝물부터 1990년대 초중반까지 활동했던 헤비메탈 음악인들이 대거 재즈로 방향을 틀었는데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곡은 c.o.b가 녹음으로 남겨놓은 (아마도) 유일한 결과물. 지금은 '양놈 간지'를 뽐내고 있는 저스틴(김정민)도 이 앨범에서 노 웨이 멤버로 긴 머리를 휘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