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해 푸른곰팡이(하나음악) 레이블과 함께 '5! 상상' 기획 공연을 연다. 7월 1일 고찬용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매달 조동희, 오소영, 장필순, 한동준, 김광진, 윤영배, 더 버드가 상상마당 무대에 오른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고찬용 공연은 진작에 매진됐다고 한다. 나도 손 하나 보탤 예정인데, 일단 새 바람이 오는 그늘 때부터 좋아했던 (더 버드의) 정렬이 형을 만나 얘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인들 만나도 별로 사인 받는 편은 아닌데, 새 바람이 오는 그늘 시디에는 꼭 사인을 받고 싶다.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의 음반은 나에겐 특별한 의미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또 하나의 괴작.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유명한 스탠더드 레전드 팻 분의 헤비메탈 커버 모음집이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 딥 퍼플의 , 메탈리카의 , 오지 오스본의 같은 주옥같은 헤비메탈 명곡들이 팻 분의 입을 통해 재해석됐다. 한국으로 치면 나훈아나 남진이 시나위의 나 백두산의 를 다시 부른 셈이다. 수록곡은 다 헤비메탈/하드록이지만 팻 분의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는, 관악기가 중심이 된 스탠더스/스윙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도전인가? 망령인가?'라는 역대급의 문구가 해설지 제목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가 마냥 거대한 농담 같지는 않다. 팻 분은 정말 진지하게 노래하고 있고, 편곡에도 많은 신경을 썼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자레스의 커버는 새로운 창작이라 해도 될 정도로..
어제 퍼플에 갔다가 '드디어' [swanlights]를 샀다. 늘 미루고 미루던 앨범이었는데. 사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뭐랄까, [i am a bird now] 이후로 갈수록 기대치에 조금씩 못 미치는 것에 대한 내 나름의 항의? 그만큼 [i am a bird now]를 좋아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감히 사랑한다는 말을 써도 될 것 같다. 돌이켜보건대, [i am a bird now]가 나온 2005년 이후로 이만큼의 감흥을 준 앨범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의 정규 앨범과 EP, 싱글 등을 눈에 띄는 대로 사는 편이지만, 스스로도 [i am a bird now]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완벽한 앨범이다. 그리고 평생을 같이 할 앨범이다.
얼마 전에 퍼플레코드에 갔다가 스피리추얼라이즈드 새 앨범을 사려고 보니까 두 장의 음반이 있었다. 형태도, 수록곡도 똑같은데 가격이 거의 만 원 차이가 나서 사장님께 무슨 차이냐고 물었더니 싼 거는 한이뮤직에서 정식으로 수입한 거고 비싼 거는 자신이 영국에서 직접 주문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 싼 거 사야겠다고 했더니 "그러세요, 둥구 씨는 싼 거 좋아하니까"라는 대답이.ㅋㅋㅋ 난 이렇게 손님을 도발할 줄 아는 사장님이 참 좋다.-_- 하지만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싼 거 샀음. 엊그제도 잠깐 들러서 엘지 트윈스의 '내팀내'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왔다. 사장님은 원년부터 청룡/트윈스의 팬이지만 나보다 엘지 선수들을 더 싫어함. 엘지 트윈스가 '내팀내'라면 스피리추얼라이즈드는 '잘놈잘'임. 내가 앎.
어느새 5년이 됐다. 자신 있게 '인디' 레이블이라 부를 수 있는 일렉트릭 뮤즈가 5주년을 자축하며 기념 음반을 냈다. 한 장에는 소속 음악인들의 기존 곡들이, 다른 한 장에는 신곡과 미발표곡들이 담겨있다. 기존의 곡들도 이번에 새롭게 다시 마스터링을 했을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음악뿐 아니라 충실한 부클릿에 읽을거리들도 풍성하다. 일렉트릭 뮤즈에서 새삼 그동안 발표한 음반들을 보자니 포크부터 포스트 록까지 모범적으로 차곡차곡/차근차근 자신들의 역사를 쌓아왔다. 두 번째 시디에 담긴 새로운 노래들이 무척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아톰북과 플라스틱 피플의 노래가 좋았는데, 이 노래들 말고도 대부분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곡들을 담아냈다. 다채롭고 풍성한 식탁, 적극 권한다. 30주년에는 30장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이제 한국 인디 음악을 말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이 됐지만, 아직까지 음악보다는 뭔가 괴랄한 애들 정도의 오해 어린 시선들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회기동 단편선이나 노 컨트롤의 음반은 이런 오해를 걷어내기에 충분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단편선의 이름값(!)과 개드립에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있지만, 노 컨트롤의 음반도 정말 괜찮다. 란 노래가 조금 알려져 있는 편인데 오히려 이런 튀는 제목의 노래가 노 컨트롤의 음악을 온전히 알리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편의상 펑크 밴드로 분류되지만 펑크뿐 아니라 노이즈 록, 포스트 펑크,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등이 기막히게 섞여있다. 정제되지 않은 듯한 거친 질감의 소리도 이들의 음악에 더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