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판근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김종진의 인터뷰에서였나 그랬을 것이다. 그 뒤로도 여러 지면에서 이판근이란 이름은 많이 접했다. 이판근은 김종진뿐 아니라 한국의 대다수 재즈 음악인들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200여곡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있는 음원은 없었다. 이판근 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그의 음악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그리고 그를 기억하고자 젊은 재즈 음악인들이 결성한 프로젝트다.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 무척 흥미로워서 계속 반복해 듣고 있다. 와 에서 들려주는 한국적인 정서나 의 아름다움 모두 무척 흥미롭다. 특히 동부 아프리카의 리듬에서 착안해 만들었다는 를 가장 즐겁게 들었는데 마치 스카 음악 같기도 한다. 한국적인 정서에 알토와 테너 색소폰이 번갈..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이럴 때 쓰는 '보다'란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우리말에서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졌다"라든지, "앞산보다 뒷산이 더 높다"고 할 때 쓴다. 곧 어찌씨(부사)로서는 쓰지 않고 토씨(조사)로만 쓰는 것이다. 어찌씨로 쓰는 것은 일본말 'より'를 그대로 옮겨 쓴 버릇이 퍼진 때문이다. "보다 용기를 내어서" 이런 말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은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여기 아버지와 아들이 밭에서 김을 매는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놀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고 타이르는 말을 한다고 하자. "얘야, 벌써 하루해가 다 져간다. 오늘 이 밭을 다 매야 한다. 더 힘을 내봐라!" 이렇게 말했을 때 여기 나오는 말 "더 힘을 내봐라." 이것이 우리말이다. 아버지는 결코 "보다 힘을 내라..
레어템 시리즈 #27 이윤정에서 고구마(권병준)로 보컬이 바뀌고, 삐삐밴드에서 삐삐 롱 스타킹으로 개명한 후 처음으로 발표한 미니 싱글이다. 보도자료에는 8cm 싱글이라고 해놨던데 일본에서 많이 나오곤 했던 3인치 미니 싱글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와 두 곡이 실려 있다. 내가 사지는 않았고 누나가 선물로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규 앨범도 아니고 이런 걸 선물하다니, 뭔가 좀 낯설다. 아무튼 덕분에 레어템 득. 곡 스타일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제목도 그렇고 뭔가 아련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아하는 노래다. 올해 gmf에서 원더버드도 반짝 재결성 공연을 했는데, 삐삐밴드나 삐삐 롱 스타킹도 한 번쯤 뭉쳐서 공연해주면 좋을 것 같다.
레어템 시리즈 #26 정대욱의 1인 프로젝트인 아레올라 튠스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앨범. 처음 발매됐을 때 쌈넷에서는 별 반 개, 웨이브에서는 빵점을 받은 전설적인 앨범이다. 언니네 이발관과 줄리아 하트를 거치며 언니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이 앨범에서의 노래들은 그 언니들이 식겁할만한 노골적인 가사들로 가득하다. 이 노래 말고 대충의 노래 제목을 얘기해보자면 , , 등등. 앨범 마지막 곡인 의 가사를 잠깐 보자면 "교회 성가대에서 오르간 치는 아가씨, 제발 당신의 맘을 제게 주세요. 정말 당신의 맘을 제게 주실 수 없다면, 정말 당신의 맘을 보여주실 수 없다면, 진정 그렇다면요, 몸만이라도…." 대부분이 이런 식의 국격에 맞지 않는 주제들이었다. 정대욱이나 정바비란 이름 대신 ..
1. 50매짜리 원고 하나를 써야 하는데 도통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벌써 마감 날짜도 지나버렸는데. 정말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구나. 어떻게 해야 잘 쓸지 이리저리 짱구를 굴리고 있는데 생각만큼 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암튼 무사히, 잘 쓰고 싶다. 2.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웹진 [나비]에 서경식 교수가 '서양음악 순례'라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내가 처음 읽은 경식이 형의 책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가장 재미있게 읽은 미술 관련 책이다. 워낙 경식이 형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짝을 이루는 제목부터 맘에 들고, 서양 고전음악에 관한 소소한 경험들도 술술 잘 읽힌다. 3. 급하게 필요한 책이 있어서 오늘 아침 7시쯤 예스24에 총알배송으로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