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의 24년 만의 새 음반. 더 클럽뿐 아니라 동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록/메탈 밴드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경력이나 컴백에 대한 존중을 잠시 옆으로 제쳐둔다면, 사실 음악적으로 그렇게 흡족한 음반은 없었다. 더 클럽은 활동 당시 함께 헤비메탈로 묶이긴 했지만 스타일이나 결에서 동료들과는 달랐다. 더 클럽의 리더였던 민치영은 그런 다른 스타일과 결을 가지고 [renaissance]라는 근사한 개인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24년 만의 컴백작 역시 여전히 멋지고 근사하며 독특하다. 이들은 그저 '왕년'에만 사로잡혀있지도 않고, 트렌드를 잡겠다며 넘치지도 않는다. 옛날 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더 클럽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곡 배치의 승리라 할 만한 음반의 첫 곡
개감동 멜로딕 하드코어. 지난 앨범부터 가능성을 보였던 컴배티브 포스트가 이번 앨범에서 완전하게 포텐을 터트렸다. 쏟아지는 멜로디의 향연에 적절한 떼창까지, 내가 딱 좋아하는 음악. 잠비나이의 이일우가 기타를 치고 있는데 확실히 음잘잘이다. 하지만 반응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아쉽다. 이번 대중음악상 후보들도 그렇고 컴배티브 포스트의 경우도 그렇고 홍보나 유통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컴배티브 포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안 하고 오직 시디만을 팔고 있는데, 그럴 경우에 이른바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이 음악을 찾아 들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자신에게 '오는' 음반만을 듣는 사람들이 있고, 스트리밍이라도 찾아 듣는 사람은 그래도 열심히 듣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현실에서 컴배티브 포스트의 음악이 ..
3월 5일에 (드디어) 할로우 잰의 새 앨범이 나오고, 더불어 그동안 구하기 힘들었던 첫 앨범도 함께 재발매된다. 2004년에 나왔던 6곡짜리 데모가 보너스로 들어간다고 한다. 대신에 한 곡이 빠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곡일 것 같다. 레이첼스를 커버한 연주곡. 그동안 이 곡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쉽게 재발매를 하지 못했던 걸로 알고 있다. 나야 첫 앨범은 한국반과 일본반 두 장을 갖고 있고, 3인치 싱글과 데모까지 모두 갖고 있어서 재발매 안 되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평균 수명 81세 시대에 할로우 잰 음악은 한 번쯤 들어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을 살면서 할로우 잰 음반을 곁에 두고 한 번 쭉 들어보는 건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운이 좋게 할로우 잰 새 앨범을 미리 들을 수 ..
요즘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뜨거운 앨범. 한때 스윙스나 이-센스, 산이 등이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씬이 굉장히 재미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다. 화지는 그 이후에 가장 두드러지는 신인이다. 한 장의 믹스테이프와 한 장의 EP로 큰 기대를 모았고, 이번에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앨범을 무료로 공개했다. 공개한 앨범에는 앨범 커버는 물론이고 가사가 적힌 부클릿까지도 전부 들어있다. 화지는 이에 대해 내 실력은 톱클래스지만 아직 인지도가 부족하다 생각해 일단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말했다. 더불어 "발라드 래퍼들이 싼 똥, 내가 치우겠다"는 출사표도 함께 던졌다. 이처럼 자신감 있는 발언이나 앨범 안의 음악이나, 이런 게 진짜 '힙합'이라는 생각을 했다..
을 부른 한때의 인기가수로, 또는 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의 동생으로 많이 알려진 홍수철의 숨은 명곡. 8090 시대의 명인들인 김성호(작곡)와 송홍섭(편곡)의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노래인데 (곡 좋은 거야 두말할 나위 없고) 이 연주가 누구의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이 깔짝거리는 은근한 그루브 정말 좋다.ㅜ 송홍섭이 편곡한 사실을 알고 기타는 당시에 같이 팀처럼 활동하던 박청귀(아라이)가 연주했으려니 짐작하고 있었는데 오늘 자료를 찾아보니 맞다. 박청귀-송홍섭-배수연의 짱짱라인업이다. 이 노래가 실린 ['89 홍수철]은 송홍섭과 이호준이 나눠 편곡을 했는데, 이 당시 형들은 정말 형들이라 불릴 만한 형들이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여튼 이 당시 형들은 나만큼이나 짱이다. 내가 앎.
정태춘의 노래 을 좋아한다.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20주년 기념 음반이기도 한 [정동진/건너간다]에는 이 두 가지 버전으로 실려 있는데, 둘 가운데 최성규가 편곡한 버전을 더 좋아한다(다른 하나는 조동익이 편곡한 버전이다). 최성규는 거의 모든 이들에게 낯선 이름일 텐데, 그도 그럴 것이 음악 생활의 대부분을 ccm 쪽에서 활동해왔다. 재미있는 건 그가 심심찮게 'ccm계의 조동익'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둘 사이에 교류가 있어왔고, 최성규의 작업에 대해 조동익도 신뢰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작년에 최성규가 관여한 앨범 두 장이 나왔다. 하나는 역시 ccm에서 활동해온 이무하의 대중가요 음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혼자서 노래와 연주, 녹음까지 한 독집 ..
EBS 스페이스 공감 10주년 기획시리즈 리플레이 리플레이! 이거 내 기획! 뿌듯하다.ㅋㅋ 메가데스의 [rust in peace] 20주년 기념 라이브 앨범을 듣다가 생각나서 제안한 건데 실제로 이렇게 하게 됐다. 앨범의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다 하는 거다. 한국 현실에서 10주년 정도면 의미도 있으면서 어느 정도 추억팔이도 될 수 있고, 또 계속해서 씬을 지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지/응원의 뜻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10주년으로 하게 됐다. 처음엔 몇 집 이런 거 구분 없이 2004년에 나온 앨범 전체를 다 대상으로 하려고 했는데, 올해가 공감 10주년이기도 해서 2004년에 함께 '시작'했다는 의미로 그해에 '첫' 앨범을 낸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걸로 바뀌었다. 잘만 하면 매년 정기 기획 공..
나의 귀에 들어온 첫 2014년 발매작.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인 제임스 빈센트 맥모로우의 두 번째 앨범이다. 감성적인, 혹은 감상적인 부분을 떠나서 일단 그가 들려주는 팔세토에 꼼짝을 하지 못하겠다. 첫 앨범에서도 그렇긴 했지만 이번 앨범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이게 더 어필하는지를 알고 특히 더 강조한 듯하다. 첫 곡 부터 폭격이라 해도 될 정도로 팔세토를 전면에 내세운다. 정말 'soulful falsetto'란 표현만큼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벌써!) 15년 전쯤, 제네바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이 다시 일기도 했다. 앨범의 첫 곡이면서 전체 앨범에 대한 방향을 일러주는 이 노래를 비롯해서 높고 아름답고 쓸쓸한 노래들이 고르게 놓여있다.
(2012년에 발매됐지만) 아마도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일 것이다. [blue moon] 앨범이 워낙 훌륭하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 곡을 가장 좋아한다. 시작 부분에 주선율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대로 반했던 것 같다. 여든한 살 노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절대 잊지 못할 멜로디. 13분이란 시간이 절대 지루하지 않다. 제목은 지만 이탈리아 대신 각자 자신만의 지명을 넣어도 그대로 동경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아름다운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