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수록 올림픽 같은 대회에 관심이 없어진다. 김연아고 뭐고, 이제 올림픽이 끝나니 좋다. 설까지 껴서 3주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결방하는데 아주 현기증이 나 죽는 줄 알았다. 빨리 야구나 시작했으면 좋겠다(사실 처음엔 '김연아고 나발이고'라고 썼다가 고쳤다. 내가 쫄아가지고...). 2. 가끔씩 어떤 일이나 사건을 계기로 한 시대가 저문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필드 레코즈의 폐업소식을 들으며 2000년대 초반 활발히 활동했던 애호가들의 시대가 이제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서브'를 시작으로 '비트'를 거쳐 'mdm'을 구독했을 그 사람들. 이제 그들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30대 이상의 생활인이 되었을 테니. 필드 레코즈의 주인장인 오유승 씨는 나에게 필드 레코즈..
# ㅂ 선배는 원서를 자주 읽는다. 그리곤 가끔씩 (음악 관련) 괜찮은 책이 있으면 이걸 한 번 번역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하곤 한다(물론 나 말고 영어 잘 하는 동료들에게. 공부 좀 잘할 걸...). 'love is a mix tape'이란 제목을 가진 책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롤링스톤誌에서 칼럼과 리뷰를 쓰던 로브 셰필드가 자신의 연인이자 아내였던 르네와 함께 했던 믹스테이프에 관한 추억을 뭉클하고 따뜻한 글로 풀어냈다. 책 안에는 둘이 함께, 혹은 각자가 만들었던 믹스테이프의 목록이 실려 있었다. # 요즘 나의 가장 주된 취미는 알라딘 중고매장 놀러가기. 대부분의 시간을 시디 앞에서 보내지만 늘 계산하기 직전에 음악 관련 서적 코너에 들른다. '파란하늘처럼 하드록처럼 사랑해'. 특이한 제..
1. 시디 목록을 만들고 있다. 계기는 대전 부모님의 이사 때문. 어머니가 이사하면서 내 몫(?)으로 비워둔 방에 시디장을 맞춰놓았다고 해 이번에 내려가서 봤는데 그게 꽤 맘에 들었다. 벽 한 쪽을 다 시디장으로 해놨는데 대충 4천 장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어차피 내 방에 쌓여있는 시디들 그냥 대전에 갖다 놓자는 생각으로 여기에 놓을 거, 대전에 갖다 놓을 거 분류를 하고 있다. 분류를 하는 김에 목록도 함께 만들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엑셀짓 중. 대략 5천 장 이후로 세어보질 않아서 나도 내가 시디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목록을 만드는 큰 이유는 어제 빛과 소금 3집 매물이 떴는데 이걸 내가 갖고 있는지 안 갖고 있는지 생각이 안 나서... 온 방안을 다 뒤집어서 결국 찾긴 했는..
내 마음의 노동은 연못을 파는 것 나는 길가에 앉아서도 지나가는 예쁜 여자의 몸에 연못을 파고 빵집 파리 크라상 '파리 크라상' 하는 발음의 생기에도 연못을 판다 지난날은 모두 거짓말의 날들 연못은 온몸의 영특한 빛으로 지난 시간을 비춘다 나는 신문지 위에도 신문지 위의 독재자 위에도 백만 마리의 되새떼 위에도 연못을 판다 조그만 눈길들 물방울처럼 모여 하늘의 구름 하늘의 못인 별 몸에 들인다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정거장에도 병원을 빠져나가는 가엾은 목숨에도 나는 연못을 파고 나는 그 연못을 풍금과도 같이 연주한다 나의 연못은 지금 만국공원에도 있고 진부령에도 있고 유동 생맥주집에도 있고 동숭동 거리에도 있고 신포동 대성 불고기에도 있다 나는 새로 단 간판 밑으로 들어가는 聖骨들 어깨에도 연못을 파고 ..
요즘 카세트테이프도 함께 듣는다. 남들 엘피 듣고 있을 때…. 얼마 전 제주의 한 카페에 갔을 때 거기에 이제는 구하기 힘든, 성음에서 나온 재즈 테이프들이 가득했다. 혹시 파시지 않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는데 파시지 않는다고.ㅜ 어쨌거나 이번에 대전 집에서 가져온 테이프들. 고등학교 때 시디를 사기 시작하면서 모았던 이백여 개의 테이프를 친구들에게 팔았는데, 아직도 그만큼의 테이프들이 (다행스럽게) 남아있다. 카세트테이프로 메탈 듣는 맛도 좋다! 특유의 질감 같은 건 제쳐두고, 그냥 이 음악들을 듣던 시절의 내가 그리워져서 특히 더 좋은 것 같다. 킹레코드(블랙마크)랑 선경(메탈포스) 그립다.ㅜ
1. 주전부리 단신. 롯데에서 나온 스콘 형식의 과자 '듀페'를 먹었는데 이거 맛있다.ㅜ 딱 적절한 치즈 맛, 느낌 아니까. 웬만해선 롯데 과자 안 먹으려고 하는데 정말 악마의 회사다. 롯데는 이미지 때문인지 이렇게 괜찮은 과자를 만들어도 다른 과자를 베꼈을 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대안이 없으니…. / 요즘 장안의 화제인 CU '떡볶이愛' 괜찮다. 하도 호평들이 줄을 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열라짱까지는 아니고 그냥 짱 정도 된다. 근데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CU 편의점에서만 파는데 없는 곳도 꽤 많다. 지마켓에서 주문할까 잠깐 고민했는데 그마저도 없네! 여튼 간단하게,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기에는 딱 좋음. / 세븐일레븐 '중화요리 모듬 도시락'을 아직도 못 먹어보고 있다. 한솥도시락..
1. 원래 계획은 어제 순천에서 열리는 한 청소년 대회의 심사를 보고 밤에 대전으로 올라오는 거였는데 경부선 사고 때문에 출발이 늦어져 결국 심사를 포기하고 난 이왕 기차를 탄 김에 서대전역에서 내렸다. 순천까지 가기 좀 귀찮아서였던 것도 있지만, 난 그냥 이런 문제에 그러려니 한다. 서대전역에서 내리자마자 몇몇 승객들이 미리 나와 있던 역무원 분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던데 그분은 무슨 죄인가 싶다. 1시간 이상 지연된 이유로 기차 한 번은 공짜로 탈 수 있다고 하니 난 그냥 거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1년 안에 순천행 표값인 43,000원까지는 공짜로 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걸 아꼈다가 나중에 먼 곳에 갈 때 쓸지, 아니면 내일 그냥 서울에 올라갈 때 쓸지 고민 중이다. 가격이 거의 2만 원 가까이 차이..
1. '보다'를 다시 하려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났고, 예전에 글 썼던 최훈교나 da20ill에게 연락해 다시 하자고 연락을 했다. 난 이제 '보다'가 씬의 변화를 이끌고 담론을 주도하고 하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필자들과 함께 오랜 동인으로 소소히 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번 모임에서 그런 얘기를 했고 대부분의 이들이 이에 동의했다. 난 글쟁이로나 애호가로서 최훈교나 da20ill의 글과 취향을 좋아하고 그들이 더 이상 글을 안 쓰는 걸 늘 안타까워했다. '보다'가 그런 이들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2. 지난 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너무 불편했다. 망할 년놈들. '그알 마니아'로서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에 빠지고 있는 날 발견하다. 줄거리를 ..
앙꼬의 [나쁜 친구]를 읽었다. 지은이의 자전적인 만화(인 것 같)다. 제목 그대로 기성세대가 보면 기겁할 만한, (침 좀 뱉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놀았던' 지은이와 그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앙꼬는 어쩌면 감추고 싶었을 법한 그 시절의 이야기를 굳이 미화하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컷들 속에선 어쩔 수 없는 아련함과 슬픔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고, 특히 맨 마지막 컷은 며칠 전에 읽었음에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다. [나쁜 친구]를 읽고 뒤늦게 (절판된) 그의 첫 작품인 단편집 [열아홉]을 중고로 구해 읽었다. [나쁜 친구]의 전초전 격인 '열아홉'은 여전했고,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찔레꽃'에선 몇 차례 울컥하기도 했다(몇 번이나 반복해..
어제 '카세트폐허' 전리품. 정오에 용화반점 오찬을 갖고 4시 조금 넘어 바다비에 도착했다. 몇 개의 카세트테이프를 사고 (원래 목적이었던) 헬리비젼의 데모 테이프를 기다렸다. 헬리비젼 멤버들이 가져온 테이프는 꼴랑 다섯 개. 순식간에 다섯 장이 다 팔렸고, 나도 운 좋게 그 '순식간'의 주인공이 됐다. 테이프를 사고는 벨로주에 들러 케이-재즈 트리오(조윤성, 황호규, 이상민)의 공연을 잠깐 보다가 당구 회동을 가졌다. 두 경기 모두 여유 있게 이기며 다마 수 올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