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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2. 10. 4. 10:31
1. 1박2일로 짧게 대전 집을 다녀오느라 고향손짜장 삼선짬뽕을 못 먹고 왔다. 그래도 따순 엄마밥이랑 갈비랑 비빔국수 맛나게 먹고 왔다. 오는 길에 성심당 빵 좀 사올까 했는데 추석날인 게 함정. 나도 성심당 빵 먹어본지 10년은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그냥그냥이었던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 좋아들 하는 거지? 조만간 평일에 내려가서 삼선짬뽕 먹고 성심당 빵 사 와봐야지.

2. 짧게라도 대전에 갔다 올 때마다 대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장 내려가서 살면 되는 거긴 한데, 결정을 하지 못해서. 종철이 형이나 계삼이 형이 얘기하는 '고향에서의 삶' 같은 깊은 뜻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익숙하고 편한 게 좋다. 부모님이 계시는 노은지구도 아주 맘에 든다. 동네도 조용하고, 바로 옆에는 세종시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생겼다. 산보하고 자전거 타고,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서울 오가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늘 사소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3. 화요일 오후에 목요일 정오까지 마감을 부탁하는 주간지 원고 청탁 전화를 받고 그날 밤에 누워서 계속 고민했다. 그냥 내일(수요일) 일찌감치 마감을 끝낼까, 아니면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원고를 쓸까, 하는 고민. 그런데 이 고민이 존나 쓸데없는 게, 설령 내가 수요일에 쓰겠다고 결심을 한다 해도 결국 쓰는 건 목요일이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써야지, 10시부터 써야지, 점심 먹고 써야지, 낮잠 좀 자고 써야지, 저녁 먹고 써야지, 10시부터 써야지, 잠깐 눈 좀 붙였다 써야지, 새벽에 일어나서 써야지…. 이렇게 며칠 넘기는 건 아주 금방이다. 그냥 쓰면 되는 걸, 굳이 정각에 맞춰서 쓰겠다는 것도 가지가지 병.-_- 그걸 뻔히 알면서도 괜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서 나다운 친숙함과 함께 병신미가 느껴졌다. 내가 진짜 한결같은 사람.

4. 한대수 선생은 뉴욕 타임스 토요판을 침대 위에 앉아서 토요일 오전 내내 읽는다고 했는데, 나에겐 한겨레 토요판이 토요일 오전의 즐거움이다. 첫 호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한명기의 '-420 임진왜란'과 김태권의 만화 '히틀러의 성공시대'는 책으로 나오면 꼭 사볼 참이다. '김두식의 고백'도 좋고, 편집도 시원시원하니 맘에 든다. 고경태 기자가 토요판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이런 기획이나 편집 쪽으로는 탁월한 사람이다. 한겨레 토요판을 만드는 기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5. 전에 "대체 갸또가 오예스랑 다른 게 뭐냐, 완전 허세다"라는 글을 쓰고 몇몇 분에게 "나의 갸또는 그렇지 않다"는 항의를 받았는데, 어제 갸또 화이트를 먹고 나의 판단이 섣불렀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비싸서 그렇지 갸또 화이트 맛있구나.ㅠ 갸또 그린티도 맛있다는데 빨리 먹어봐야지. 하지만 갸또 쇼콜라가 오예스랑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은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므로 처음에 화이트 안 먹고 쇼콜라를 사먹으며 나에게 된장질 선입견을 안겨준 오정심에겐 사과하지 않겠다. 쇼콜라보단 화이트!

6. 돼지저금통 뜯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두근두근. 저금통 빨리 뜯고 싶어서 요즘은 일부러 막 거스름돈을 만들어오고 있다. 보통 20만 원 정도 나오는데 뭘 살까 생각 중이다, 라고 말하기 민망하게 아마도 (당연히) 음반을 살 것이다. 박스 세트를 사지 않을까 싶은데, 음반을 사는 것보다 뭘 살까 이렇게 생각하고 고르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_-

7. 시디 20장을 7만 원에 살 수 있는 박스 세트 시대에 안드라스 쉬프의 평균율 음반이 날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시디 넉 장에 53,000원. 사실 이제 평균율 음반은 더 사지 않아도 되긴 하는데 쉬프라는 이름이 계속 돌아보게 만든다. 게다가 제작·녹음은 ECM. 스트리밍을 허락하지 않고 고가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ECM의 도도한 자존심 때문에 더 갖고 싶어진다. ECM, 이 브라우니 같은 놈.

8. 비닐도 안 뜯은 시디가 서른 장 넘게 있는데, '뭔가 마땅히 들을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무래도 정신병이겠지?-_-

9. 더블 앨범의 경우에, 한 장은 수입반으로 한 장은 국내반으로 갖고 있을 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나의 못난 덕후심 때문이겠지?-_-

10. 서점에 가니 이지성의 새 책이 서점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김난도의 새 책은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되는 거라면 그깟 어른 안 되고 만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쏙 빼놓고 개인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이런 병신 같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대체 어떤 위로를 받고, 어떤 깨달음을 얻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 시간에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속담집을 읽는 게 낫다.

11. 너랑 결혼하기 싫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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