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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해바라기의 이 라이브 앨범이 재발매됐다. 이 앨범은 정말 내가 가진 모든 언어를 동원해 추천하고 싶다. 내가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무엇보다 선곡이 좋고, 둘째, 둘의 화음이 기가 막히며, 셋째로 익종이 형의 목소리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이 선곡되지 않았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1980년대 한국 팝/포크 발라드의 한 정점이며, 팀이 가장 좋았을 때의 한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절이 시절이라 그런지 이렇게 대책 없이 낭만적인 노랫말이 유난히 와 박힌다. 주호 형은 참 좋은 창작자였다.

+ 어렸을 때 대전에서는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방송되지 않았다. '대전 mbc'에서 자체적으로 '별밤'을 제작했었고 그래서 당시 중고생들의 원망이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나마 그런 지방 별밤이 좋았던 건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공개방송을 가진다는 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전 지역의 고등학교를 돌면서 공개방송을 가졌는데, 그 방송이 있을 때마다 각 학교에선 재주 좀 부린다는 학생들이 나와 뽐내기를 했었다. 좀 웃긴다는 애들은 콩트를 하거나 선생들 성대모사를 했고, 노래 좀 한다는 애들은 기타를 가지고 나와 노래를 불렀다. 큰누나가 ㄷ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 학교로도 별밤 공개방송이 왔었고, 누나는 그 방송을 녹음을 해서 꽤나 즐거워하며 듣고 또 듣고 했었다. 그때의 내용은 이제 거의 흐릿해졌지만, 그날 ㄷ고등학교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른다던 형들 두 명이 나와 부르던 노래는 또렷이 기억난다. 한 곡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였고, 다른 한 곡이 바로 이 노래였다. 형들이 노래를 잘 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둘이 나와 기타를 치며 그런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그런 노래를 알고 부르는 형들이 무척 어른처럼 느껴졌다. 지금 그런 공개방송을 하면 대부분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출 텐데, 해바라기와 카라 사이에는 그렇게 25년이란 시간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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