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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시옷_ 2013. 4. 29. 16:21


삶창(난 예전 이름 '삶이 보이는 창'이 더 좋다)에서 나온 류인숙의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를 읽었다. 노래들을 소재로, 그 노래에 대한 감상과 노래와 관련한 글쓴이의 여러 가지 추억들을 풀어 쓴 책이다. 이런 형식의 책들은 꽤 많지만(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닉 혼비의 노래들'), 가장 만족스럽게 읽었다. 김민기부터 김광석, 산울림, 박은옥 등등 주로 옛날 노래들이 많이 나오고 글쓴이의 이야기도 주로 먼 기억 속에서 나오는데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들이 굉장한 위로가 돼주었다. '위로'받는다는 것에서 김난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서울 공장으로 일하러 떠나는 글쓴이를 보기 위해 새벽에 환타와 보름달 빵을 사가지고 온 친구의 마음을, 떠나기 전 남동생의 참고서에 삼천 원을 넣으며 동생이 좋아하는 만두를 사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누나의 마음을 김난도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할 것이다. 삶의 결, 위로의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삽입된 신대기의 사진도 두고두고 음미할 만하다. "남들처럼 변변한 등산장비 하나 없이 그 무수한 산들을 오르며 불렀던 노래를 그 산들은 기억할까. 노래는 고단한 우리들의 삶에 늘 위로였다. 그런 노래를 닮고 있는 삶이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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