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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가엾은 리얼리스트

시옷_ 2013. 1. 18. 20:30
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그늘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김남주, 가엾은 리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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