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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2. 11. 30. 16:44
1. 책 1쇄가 다 팔리고 곧 2쇄를 찍는다고 한다. 책 처음 쓸 때부터 1쇄만 팔렸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이제 더 욕심도 없다. 더불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됐다고 한다. 예술 분야로는 21권 가운데 하나로 뽑혔으니 자랑할 만한 것 같다. 으쓱으쓱. 여기에 선정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00만 원 상당의 책을 구입해 공공도서관과 벽지의 학교 도서관 등에 배포한다고 한다. 그냥 돈을 나에게 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쓰고 싶지만, 우수교양도서 저자로서 참겠다. 책을 사주신 분들,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고맙단 말을 전한다.

2. 요즘은 웬만한 미드보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더 재미있다. 진행을 맡은 '중년탐정 김상중'은 이제 문성근을 뛰어넘은 것 같다. 특히 범죄나 미스터리 관련해서 진행을 할 때는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잘 만들어낸다. 옛날 것들도 하나씩 다 찾아보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너무 오싹해서 밤에 혼자 보기 무섭다.-_-

3. 요즘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에 대해 부쩍 많이 얘기가 오고가고 있다. 몇 달 전에는 스웨덴의 한 좌파 정당에서 남성들이 앉아서 소변 보는 걸 당규로 정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다수 남자들이 마치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난 몇 년 전부터 앉아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전혀 불편할 게 없다. 무슨 고통스러운 자세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것뿐인데, 그러면 튀지도 않고 흘리지도 않고 모두에게 좋은데, 이게 무슨 꼴페들의 역습인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남자의 자존심 운운하는 글까지 봤는데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서서 싸는 것에서 자존심을 찾는 건지 좀 안쓰럽기까지 하다.

4. '깨시민'이라는 말은 진짜 깨알 같다. 고종석이 만들어낸 걸로 아는데, '깨어있는 시민'의 준말이다. 반노/비노인 종석이 형이 안철수를 지지하면서 문재인 지지자들을 자극했고, 전투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빠들이 종석이 형에게 온갖 험한 말을 쏟아 부은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의 트위터 프로필에는 어김없이 '깨어있는 시민', '민주주의', '봉하마을'과 같은 말들이 공통적으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이에 종석이 형이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말을 놀림의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아예 '깨시민'이라는 말로 굳어졌다. 이를테면, 깨시민은 노빠의 다른 형태다. 내가 노빠를 워낙 싫어해서겠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저런 글들이 쓰여 있으면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도 깨어있고 싶은데!

5. 이틀 전에 남자 넷이서 화덕 피자를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누굴 찍을지에 대해 얘기했다. 두 명은 문재인을 찍을 거라 했고, 한 명은 김소연을 찍을 거라 했다. 난 김소연과 문재인 가운데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난 문재인을 아직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김소연을 찍기엔 망설여지는 부분이 몇 있다. 당에서는 김소연 지지를 선언했지만 엄밀히 당의 후보도 아니고, 아마도 선거 전날까지 계속 고민할 것 같다.

6. 요즘 본 것 가운데 가장 재치 넘쳤던 말은 '이승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의 책 제목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비꼰 것인데, 한비야의 책처럼 여행을 하다간 곧바로 황천길 갈 거란 뜻이다. 몇 년 전까지 가장 인세를 많이 받았던 작가가 한비야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런 판춘문예 수준의 사기성 글을 쓰는 사람이 돈도 잘 벌고 여성들의 역할모델이 되는 걸 보면 참 씁쓸하다. 어느 바닥이든 '사짜'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성공하는 것 같다. 어디나 똑같다. 그래서 싫다.

7.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려고 낑낑대면서 박스에 담아뒀던 책들을 옮겼다. 첫 번째 박스에 윤대녕과 신경숙의 소설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막상 팔려고 보니 아까운 생각도 들고, 옛 소설들이라 가격이 8천 원 정도인데 이걸 갖고 가봐야 권당 2천 원 정도를 받을 것 같았다. 10권 들고 가봐야 2만 원인데 그걸 받으려고 이 짓을 하는 건가 해서 좀 허무해졌다. 그래서 나중에 이사 갈 때면 모를까 안 팔고 일단 빼놓은 책들을 다시 한 번 읽기로 했다.-_- 윤대녕의 초기 소설들은 정말 반짝였는데, 언제부턴가 낯선 곡으로 여행을 가고, 거기서 만난 여자와 선문답을 나누고, 그 여자와 자는 게 반복되면서부터 지루해졌다. 20대 후반에 읽는 윤대녕과 30대 후반에 읽는 윤대녕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긴 하다. 신경숙은 정말 아무 느낌이 없다. 뭐 그렇게 열심히 소설들을 샀는지도 모르겠고. 예전엔 꽤나 열심히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신경숙의 책들 가운데 가장 좋아했던 건 소설이 아니라 산문 [아름다운 그늘]이었던 것 같다. 요즘 다시 소설 읽는 재미에 빠졌는데 일단은 윤대녕으로 시작.

8. 더불어, 이혜경의 새 소설이 나왔다. 6년 만의 새 책이다. 이혜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가운데 한 명이다. 어제 책방에서 새 책이 나온 걸 보고 잴 것도 없이 사왔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좋을 것이다. 이혜경은 그런 기대를 가져도 좋은 작가다. 나에게 한비야 같은 이가 가짜라면 이혜경 같은 이는 진짜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진짜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새 책 출간과 함께 옛 소설 [그 집 앞]도 다시 나왔는데 한 번쯤 읽기를 권한다.

9. 야구를 안 하니까 이제 배구를 챙겨 보고 있는데 딱히 응원하는 팀은 없다. 요즘 동정심 때문에 LIG에게 점점 마음이 가고 있긴 하지만.-_- 야구의 LG나 배구의 LIG나 누가 형제 회사 아니랄까봐 하는 짓도 똑같다.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8팀 가운데 4위 안에 들고, 6팀 가운데 3위 안에만 들라는 건데 그거를 못한다. 이번에 외국인 선수 까메호도 괜찮은 것 같으니 성과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이경수 보면 짠해가지고. 사실, 응원팀이고 뭐고 삼성 잡는 팀이 우리 팀이다. 매번 삼성이 이기는 거 보면 완전 약 오르고, 고희진(aka 고밉상) 세레머니만 보면 짜증이 난다. LIG든 대한항공이든 삼성만 좀 이겨줬으면 좋겠다. 현대 호구들한테는 아예 기대도 안 하고.

10. 김윤하 군이 귀국을 해서 화요일에 신성각에서 환영 행사를 했는데 우리가 아직도 김윤하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 같다. 7시에 보기로 했는데 20분이 지나도 연락조차 없고, 50분 지나서 우리가 짜장면 다 먹을 때쯤 굽실대며 들어왔다. 그러니까, 마감이든 약속이든 '늦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가 레전드 김윤하를 이길 수 없다. 10년을 알고 지냈는데 지금까지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민희 씨와 함께 김윤하를 기다리면서 이 사실을 말하고 "좀 맞으면 고칠까요?" 물었더니 맞아도 소용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오, 진짜 간디 형을 생각하면서 참는다.

11.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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