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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현시창

시옷_ 2012. 11. 5. 09:48


임지선의 책 [현시창]을 사려고 보다가 추천사들이 재미있어서. 임지선은 <한겨레21> 시절에 '노동OTL' 시리즈로 여러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현직 기자다. '노동OTL'은 <한겨레21> 기자들이 한 달간 몸으로 직접 3D 업종이라 불리는 일들을 하고 그걸 기록한 기획 기사다. 내 기억에 임지선은 그때 식당 일을 했던 것 같다. 그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이 시리즈는 얼마 뒤 [4천 원 인생]이란 책으로 나왔다). 그 뒤 <한겨레> 사회 면에서 이름을 보곤 했는데 이번에 사회부에서 취재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해서 책을 낸 모양이다. '꿈을 어떻게 꾸는 건지조차 모르는 고등학생 소녀, 학자금 대출을 갚으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가스실에서 숨진 대학생, 돈을 위해 직장을 옮겼지만 갈수록 삶이 불안해지는 30대 회사원, 철강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가 쇳물에 빠져 죽은 청년, 집안을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다가 살해당한 여성' 등의 생생한 현실이 24편의 이야기에 담겨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거나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따위의 허튼소리는 얼마나 공허한 위로인가. 이를 겨냥해 아예 책 소개도 "위로는 청춘의 답이 아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추천사가 재미있는 것도 이 지점. "제가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따위의 얕은 소리를 하는 이를 멘토로 둔 이 사회가 참 안쓰럽다. 혹시 모를까 싶어, '현시창'은 '현실은 시궁창'의 준말이다.

김규항(작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긍정적 사고를 가지라' 따위의 말로 멘토 행세하는 사람들은 또 뭔가. 우습고 기괴한 세상을 살아내는 청년들의 분투기.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각자의 아픔을 한데 모아놓은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연대해서 같이 아픔에 맞설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김진혁(PD(김진혁 공작소 대표)): 이 책을 읽으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다. 맞다. 애초에 말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김조광수(영화제작자, 영화감독): 책을 읽다가 몇 번을 닫고 다시 펼쳐야 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강신주(철학자,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 하나의 의무로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비수처럼 가슴을 파고들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을 때까지.

이택광(문화평론가, 경희대학교 영미문화전공 교수): 결코 '힐링' 따위로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진실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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