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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2. 10. 30. 11:08
1. 일요일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서 폭풍수다를 떨었는데 하도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좀 쉬었다.-_- 1년에 한두 번 그럴 때가 있다. 좀 부끄럽다.

2. 사회생활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자주 연락하고 죽이 잘 맞는 사람이 도련님인데, 알고 지낸지 어느새 10년이 넘어간다. 나나 도련님이나 쉽게 말을 놓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직까지도 서로 반말 반, 존댓말 반 섞어 쓰고 있는데 난 그게 전혀 불편하지 않다. 난 존댓말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연애할 때도 존댓말 쓰면 좋은 점이 의외로 많다. 주위에서 이제 말 트라며 부추길 때가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더 어색해진다. 괜한 오지랖. 나랑 도련님은 존댓말 쓰면서 온갖 섹드립과 일베드립 치는 사이인데!

3. 패션지에 종종 글을 쓰는 편이지만 '아레나'가 남성 잡지인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잡지를 받아도 제대로 보지를 않으니.-_- 여성지건 남성지건 잡지를 받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준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싶어, 잡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쪽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다. 후드 점퍼 좋아하고 그런 것만 입고 다니는 나에게 정장이니 시계니 하는 주제는 전혀 다른 세상 얘기 같다. 그래서 정장 하나 없이 사는 벨로주님 좋아함.♥

4. 패션지 쪽은 특히 이직이 잦는 것 같다. 전화번호 입력할 때 에디터들 이름 옆에 잡지사 이름도 함께 써놓는데 오랜만에 전화가 오는 에디터들을 어김없이 잡지사가 바뀌어있다. 월봉 차이 때문인지 업무 강도 때문인지(다 비슷비슷할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하다. + 전에도 한 번 얘기했던 것 같은데, 왜 (특히) 패션지 기자들은 '에디터'라고 부르는 걸까? 다들 에디터라고 쓰고 부르니 나도 에디터라고 쓰긴 하는데, 기자와 에디터에 큰 차이가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패션지 특유의 못난 영어쓰기 버릇 때문일까?

5. 자주 틀리는 맞춤법: 할께-할게. 그냥 간단하게, '께'라는 맞춤법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슷한 예로 '꺼'도 마찬가지. 노래 제목으로 하자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비켜줄께>는 <비켜줄게>, 인피니트의 <내꺼하자>는 <내거하자>가 맞다.

6. 지금도 활동하는지 모르겠는데, 단편선이 몸담고 있는 밴드 '간손미'는 진짜 최고의 작명이 아닌가 싶다. 간옹/손건/미축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삼국지 관련 게임을 해본 사람이면 안다. 이들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어감도 좋고, 단편선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실제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보급이나 행정이란 측면에서 간손미의 역할은 중요하다. 군대에서 훈련할 때도 병사들의 불만이 가장 높을 때는 식사 배급이 균일하지 못해 밥과 반찬의 양이 다른 소대보다 적을 때였다. 난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배고프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주위에도 몇 명 있다. 그래서 늘 행정보급관은 말했다. "전투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배급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

7. 얼마 전에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했는데, 생각보다 출연료가 많이 들어와서 좀 놀랐다(나는 아예 출연료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오거나 원고료를 제시받을 때면 내가 이 정도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건가 하는 자격지심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미리!) 쓰자'라고 다짐을 하지만, 다짐은 다짐일 뿐.-_- +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생각이고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자면, 거꾸로 생각해 일개 출판사에서 줄 수 있는 이런 금액을 주지 않으려 하는 방송사들은 반성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그냥 한 번 해주세요'라는 인식이 너무 깊게 박혀있다. 꽤 오래 전에 얘기가 되다 말았는데 다시 한 번 뜻을 모아서 '선언'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꽤 오래 전'이라고 썼는데 그동안 바뀐 게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면 방송국에선 방송 출연을 자신의 경력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친구들을 쓸 수 있겠지만 뭔가 이슈화가 필요한 시점이긴 한 것 같다.

8. 홈플러스에서 800원짜리 콜라를 발견하고 고민했다. 코카콜라와는 거의 3배의 가격 차이. 한때 콜라중독자로서 한 번은 마셔줘야겠다는 의무감에 사가지고 왔는데 아- 음료를 마시고 화가 난 건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첫 번째는 8·15 콜라, 두 번째는 솔의눈, 세 번째는 나랑드 사이다,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대체 이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8·15는 활명수 맛이라는 명확한 맛이라도 있었지. 요즘 콜라를 자제하다가 오랜만에 1.5리터짜리 산 거라 유난히 더 화가 났다. 내 인생 최고의 콜라였던 (지금은 단종된) 펩시 트위스트가 몹시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카콜라를 밀어냈다는 페루 잉카콜라 마셔보고 싶다.

9. 요즘 너구리 때문에 시끄러운데, 너구리에서 나온 벤조피렌이란 발암물질은 삼겹살 먹을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의 1/16,000 수준이라고 한다. 먹거리와 관련해서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 이해하고 또 어느 정도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정작 나는 그리 과민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니다. 난 다시 MSG 넣어서라도 라면이 맛있어졌으면 좋겠다. +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기 찝찝한 분들에겐 오뚜기에서 나온 오동통을 권한다 너구리가 오마쓰리 닌자의 <닌자>라면 오동통은 룰라의 <천상유애>다. 그만큼 똑같다. 맛뿐만 아니라 다시마 넣은 것까지. 이름까지 '오동통한 내 너구리!' 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맛의 차이로 오동통을 더 즐기는 편인데, 블라인드 테스트 한 번 해보고 싶다. 과연 내가 맛을 구분할 수 있을지.

10. 일요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진중권과 간결의 토론(?)을 봤다. 아프리카로 봤는데 댓글창에 한국의 모든 익살꾼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울지 말고 말해, 병시나"부터 시작해서 "인강 쳐듣고 있냐?", "사회자는 뭐하냐? 애니팡/드래곤플라이 하냐?" 등등의 드립들이 미친듯이 올라오는데 입 꽉 다물고 창밖 쳐다보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아냈다. 세상에는 정말 웃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터넷이 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해줘서 다행이다. 기발한 몇몇 드립들은 나 못지않게 짱이다. 역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

11. 나에게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손님은 박수홍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그를 약올리고 그가 발끈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 지난 주 '해피투게더'도 진짜 재미있었다. "내가 자주나 나오니!"라며 발끈하는데, 고정 말고 이렇게 가끔 손님으로 출연할 때 더 빵빵 터지는 것 같다. 친한 형이라 그런지 유재석도 오랜만에 깐족 모드로 박수홍을 약올리는데, 예의바른 이미지 집어던지고 김용만이랑 지석진, 김수용 더해서 서로 물어뜯는 시간 한 번 진하게 가졌으면 좋겠다.

12. 누군가 나에게 한국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꼭 얘기하는 소설 세 권이 있는데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이혜경의 [길 위의 집], 그리고 김원일의 [슬픈 시간의 기억]이다. 이혜경은 정말 지독하게 인기가 없지만 한강, 공선옥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다(오정희는 끝판왕 이미지). 담담한 문장에서 전해지는 '서늘함'은 읽고 또 읽어도 일품이다. 김원일은 [마당 깊은 집]으로 유명하지만, [슬픈 시간의 기억]은 또 다르다. 어느 문장 하나 허투로 쓴 것이 없다. '연륜'이란 말은 이럴 때 써야 하지 싶다. [슬픈 시간의 기억]을 읽을 때마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잘 늙어야지. 인혁당 사건을 다룬 [푸른 혼]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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