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전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어떤 음악가가 수십 년 만에 앨범을 낸다는 것. 바시티 버니언이 그렇게 우릴 놀라게 했고, 이번엔 빌 페이라는 낯선 음악가가 그러려고 하고 있다. 영국 출신의 이 싱어-송라이터는 1971년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뒤 41년 만에 공식적인 세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바시티 버니언에게 드벤드라 반핫이 있던 것처럼 빌 페이에게는 윌코의 제프 트위디가 있었다. 제프 트위디는 직접 빌 페이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수십 년 전의 이름을 계속해서 소환하고 환기시켰다.
40년 만에 앨범을 발표하고 노래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앨범은 전형적인 포크 록 음악으로 꾸며져 있지만, 귀를 사로잡는 건 세월의 더께가 잔뜩 끼어있는 듯한 빌 페이의 목소리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삶의 무상함(쓸쓸함), 혹은 종교적인 경건함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온다. 난 목소리가 갖는 힘을 믿는 편이고, 빌 페이의 목소리가 바로 그렇다. 거의 모든 노래를 빌 페이가 만들었지만, 보은(?)의 차원이었는지 윌코의 노래를 하나 커버했다. <how to fight loneliness>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윌코의 노래. 이 묘한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