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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소던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와 [솔라리스] 등의 음악을 맡았던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새로운 영화음악이다. [솔라리스] 때부터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앰비언트 작법은 [드라이브]에서도 계속된다.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음악은 [드라이브]의 주인공인 라이언 고슬링의 무표정한 얼굴만큼이나 친절하지 않지만 모든 중요한 장면에 스며들어 있다. '스며'들어 있다는 표현만큼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음악을 잘 설명해주는 낱말은 없을 것 같다.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이 서로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에도, 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갖는 순간에도, 짧은 행복을 깨는 불운한 기운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그의 음악은 언제나 스며들어 있다. 그 스며듦으로 스코어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영상과 함께 흘러나올 때 스코어는 더 훌륭한 것이 된다.
특히 이 장면. 고작 90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소리는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온 자객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그 급박한 순간에 라이언 고슬링은 캐리 멀리건과 키스를 하고 순식간에 자객을 해치운다. '주위의' 혹은 '잔잔한'이란 낱말 뜻 그대로 공기처럼 주위를 감싸는 앰비언트 사운드는 그 찰나와 같은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게 해준다. 몇 번을 반복해서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