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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2. 6. 14. 01:03
1. 벨로주가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bar)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 주말 공연에 금요일 공연을 더해서 공연 위주로 운영을 할 계획이라고. 방금 벨로주님과도 잠깐 통화를 했는데 많이 아쉽다. 나에겐 좋은 추억도 많고, 참 편한 공간이었는데. 영업 접기 전에 한 번 갔으면 하는데 제주도에 가야 해서 여의치가 않을 것 같다. 은근히 속상하네. 모듬버섯 샐러드도 뒤늦게 맛들였건만! 벨로주 시즌 1 같은 시즌 3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려야겠다.

2. 2년 만에 다시 뒷산을 타기 시작했다. 높이는 105m, 거리로는 왕복 3km 정도 되는 것 같다. 한 번 갔다 오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몸은 힘들어도 (특히 내려올 때의) 묘한 쾌감과 중독성이 있어서 2주 동안 하루 빼고 꼬박 산엘 올랐다. 운동 겸 다이어트 겸해서 하는 건데 일단 볼살 빼는 게 목표. 100미터짜리 산엘 오르는데도 철저히 중무장한 중년들이 많이 보여서 한국이 괜히 아웃도어 강국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등산복·등산화는 기본이고 배낭에 스틱에 어찌나 화려한지 첫날 활동화에 추리닝 걸치고 산에 오르는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절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를 읊게 한다.

3. 하지만 이런 나도 어제 도련님에게 등산화 얻어왔다. 도련님네 회사에서 등산하자고 등산화를 나눠줬는데 두 번 신고 더 이상 신지 않는다고 하여 강탈했다(대신 돈까스 사줬음). 라푸마 등산화인데 아웃도어 브랜드에 전혀 아는 게 없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명하고 비싼 거라 함. 그런데 왜 회사들은 이렇게 단체로 떼를 지어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걸까? 진짜로 단결력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건가?

4. 마지막으로 등산 얘기 하나 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등산로에는 다 나무계단을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그 계단 옆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다니며 발길로 만들어놓은 길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길들을 보며 막연히 청개구리 심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직접 산을 오르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마다 각자의 보폭과 속도가 있는데 정해진 계단에 맞추어 오르다보니 걸음도 엉키고 페이스 조절에도 애를 먹게 돼있었다. 각자의 보폭과 속도, 뒷산을 오르며 다시 한 번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5. 가끔씩 이수영과 임창정의 리즈 시절에 대한 얘기를 듣거나 보곤 하는데,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얘기다. 내 기억에는 이들의 리즈 시절이 없다는 얘기이다. 기억의 왜곡이라기보다는 세탁에 가까운데, 내가 군에 있을 동안 전성기를 맞았던 건지 도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임창정의 경우엔 <이미 나에게로>를 제외하고 그의 (많다고 하는) 히트곡을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이수영 역시 마찬가지. 이수영이 가수왕이었다는 얘길 들으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다. 이들이 전성기일 때가 가요계의 암흑기였나? 그래서 내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6. '탑밴드'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지만 거기 출연한 밴드들의 목적은 거의 하나로 수렴되지 않나. 시즌 1 때 우승한 톡식의 행사비가 장기하와 얼굴들과 백만 원 차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좀 거칠게 말해, 쌔빠지게 정규 앨범 두 장 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밴드와 변변한 자작곡 하나 없는 밴드의 미미한 행사비 차이가 지금 수많은 밴드들을 '탑밴드'에 참여하게 한 것이다. 참여 밴드들의 목적은 분명한데 문제는 제작진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음악성을 보여주는 것? 유명하게 해주는 것? 유망한 밴드를 발굴하는 것? 제작진이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프로그램은 산으로 가고 있다. 산으로만 가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산으로도 갔다 강으로도 갔다 하니 더 문제. 사실 '탑밴드'에 출연한 (유명)밴드 대부분을 좋아하지도 않고 실력이 뛰어나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무능하고 게으른 제작진에게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

7. 지금까지도 책에 관한 인터뷰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최대한 성실하게 하려고는 하는데 가끔씩 들어오는 강연 요청은 도저히 하지를 못하겠다. 몇몇 불성실한 강연 때문에 약간 사짜 같다는 안 좋은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사람들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썰을 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난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걸 지독히 싫어하고 그냥 끼리끼리 있을 때 웃기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돼있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운 일이다. 라디오는 그래도 좀 나아졌고, TV도 전에 비하면 그나마 울렁증은 덜해졌는데 이것도 하다 보면 좀 나아질까.

8. 웬만하면 '빅이슈'를 사려고 하는 편이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가 없다.-_- 단 한 번도 흥미를 갖고 읽을 만한 글을 발견한 적이 없다. 지원 차원에서, 기부 차원에서 한 권 사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계속해서 그런 마음에만 기대 잡지를 파는 건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일도 하고 잡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어려운 일일까?

9. 드디어 나의 이발기가 생명을 다했다. 밤새 충전을 하고 머리를 깎으려 하니 먹통이 돼있었다. 올해로 꼭 10년이 된 것 같다. 참 오래 썼다. 밥통은 코끼리 밥통, 이발기는 내셔날 이발기, 역시 전자제품은 일제! 라고 할 만큼 꼼꼼하게 잘 만든 제품이었는데 세월의 힘을 비껴가진 못했다. 비록 유씨부인처럼 '조침문' 같은 명문을 지어 바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름이라도 적어 그를 추억하고자 한다. 내셔날 ER338! 그를 고이 보내고 새로운 식구를 맞이했다. 이제는 국산의 자존심, 조아스 HC-4010! 오래 함께하자. "이래서 국산은 안 돼"라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10. 아이고~ 정남아, 정남아. 시골 농구공을 가져오면 어떡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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