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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도 일단은 이명박부터 막고 나서"나 "그래도 노무현은"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건 이거다. 그래서, 그러는 당신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냐고. 그런 사람들 가운데 이명박이 정권을 잡아서 삶에 큰 변화가 생긴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저 이명박 정권의 꼼수에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를 거쳐 오면서 실제 삶의 변화가 생긴 사람들은 부지기수고, 여기서 말하는 '변화'란 대개 부정적인 것이다. 직장을 잃었거나, 생활이 불안정해졌거나, 삶이 위태로워졌거나, 아예 목숨을 놓았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그래도 노무현은"이란 말을 해가며 다시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자는 건 얼마나 폭력적인가. 이명박에게 짜증이 나는 건 잘 알겠는데, 그만큼 노무현에게 울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얘기이다. 이걸 양비론으로 몰고 가거나 냉소적이라 매도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2. 삼화고속이 파업한 뒤로 한 번도 외출하지 않은 게 나다. 내가 제일 안 나가.
3. 사실 삼화고속 파업은 핑계고, 책 원고 마감 때문에 거의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원고를 못 써도 그냥 집에서 마음 불편하게 있는 게 낫다는 생각에. 원래 마감은 10월까지인데 출판사와 극적인 담판을 짓고 시간을 좀 더 벌었다. 내가 남동구의 서희다! 강동 6주보다 더 귀한 2주의 시간을 얻었다. 얻은 건 얻은 거고, 이제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는 사실을 증명할 차례.
4. 며칠 전, 꿈속에서 지인에게 요즘 재미없어졌다며 트렌드 좀 읽으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꿈꾸는 내내 이게 꿈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언제나 웃길 수는 없다. 앞으론 10번의 드립 가운데 3번 정도만 성공시키는 걸 목표로 해야지. 그렇게만 해도 나는 남동구의 3할 강타자.
5. 이건 뭐, 아직까지 모기가 있으니. 새벽에 모기 때문에 깨서는 방에 불을 켜고 벽에 붙어있는 모기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하지만 타격이 실패로 돌아간 뒤 생존한 모기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을 때의 찜찜함. 이 기분을 아는 사람은 나의 소울메이트.
6. 언제부턴가 '적확하다'는 표현이 부쩍 많이 쓰이고 있는데 볼 때마다 굳이 이런 말을 쓸 필요가 있나 싶다. 뉘앙스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문맥으로 볼 때 그냥 '정확하다'로 써도 의미 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사전에서나 존재하는 낱말을 굳이 끄집어내 쓸 필요가 있을까. 크게 차이가 없는 뜻이라면 다들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쓰는 게 더 좋다고 본다. 오덕이 형한테 죽탱이 한 대씩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7. [고지전]을 봤는데, 이건 뭐- 주인공이 고수나 신하균이 아니라 이제훈인 것 같다. [파수꾼]에서도 그렇고 진짜 인상적이다. 얼굴도 박해일과 류승범을 묘하게 섞어놓은 듯해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준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범 역,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역을 맡겼어도 다 잘 해냈을 것 같다. 물건 하나 나왔다.
8. 클래식은 정말 좋은 것 같다. 듣는 동안 사람의 마음을 참 충만하게 해준다. 특히 요즘은 슈만 교향곡 4번에 푹 빠져서 반복해 듣고 있다. 사람들이 짱이라고 얘기하는 자발리쉬나 푸르트뱅글러의 것을 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첼리비다케가 지휘한 걸 듣고 있으니 아주 낭만이 철철 넘치는 꿈결이다. 역시 첼리 형과의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베토벤은 그냥 그랬지만, 차이콥스키나 브람스, 브루크너의 음악에 첼리 형의 해석은 언제나 옳다. 특히 브루크너에 첼리비다케가 더해지면 완전한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진다. 첼리 형의 박스세트 1차분은 이미 품절됐고, 2차분이 예약을 받고 있는데 겹치는 음반들이 좀 있어서 어쩔까 고민 중이다. 일단 그때 통장 잔고 봐서.-_-
9. 외로운 영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