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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수가 옳았다. 상우가 틀렸다. 사랑은 변하는 거구나.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당구에 대한 애정도 이제는 1/10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치던 당구를 이제는 2주에 한 번 정도 치는데도 크게 아쉽지 않다. 당구장 초입부터 들리던 당구공 부딪치는 소리에도 설레던 게 난데!
2. 요즘은 아주 가끔씩 책을 사고 있고 도서관에도 가질 않고 있어서 여자친구가 공수해주는 책을 주로 읽고 있는데, 추석 동안 여자친구가 준 [7년의 밤]을 읽었다.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몰입도는 요 근래 읽은 소설들 가운데 최고였다. 역시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어떤 배우들이 참여할지 궁금해진다. 소설에서 '영제'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배우는 뜬금없는 최정우였다. 전혀 캐스팅될 리 없는, 얼굴을 봐야 알 수 있는 조연급 배우지만, 뭔가 이 사람의 차가운 이미지가 영제와 겹쳐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 설도 그렇고 우연하게 명절에 계속 정유정의 소설을 읽게 됐다. 고맙제니.
3. 난 엠팍의 잉여로움이 참 좋다. 그러니까 제갈량과 순욱의 능력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그 잉여로움 말이다. 덕분에 고우영 선생의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다. 깔깔.
4. 삼국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말하라고 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조운을 꼽는 것 같다. 관우 같은 장수를 말하는 건 너무 뻔해보여서인지, 중심은 아니되 간지는 다 갖고 있는 조운의 인기가 특히 높다. 이럴 때 위연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면 중2병 소리 듣겠지? 낄낄.
5. 나 사는 곳 바로 앞뒤로 초등학교 두 곳이 있는데, 학부형들이 위장전입을 하면서까지 ㄱ초등학교를 피해서 ㄴ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고 한다. 이유는 하나, ㄱ초등학교에 (형편이 안 좋은) 주공아파트 아이들이 다니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부모들이 30대라는 게 더 절망스럽다. '우리 안의 이명박'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마 그 부모들도 이명박 욕하고 야권연대를 부르짖으며 상식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종철이 형이 괜히 지겹도록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람답게 살자, 우리.
6. 요즘 식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주전부리를 많이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손이 가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과자 포장지에 쓰여 있는 DHA 첨가니 비타민 함유니 이런 것들은 아무리 봐도 가소롭다. 과자면 과자답게 행동해.
7. 그런 의미에서, 요즘 가장 자주 먹고 있는 과자는 삿뽀르라멘 스낵. 포장지에서부터 뭔가 병신미가 느껴져서 끌렸는데 알고 보니 이말년 아버지가 만드는 과자라고 한다. 포장지에는 이말년의 만화도 그려져 있다. 살짝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나서 좋다. 포장지에는 "감칠맛에 울고 병맛에 웃어라"라는 적절한 문구가 쓰여 있다.
8. 옆 단지 슈퍼마켓이 짱인 게, 삿뽀르라멘 스낵 같은 레어 아이템뿐 아니라 꼬꼬면이나 나가사끼 짬뽕 같은 대세 식품들도 바로바로 갖다 놓는다. 꼬꼬면 처음 먹고 맛이 좋다 생각했는데, 나가사끼 짬뽕은 더 맛이 좋다. 대세는 흰 국물. 하지만 난 초마에선 항상 빨간 짬뽕만 먹지.
9. 초저녁잠 무섭다. 요즘 8시나 9시만 되면 슬슬 잠이 쏟아지는데, 그때 잠이 들면 새벽 3~4시쯤 깨어난다. 그 시간에 일어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그럴 때 문득 뭔가 되게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너드 코헨도 지금 이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하고 읊조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만은 나도 코헨 형 못지않은 멋쟁이.
10. 부처님의 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