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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요즘 책 제의가 왜 이렇게 들어오지? 나 좀 짱인 듯. 그래서 결국엔 책을 한 권 쓰게 될 것 같다. 원래는 못 쓸 것 같다고 얘기를 하려고 나간 건데 담당자 분에게 설득당했다. 내 고민은 1)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 책이냐는 것이고, 2)내가 첫 책으로 쓰고 싶은 책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구상하는 (정말 안 팔릴 만한) 책은 내 경력이 더해지고 내 이름으로 낸 책이 한두 권쯤은 있어야 가능할 거라는 충고를 출판사 기획자와 좋아하는 선배에게 연속으로 들었다. 내가 워낙 귀가 얇아서.-_- 지금도 좀 갈팡질팡한 상황인데, 할 거면 이 상태로 애매하게 시작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맘을 먹고 제대로 해야겠다.
2. 016 서비스가 해지된다는 안내전화는 오늘도 계속된다. 지금은 이왕 바꾸는 거 스마트폰으로 바꾸자고 맘을 먹은 상태다. 아이폰이나 갤스나 다 별로인 내 입장에서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아크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어제 만난 출판사 담당자가 보여준 테이크도 괜찮아 보였고, 또 저녁 모임에서 만난 한 친구가 쓰던 (이름은 까먹은) 모토로라 스마트폰도 괜찮아보였다. 결정적으로 둘 다 자기가 쓰는 스마트폰이 다 맘에 든다고 했다. 내가 워낙 귀가 얇아서.-_- 난 그냥 가끔 인터넷만 하고 음악만 들으면 될 것 같아서 엑스페리아 아크가 제일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일단은 좀 더 알아봐야겠다.
3. 요즘 오정희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시중에서 파는 소설집이 아니고 문학전집에 들어있는 소설집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문학전집이 한 질씩은 있었는데, 우리집에도 국내·해외 해서 몇 질이 있었다. 오정희의 소설집이 들어있는 건 삼성출판사에 낸 '제3세대 한국문학'인데 이문구, 김원일, 이문열, 윤후명 등 중견 작가들의 중단편들이 실려있다. 시중에 나온 소설집들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들이 빠지거나 한 곳에 모여있지를 않아서 사기가 좀 애매했는데, 이 전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불망비', '중국인 거리', '완구점 여인' 같은 단편들이 모두 수록돼있어서 좋다. 최고의 베스트 앨범을 찾은 기분이랄까. 오정희만의 서늘하면서 불길한 기운은 언제 읽어도 짱이다. 정희 누나가 짱이다. + 대전 집에 갈 때마다 몇 권씩 가져와서 전집을 다 완독해야겠다.
4. 오픈카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달리는 차들에선 왜 하나같이 최신(댄스)가요만이 나오는 걸까? 단 1%의 예외도 없었다.
5. 내가 워낙 자만심과는 거리가 먼 겸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데 얼마 전 생전 처음으로 자만심을 가졌다가 큰 코 다쳤다. 요즘 좀 페이스가 올라서 당구가 아주 잘 맞고 있는데 그 분위기에 도취돼서 "내가 당왕이다", "이건 질 수가 없는 경기다" 등등의 드립을 날리며 만용을 부리다가 두 경기 연거푸 3판까지 가는 큰 경기를 물었다. 게임비라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다. 큐질 하나, 쫑 하나에도 인생이 담겨있다.
6.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상수동 당구포럼 회원인 도련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금요일 당구 약속을 잡으며 밤새 치자는 얘기에 좀 설렜다.-_- 도련님은 "가슴이 뛴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회원인 예수님이 유부남인 관계로 밤새 치지는 못할 것이다. 유부남은 안 돼. 될 수가 없어.
7. 도련님이나 예수님 같이 친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별별 드립들을 다 치는데, 가장 흔하게 치는 건 '극우' 드립이다. 예를 들면 이번 두리반 협상 타결 소식을 들으며 "좌빨들 알박기 성공했구나"라고 말하는 본심과는 전혀 거리가 먼, 친구들끼리 서로 웃자고 떠드는 얘기들. 알고 지내는 열성 진보신당원 하나도 친구들과 있을 때는 나와 같은 드립을 자주 친다고 한다. 그런데 나 같은 쭉정이야 별로 상관없지만,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절친들과 있을 때 장난으로 극우적이거나 마초적인 발언을 한 게 만약 녹음이 돼서 공개된다면 이건 과연 욕먹을 일인가? 아무리 악의가 없고 장난이라 하더라도 이를 테면 빨갱이나 깜둥이 같은 단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요즘 쓸 데 없이 이거에 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직도 답은 모르겠다.
8. 요즘 아주머니들이 (코로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진) 이상한 마스크를 쓴 걸 자주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뭔가 괴기스럽다. 생긴 게 꼭 무슨 곤충 같기도 하고, 영화 [디스트릭트 나인]에 나오는 외계인 같기도 하다. 꼭 코에서 촉수 같은 게 나와서 공격할 것만 같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왠지 정신병자 같은데?
9. 인제 형 '충청권 신당' 창당 발언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