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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정도 되는 칼파의 오래된 기록 가운데 하나. 한국 블랙 메탈의 토대를 닦은 상징적인 존재로 한국에서 익스트림 음악을 했던 웬만한 음악인들은 칼파를 한 번쯤 거쳐 갔다고 보면 된다(뒤에 김도수는 오딘을 만들고, 나마는 새드 레전드를 만들고 이런 식으로). 밴드를 이끌던 블랙 캔들이 거의 독재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멤버 구성에 따라 음악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었다. 이 곡을 녹음할 땐 (언니네 이발관의 키보드 세션을 하다 훗날 어둠을 만드는) 키보드 연주자 패인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심포닉한 블랙 메탈을 들려줬지만, 그 뒤 발표한 정규 앨범에선 매우 건조한 블랙 메탈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첫 앨범을 발표하고 핫뮤직과 인터뷰를 할 때 사진기자를 산으로 데리고 가서 콥스페인팅에 칼까지 들고 사진 촬영에 임했던 것.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블랙 메탈의 사상이나 문화를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battle's eve>는 전투를 앞둔 날 밤의 병사의 불안한 심리를 노래한 곡이라고 한다. 칼파의 뜻은 아득히 긴 시간, 영원의 시간을 뜻하는 '겁(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