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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08. 9. 15. 21:04

1.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까워하는 게 택시비다. 새벽에 택시 타고 미터기 올라가는 걸 보고 있으면 아주 그냥 심장이 벌렁거린다.-_- 그래서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가는 택시를 탈 때는 아예 미터기로 안 끊고 그냥 얼마에 가자고 미리 얘기를 한다. 비슷한 돈이 들지만 그냥 애초 액수를 알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택시비를 아까워하는 이유는 '아, 저걸로 시디를 샀으면 몇 장인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돈의 거의 모든 가치를 시디로 환산해서 생각하는 편이라-_- 피자나 치킨을 시켜먹고도 가끔씩 '아, 이 돈이었으면 수입시디 한 장을 살 수 있는 건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택시비만큼은 아니다. 피자나 치킨, 청요리 등은 그 맛이라도 즐길 수 있지만 택시는 뭐 하나 이뻐할 구석이 없다. 음악을 들을 수도 없고, 또 수다스런 기사 분들 만나면 정말 짜증스럽다. 그냥 음악 들으면서 버스 타고 오는 게 훨씬 좋다. 정말 말 많은 기사 아저씨를 만날 때는 툭하면 택시 기사와 싸운다는 장정일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_-

택시를 타면 조용히 가고 싶다. 그런데 조용한 택시를 타기는 정말 힘들다. 제대로 된 서비스라면 손님이 타지 않았을 때 라디오를 듣고 있다가도 손님이 타면 라디오를 끄는 게 정상이다. 그러고 나서 "라디오를 켜도 되느냐"고 물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라디오를 켜 놓는 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애써 꼬신 젊은 여자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라디오 소음 문제로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 택시 기사와 30분 동안 쉬지 않고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그런 나를 여자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또라이?' 혹은 '꼰대?' 나이가 내 또래는 되었을 그 기사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헌법 조항까지 들먹였고, 나는 "손님이 타는 순간 이 차는 곧바로 자가용이 되는 거다, 당신은 직업 정신이 없다"고 맞받는다. 언쟁이 격해질수록 옆자리의 여자는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다. - 장정일, 생각 中

2. 지금 한국 프로야구 해설가들 가운데 최고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허구연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철이 한때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 현장으로 돌아간 상태다. 허구연을 싫어하는 야구팬들도 꽤 있지만 그만한 야구 이론과 현장성, 말빨 모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일성과 허구연이 양대 산맥이었지만 이론적인 면에서 하일성은 허구연에게 밀렸다. 대신 하일성은 귀에 착착 감기는 말빨과 일명 '하작두'라는 별명을 갖게 한 예측 해설이 돋보였는데, 사실 그의 해설을 잘 듣다 보면 예상과 어긋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예상과 틀릴 때마다 하일성이 사용한 전가의 보도가 둘 있었으니, 하나는 너무나 유명한 "야구 몰라요"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아, 역으로 가네요!"였다.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지금은 변화구 던져야 해요. 변화구 던질 타이밍예요"라고 얘기했는데 투수가 직구로 삼진을 잡을 때 그는 너무나 당당하게 외쳤다. "아, 역으로 가네요!"

3. 오늘 이상한 옷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을 봤다. 옛날 소방차가 입었던 승마바지 같은 거였는데 무릎 밑은 다 잘라버린 반바지였다. 이게 그 친구만 독특한 패션 센스로 입은 건지  아니면 요즘 남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패션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게 유행인 거라면 예전의 그 쫙 달라붙는 쫄바지보다 더 최악일 것 같다. 차라리 우리 때 입었던 기지바지가 더 나을 것 같다.-_-

4. 미드 <쉴드>가 새 시즌을 시작했다. 아주 시작부터 빅 맥키의 간지 작렬! <프뷁>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새로 시작한 거 같은데, 이건 뭐 그냥 공상과학 드라마로 가려는 모양이다.-_- 계속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예정대로 시즌 1에서 끝났다면 영원한 전설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떠날 때가 언제인지 모르고 미적거린 자의 뒷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5. 지인이 마감성과 라디오 일을 같이 하고 있다. 마감성은 옛날 <개그야>에서 깔깔이 삼형제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최국, 조원석 말고 다른 한 명. 그때는 다른 이름을 썼었는데 지금은 마감성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마감성이 진행도 잘 하고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고 얘기하기에 나보다 웃기냐고 물어보니까 "당연하지, 마감성은 프론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정말 먹고 똥 된 건 기억 못한다고 하더니 내가 그동안 웃겨준 게 얼만데.-_- 재야의 만담가는 외롭다. 사람들이 은혜를 몰라.-_-

6. 지난주 <명랑히어로>에서 이경규 가상 장례식을 했는데 조문객으로 황기순이 나와서 반가웠다. mbc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황기순의 노모가 "이경규 좀 자주 죽었으면 좋겠다"고 해 뻥 터졌고, 또 조문 오자마자 꺼낸 도박 얘기에 신정환이 당황하는 모습도 웃겼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설정이 돼있었겠지만 이경규가 동기들에게 정말로 점수를 많이 잃긴 한 모양이었다. 이경규와 동기인 김정렬의 반감은 상상 이상인 것 같았고, 최양락과도 그리 편한 사이는 아닌 듯했다. 황기순과도 이번 방송 때문에 7년 만에 본 거라고 하니 뭐. 사이가 멀어진 이유는 그냥 뻔한 거였다. 선후배·동기들이 점점 자리를 잃어갈 때 이경규 혼자 잘 나갔고, 이경규는 그들을 챙겨주기는커녕 만남도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 이경규는 명박이 형 지지자답게 '오해'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 모습이 결코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20년 전의 친구들이 모두 등 돌리고 욕을 하고 있는 상황. 이경규는 과연 잘 살아온 것일까?

7. 너무 말이 많은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_- 보너스로 명박이 형 목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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